녀석은 그자리에 있었다.
그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소나무 옆에 비를 졸락 맞고 꼼짝도 않고 있었다. 가끔, 차라도 지나치면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머리를 번쩍 드는 거였다.
어제, 옥계 해송 솔밭에서 쉬고 있는데, 웬 자동차에서 나이 지긋한 점잖은 노인네가 개를 끌고 내리더니 소나무에 묶어 놓고 황급히 사라지는 거였다.
틀림없이, 개를 버리고 가는 거라고 판단했다.
밤 늦게까지 개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내 짐작이 옳았다.
그런데, 걱정이었다. 장마비가 쏟아진다는 거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술을 마시다가, 주변 식당에서 세워놓은 간판을 녀석의 자리에 옮겨놓았다.
비가 오더라도 그 밑에서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내 나름의 배려였다.
나이 지긋한 노인네의 사정도 있을 것이다. 이사를 간다거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노인네가 괘씸했다.
개를 버리고 가다니.....이 비가 오는데...
개는, 그 자리를 주인을 기다리면서 지금도 지키고 있다.
늙은 개였다. 몹시도 야윈, 피부병도 있었다.
왜 그렇게 말랐는지.....비를 맞아 더욱 처량했다.
문득, 그 개를 보면서 나를 생각했다.
홀로 남은 늙은 개.......
녀석이 나와 닮아 간다는 착각에 잠시 빠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