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여행-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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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걸음걸이가 반듯하였다. 아직 다리가 휘거나 불편하게 걷는 것은 아니었다. 허리도 아직 바르게 펴고 걸었다. 키도 적당하였다. 그리고 우선 첫 인상이 마음에 들었다. 잠깐이었지만 그 남자의 외면을 상세히 본다는 것에 마음의 부끄러움을 느꼈다.
"자리 좋은데 잡으셨군요. 전망이 좋습니다."
"예. 마침 비어있었어요. 이것, 트리플 트리플이에요."
내가 주춤하며 권하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내 앞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우리는 잠시 침묵 모드로 들어갔다.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할까 기다렸다. 그가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만나게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제임스 나. 한국 이름으로는 나강석입니다. 나이는 74살입니다. 으음~ 저는 뻐끔 담배를 피워서 설탕 커피를 좋아합니다. 참,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 생각듭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 커피를 마셨다. 나도 내 소개를 하여야했다. 이 나이에 무슨 나쁜 일을 당할까 하는 생각을 버렸다.
"우선,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드립니다. 그 순간에 한국분이 발견하도록 했는지 참 인연이라 저도 생각해요."
그러나 나는 이름을 말하기 참 거북하였다. 그가 나를 보고있었다.
"저는 박윤주라 해요. 영어 이름은 Yunju Park이에요. 나이는 제가 한 살 어리네요. 73살이에요. 영 엔드 테크로드에 있는 시니어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이렇게 만나게 되니 참 좋네요. 여긴 시장보러 오셨어요?"
사실, 낮선 남자와 이렇게 마주 앉아있는 것은 나에게 너무 신기한 일이었다. 이런 일이 나에게도 생기는구나 생각하니 귀한 경험이되고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며 물었다. 그는 잠시 내 얼굴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인연 같이 한번 만났으니 제 소개를 자세히 하지요. 저는 저기 보이는 푸른 유리창으로 된 랜드마크 원룸에 혼자 살고있었습니다. 지난달에 뉴마켓 원룸 콘도로 이사하였지요. 15년 전에 상처하고 미국 미시간주에 살고있는 딸과 2명의 손주에게 콘도를 팔아 주고 콘테이너 운전을 하다 69세에 힘들어서 그만두고 혼자 살고 있습니다. 혈액형은 O형이고 키는 아마도 178cm 정도될겁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고 얼굴모습이 처량하여 바로 보기가 쉽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삶인 것 같아 듣는 내 가슴도 슬픔이 일었다. 그러나 나는 그의 말을 막지 않았다. 그는 아마도 처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기다렸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3년 전에 영 스토빌에 있는 절에 들어가 중이되어 저의 삶을 마무리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생각과 같이 않아 작년에 절 생활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날, PEI나 누나붓에 가서 마지막 삶을 살려합니다. 오늘 이곳은 살던 곳을 들러보고 가는 길에 장을 좀 보려고 라브로스에 들렀다 우연같은 인연으로 박윤주 님을 만나고 이곳에서 저를 벗겨 놓았습니다. 다 입니다. 괜찮으시다면 담배 한개피 피고 들어오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한개피만요."
그가 나가자 나는 멍한 마음을 추스리기 시작하였다. 내 생각대로라면, 늦은 나이에 더 이상 새로운 인연을 가져서는 안되는데... 그의 말을 되새겨 보기가 다 끝나기전에 그가 들어왔다. 그의 얼굴 모습이 보다 밝아졌다. 나는 다행스러운 마음을 추스리며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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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 충실하세요~과거에 대한
자책과 미래의 걱정 모두 현재를
불행하게 만듭니다.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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