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출신을 뽑는 회사중에는 영어면접의 비중이 작은 회사도 많다고 알고있습니다.
제가 면접을 본 회사도 다행히 그랬습니다.
하지만 아무 시전지식 없이 봤다가 긴장하셔서 원래 실력을 발휘 못해 낙방한다면.. 끔찍합니다.
제 글은 말 그대로 '후기' 입니다. '나같이 하면 합격한다.'가 아니고 '이런 녀석도 합격했다.'정도로 가볍게 읽어주세요. 자신감을 갖자는 의미에서 쓰는겁니다.
나중에 아는 사람이 그러는데 영어면접은 잘 듣는가? 말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이 두가지가 가장 중요하대요.
평소에 약해도 쎈척, 안 친해도 친한척은 잘 되는데 영어를 잘하는 척은 잘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깡다구가 쎈척했습니다. 아니 진짜 철판깔았습니다.
유아틱한 짧은 문장들... 그 짧은 문장에서도 문법은 아마 많이 틀렸을껍니다.
이어지는 대화 내용은 다 영어입니다.
다른분들은 영어 인터뷰 내용을 기억하셔서 쓰셨던데 저는 영어로는 기억이 안나네요.
글솜씨가 제로인관계로 처음부터 끝까지의 대화내용을 우리말로 쓰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일단 조폭에 버금가는 큰절?을 하면서
안녕하십니까?(우리말로 하고 말았습니다..영어로 할걸 하는 후회가 들더군요.)
헉.... 면접관이 우리또래의 여자였습니다.
쫄았지만 일단 미소날려주고... ^o^;
안녕?
안녕?
여기앉어.(만나서 반갑다고 하려고 했는데 앉으라고 짤르는 쎈쓰!ㅡ,.ㅡ;)
이건 영어 인터뷰야. 앞으로 내가 물어보는데 영어로 답해줘.
편하게 생각해.(이런 태클이...처음에 안녕하십니까말고 헬로우라고 할껄.. 중간에 숨도 안쉬고 빨리 말하더라구요.질문은 쉴새없이 이어졌습니다.)
어디살어?
인천 부평에 살아. 부평에서 태어났어.
여기 오는데 몇분 걸렸어?
한 15분?
어떻게 왔어?
585번 버스타고 왔어.
내집은 회사랑 가까이에 있어.
딴데서 산적은 없어? 서울이 더 좋지 않아?
나는 부평에서 살아왔어. 다른곳에서 산적 없어.
그래서 나는 부평이 좋아. 서울보다
너 취미가 뭐야?
내 취미는 알씨카. (조종하는 손가락 시늉..)
알씨카는 실제자동차와 유사해. 스케일을 고려하면 그건 실제차보다 빨라.
나는 정말 그것을 즐겨.(이 표현 후후... 진부하게 느껴졌어요. ㅡ,.ㅡ;)
넌 주말에 뭐해?
알씨를 해. 나는 알씨카 다음카페 회원이야. 때때로 나의 클럽멤버들과 공원에 가기도해. 하고 대강 끝낼려니까 '으흠?' 하면서 더 하래네요...
난 인라인을 타는것을 좋아해. 때때로 친구들과 영화를 봐.
그런데 또 '으흠?' 하네요.... 가끔 도서관 가서 잡지나 소설을 봐. 하지만 알씨를 제일 많이해.
너의 장점이 뭐야?
(헉! 긴장~ 이거 자기소개준비할때 외운거 있었는데 까먹었습니다.)
긍정적 사고!.
나는 식구가 많았어. 그래서 사회를 배웠어 어릴때부터.
그래서 난 긍정적 사고를 가지게 됐어.(말이 안되나요?ㅋㅋ)
너의 단점이 뭐야?
나의 단점은........(음..하면서 2초정도 생각을..... 전혀 고려해보지 않은 질문이라서..)
난 나의 단점을 모르겠어.(이..이런..이 사태를 어찌 수습한다죠?)
왜냐면 나는... 나의 단점을 보지 못해 나의 긍정적인 사고때문에.
(제가 말하면서도 무식하고 건방지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게 나의 단점이야.(아..정말 두껍군요. 얼굴이 빨개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랬다면 면접관이 속으로 얼마나 웃었을까요? 대답 못하는 상황을 모면하긴 한건가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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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끝났어.
그래 고마워.(꾸벅)
이런..... 안녕히 있으란 말을 안했군요.
뭐 더 무슨말을 많이 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그냥 튀어나오는대로 말한것 같은데 기억나는것만 적었습니다.
자기소개랑 전공 선택이유 이딴거 준비했는데 생활영어를 테스트할줄은 몰랐어요.
긴장한 탓인지 다행히 모두 한번에 알아들어서 '파든?'이거 안한거 그나마다행이었습니다.
영어 면접 끝나고 나왔는데 웃느라 입에 힘을 많이 줘서 입꼬리가 계속 올라간채로 허탈한 웃음만 나오더군요.
첫댓글 님 너무 재밌게 봤네요^^ 발음 굴리는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말하려는 자세가 중요한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