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강병균 포스텍 교수는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미국으로 떠났다. 아이오와대에서 수학박사를 취득했으며 울산대 교수를 거쳐 현재 포스텍 교수로 재직 중이다. | | | "어느 나라 인구가 600만명인데, 기독교인이 100만명, 이슬람교 100만명, 불교 100만명, 흰두교 100만명, 유대교 100만명이고 무신론자가 100만명이라 하면, 종교인 500만명 중 적어도 400만명은 망상증이 확실하다. 누가 가짜라고 찍어 말할 수는 없지만 가짜가 400만명 이상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아야 한 종교만 참일 것이기 때문이다. 수학적 추론의 힘이다.” 지난달 세간의 이슈가 될 만한 아주 ‘기이한’ 책 한 권이 출간됐다. 강병균 포항공과대 교수(59세·수학과)의『어느 수학자가 본 기이한 세상』(살림, 2016.7)이 바로 그것이다. 수학자가 종교비판에 대한 책을 냈다는 것이 주목을 끌었다. 1987년 7월 포항공대 교수로 임용된 후 30여년간 수학자로서 살아왔다. 지금까지 200회 이상 인용된 논문을 보유하고,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난제들도 해결했다고 자부하는 그가, 무슨 이유에서 종교를 연구하고 종교 비판을 시작하게 된 걸까? 책을 접한 후 기자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수학자의 종교 비판이라……. 거두절미하고 그를 만나보기로 했다. 30도를 웃돌았던 지난 2일 서울시청 인근의 한 호텔에서 강교수를 만났다. 첫인상에서 이미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책이 출간되면 종교계의 저항이 거셀 것이 분명했는데도 “그래도 말해야 한다”며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두 시간 정도의 인터뷰에서 나왔던 그의 표현들은 책에서 만큼이나 단호했고 거침이 없었다. 종교에 관한 책을 출간했지만 비단 종교만의 일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대목에서는, 주장의 참·거짓을 떠나 학자로서의 열정만큼은 진솔하게 느껴졌다. 그도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니만큼, 대학가에 대한 지적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의 비율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진학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있다고 하면서, 높은 청년실업률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한자를 공부하지 않는 젊은 세대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우리말의 70%가 한자어임에도 불구하고, 한자에 대해 모르니 책조차 읽을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이번에 자신이 낸 책 역시 여러 한자어가 사용됐는데, 학생들이 그 책을 어려워한다면서 한자 공부는 꼭 필요하다며 다소 격앙되기도 했다. 대학 교수로서 수학을 가르치고 연구를 본업으로 삼고 있지만, 수학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종교를 분석·비판할 수 있었다는 수학자 강병균 교수. 그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수학교수가 종교에 관한 책을, 방대한 양으로 출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20여년 전 친척 중 한 분이 저에게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그 내용이 바뀌는 경우도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고상한 야만인’ 같은 사회·과학 분야의 이론은 새로운 증거나 증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이론이 뒤집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수학은 변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죠. 수학에서 한번 참인 것은 영원히 참입니다. 그 질문을 받았을 당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인문·사회 쪽의 환경에서 이론이라는 것은 사실 목소리 크기나 세력, 권력, 쪽수에 의해서 정답이 결정되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객관적인 증명 방법이 어렵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수학은 그렇지 않습니다. 중간이 없어요. 참이냐 거짓이냐를 정확히 가릴 수 있는 게 수학입니다. 또, 수학에서 귀류법이라는 증명법이 있습니다. ‘proof by contradiction’이라고 하는데요. A가 참인지 거짓인지 알고 싶을 때, 일단 A를 참으로 가정합니다. A가 참임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모순이 일어난다면, A는 참이 아니게 됩니다. 거짓인거죠. 이것이 수학적 증명 방식입니다. (종교에 관심 많은) 수학자로서 종교계를 보고 있자니, 하나의 종교 내에서도 모순되는 주장이 바글바글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종교계는 뭔가 잘못된 게 아니겠습니까? 수학적 증명에 의해서는 A가 거짓임이 밝혀졌는데, 종교계에서는 A를 거짓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것이 논리관계로 정리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모순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적인 눈으로 쳐다보면 추적(역추적 식으로)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종교계를 추적하다보니, 결국 참이라고 간주했던 A라는 근본적인 전제부터가 모순이더라고요. 이 A는 불교계에서는 윤회설이 되겠고, 다른 종교에서는 유신론입니다. 종교계가 가진 현 문제점을 정확히 분석하고 파악하는 데는 수학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화론’을 통해서 종교계의 이론들을 반박했다. “뇌는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여러 부위로 나눠져 있습니다. 해마가 상하면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것처럼 뇌의 특정 부분이 상하면 특정 기능이 사라집니다. 이렇게 뇌가 하는 기능을 하나씩 다 제하고 나면, 영혼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인간의 모든 것들은 뇌에서 관장하는 것일 뿐, 뇌를 떠난 다른 기능은 없습니다. 그것이 ‘영혼론’이 가진 문제점이라고 봤습니다. 옛날이야 뇌의 기능을 몰랐었죠. 장기의 기능에 대해서도 몰랐죠. 그런 것들을 몰랐던 옛날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 종교입니다. 지금은 뇌와 장기에 대한 기능들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왜 옛날 사람들이 만들어낸, 종교에서 하는 말을 믿어야 하는지 의심을 품었습니다. 종교에서 하는 말들이 이미 진화론이나 과학적 증명으로는 거짓이라고 모두 밝혀졌는데도 말이죠.” △종교계는 ‘환망공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망공상’이란 무엇인가? “‘환망공상’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부정, 중립, 긍정 모두 갖고 있죠. 예를 들어 ‘흑인은 열등한 종족이다. 따라서 노예로 부려도 된다’는 것은 망상입니다. 종교적으로 ‘천국을 봤다’, ‘극락에 갔다 왔다’ 등을 절대적인 확신을 갖고 믿는다면 그것은 환상입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것들이 가지는 악기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기능도 있습니다. 새로운 이론을 만들고 가설을 세우는 것에는 ‘상상’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 과학이나 문명을 발달시키는 힘이 바로 그것입니다. 종교계에서 버려야 한다고 말한 것은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환망공상’입니다. 불교에서 주장하는 윤회론 같은 것은 과학적 증명인 진화론에 의해 거짓임이 밝혀졌는데, 그것을 계속 믿고 주장하는 망상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교는 예수의 사랑이나 불교의 자비와 같이 망상이 아닌 좋은 것들만 취하는 식으로 변해야 합니다. 종교의 신비주의 적인 것들을 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불교닷컴’에 연재한 것들을 모아 출간했다. 진보적인 관점에서 비판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려움은 없었나? “(개인적으로는) ‘불교닷컴’이 진보적인 성향이 강해서 가능했다고 봅니다. 또, 불교가 다른 이론에 대해 포용적인 면도 한몫 했습니다. 칼럼의 댓글을 통해,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진화론을 부정한다는 것을 제보받기도 했지만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편씩 100회 이상 연재를 했고 이 책에 50편 정도가 들어가 있습니다. 칼럼 50편 정도 밖에 안 되는데도 책이 두꺼운 이유는, 칼럼 한 편이 A4용지 23장정도 되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논문칼럼’이라고 새로운 이름도 붙여봤습니다.(웃음)” △최근 현각 스님이 한국 불교계를 “돈만 밝힌다”며 비판한 일이 있었다. 비단 불교계만의 일이 아닐 텐데 “불교는 주지가 재정 관리를 마음대로 합니다.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사실은 종교도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세금도 내지 않고 소득신고조차 없으니 이런 일이 가능한 것입니다. 헌법에 의하면 종교인들 세금을 면해준다는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자발적으로 내고 있는 종교도 있지만, 그러지 않는 곳이 더 많죠. 종교에 대한 탄압이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세금이 ‘착취’의 기능도 갖고 있었죠.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착취하는 데서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종교인은 종교인이기 전에 국민입니다. 옛날과 같이 세금이 착취의 성격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종교계 역시 당연히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연구는 어떤 방향을 설정하고 있나?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가 성공하게 되면 150여년 만의 최초 발견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우리 연구팀에서는 결과에 대해 낙관적입니다. 종교에 대한 연구 역시 멈출 수 없습니다. 진화론과 과학의 관점에서 종교계, 특히 한국 기독교계와 불교계에 만연한 미신과 환망공상을 더 파헤칠 생각입니다. 종교계에서 권위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언행을 구체적 사례를 바탕으로 비판할 예정입니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 책의 마지막 문장은 ‘자유의 향기보다 더 달콤한 것은 없다’ 입니다. 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매우 높게 평가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땅이지요.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인류에게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부정적 의미의) ‘환망공상’으로 밝혀진 거짓은 버려야 하겠지만, 새로운 진리를 찾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상상을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오히려 (긍정적 의미의) ‘환망공상’이 반드시 필요하기도 합니다. ‘환망공상’은 버려야 하면서도 동시에 필요하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하고 기이한 것입니다. 종교계를 비롯한 현대 사회 역시 부정적인 ‘환망공상’을 버리고, 긍정적 ‘환망공상’을 통해 자유를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