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고전을 찾아서
몇 달 전에 <월간 김어준 part I>를 읽었는데,
그 책에서 우리나라 고전 <최척전>을 소개해주었는데,
너무 재미있을 것 같더구나.
그래서 그때 너희들한테도 <최척전>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잖아.
아빠는 <최척전>의 전문을 읽고 싶어서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고,
책 하나를 구입했단다.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한국 고전 문학 전집 시리즈였어.
이 책에는 최척전 뿐만 아니라, 주생전, 운영전, 상사동기…
이렇게 4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단다.
<월간 김어준 part I>라는 책에서 <최척전>을 소개해주었을 때는
분량이 꽤 많을 것 같았는데 그리 길지는 않았단다.
352페이지 안에 작품 4개가 한문 원문 전문과 한글 번역본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이 네 작품 중에 <운영전>과 <상사동기>라는 작품은
예전에 다른 출판사 책으로 읽은 적이 있단다.
다른 출판사에서는 <상사동기>가 <영영전>이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었어.
처음에는 다른 작품인 줄 알고 읽었는데,
읽다 보니 익숙한 줄거리 때문에 찾아보니 <영영전>과 같은 작품이더구나.
이 책에 실린 네 편 모두 재미있었단다.
이 책의 한가지 아쉬움 점이 있다면,
주석의 위치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품의 한문 원문보다
한글 번역본을 볼 것 같은데,
주석은 한문 원문이 있는 곳에 있었단다.
그래서 낯선 단어나 인물이 나오면 혹시 주석이 있나 한문원본의 페이지를 찾아가서
읽어봐야 했단다.
정말 번거로운 일이었단다.
머리말에서는 많은 주석을 정성스럽게 달아놓았다고 했지만,
주석 찾아 읽기가 이렇게 힘드니….
아빠는 거의 읽지 않았단다.
정말 궁금한 것만 찾아서 보았단다.
1. 주생전
먼저 <주생전>이라는 작품을 이야기해줄게.
주생은 명나라 사람이 있어.
배도라는 기녀와 사랑에 빠졌지.
배도가 기녀다 보니, 부잣집 잔치에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 주생은 배도를 만나지 못해 애가 닳았단다.
배도가 어느날 노승상 부인의 잔치에 갔는데,
주생은 배도가 보고 싶어서 몰래 뒤 따라 갔다가
또 다른 여인 선화에게 푹 빠지고 만단다.
완전 바람둥이로구나.
그 날 이후 주생의 머릿속에는 선화로 가득했어.
그런데 며칠 후 선화의 동생 국영의 개인 공부 부탁을 받게 되는 주생.
이름이 국영이라… 공부를 잘 할 것은 이름이구나. 국영수였으면 더 잘했을 텐데.
아무튼 주생의 입장에서는 이 찬스를 놓칠 수 없지…
처음에는 국영이 주생의 집에 와서 배웠는데,
주생이 직접 집으로 가겠다고 해서 선화의 집에서 선화의 동생을 가르치게 되었단다.
선화를 만날 타이밍을 보던 주생,
우연을 가장하여 선화와 말을 섞게 되고,
이후 둘은 사랑에 빠졌단다.
선수구나.
한편, 배도는 주생이 고무신 갈아탄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 때문인지 얼마 후에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단다.
그런데 얼마 후에 주생은 선화와 잠시 헤어질 수밖에 없었어.
그들이 공식적으로 사귀는 것이 아니고 몰래 사귀는 것이니 대놓고 찾아갈 수도 없고…
그런데 어느날 주생에서 선자리가 들어왔는데 바로 선화였단다.
이제 정식으로 만날 수 있고, 그것도 평생 함께 할 수 있게 된 거야.
그런데….
조선에서 전쟁(임진왜란)이 일어나서 명나라에 원군을 요청을 했어.
이때 주생도 그만 전쟁에 끌려가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결혼 날짜만 잡아놓고 말이야..
음.. 아무래도 첫사랑 기녀를 내친 것에 대한 죄값이 아닐지…
그렇게 주생은 조선에 오게 되었단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단다.
주생은 과연 다시 명나라로 돌아갔을까.
고전 소설 치고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끝난 것이
소설을 쓰다가 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2. 최척전
다음 작품은 <운영전>인데,
아빠가 예전에 읽고 쓴 줄거리가 있으니 오늘은 생략하련다. 이해바람~
짧게 이야기하면
김진사와 운영이 신선이었는데,
하늘에서 잘못을 해서 인간세계로 귀양 왔다가
유영이라는 사람을 만나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전해주는 작품이란다.
읽은 지 꽤 되었는데, 어렴풋이 줄거리가 생각나더구나.
…
그리고 다음 작품은 <최척전>
최척은 남원 사람이란다.
옥영이라는 이가 최척을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져 쪽지를 먼저 보내는 등 적극적이었단다.
조선의 여성의 이미지와 좀 거리가 있지만,
조선 시대에도 당당하게 사랑을 표현한 여성이 있었다는 것이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어.
둘은 그렇게 사랑에 빠졌단다.
최척이 아버지에게 옥영과 혼사를 부탁했고, 결국 혼인을 약속했단다.
그런데 시국이 흉흉했어.
왜놈들이 쳐들어왔거든.
그래,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였어.
변사정이라는 사람이 의병을 일으켰는데,
그는 최척을 데리고 갔단다.
최척은 그 전부터 소문난 활의 명수였거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앞두고 전쟁터에 끌려갔으니 어떻겠니.
최척이 전쟁에 가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옥영의 부모는 부잣집에 결혼 시키려고 했어.
마음에 드는 사람한테 쪽지까지 보내는 여자에게 강제 결혼을 시키려고 하다니…
옥영이 순순히 따라가겠니? 자실 시도를 했어.. 이에 옥영의 부모는 마음을 접었단다.
전쟁터에서 상사병에 걸린 최척은 시름시름 앓기만 해서,
결국 귀가 조치 당했단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최척과 옥영은 결혼을 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
아들 몽석도 낳았어.
그런데 정유년 왜가 다시 쳐들어왔단다. (역사에서는 정유재란이라고 하지)
그들이 살고 있는 남원도 침략을 받아서 지리산 속 연곡이라는 곳으로 피신했단다.
최척이 음식을 구라고 간 사이,
일본군이 연곡까지 쳐들어와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사라졌어.
최척이 왔을 때는 옥영과 아들 몽석도 사라졌어.
다행히 몽석은 할아버지가 찾았는데, 옥영은 보이지 않았어.
최척은 옥영을 찾으러 다니다가 명나라 장수 여유문을 만나게 되었어.
여유문은 활을 잘 쏘는 최척을 신임하게 되었고,
전쟁이 끝난 뒤에 최척은 여유문을 따라 명나라에 갔단다.
혹시 옥영이 그곳에 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명나라에서 정착한 최적.
옥영과 헤어진 지도 꽤 되었는데 계속 혼자 지냈어.
혼사 자리가 있었는데도 다 거절했어.
여유문이 죽고 최척은 학천이라는 상인을 만나 함께 장사를 했단다.
학천은 장사를 위해 멀리 안남(오늘날 베트남)까기 갔어.
그런데 그곳에서 정말 우연히 아내 옥영을 만났단다.
햇수를 헤아려 보니 4년만이었단다.
어떻게 그 먼 곳에서 옥영을 만날 수 있었을까.
…
옥영은 연곡에서 일본군 돈우에게 잡혀가 일본을 끌려갔단다.
옥영을 끌고 갔지만 돈우는 심성이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
옥영은 일본 나고야에서 남장을 하면서 지냈단다.
돈우도 옥영이 사정이 있는 것 같아서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고 지냈단다.
그거 집안일과 심부름과 고기 잡은 일을 돕게 했어.
돈우는 원래 고기 잡는 어부였는데 전쟁에 끌려갔던 거야.
어느날은 고기를 잡으러 멀리 언남까지 오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옥영은 남편이 즐겨 부르던 퉁소소리를 들을 줄 꿈에도 몰랐겠지.
그렇게 4년만에 만난 최척과 옥영.
둘의 사연을 들은 주변 사람들이 축하를 해주었어.
돈우도 옥영을 풀어주기로 했단다.
그래서 최척과 옥영은 명나라로 돌아가서 같이 살게 되었단다.
그리고 아들 몽선도 낳았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말이 쉽지 조선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았어.
세월은 예전에도 빨리 흘러갔나보나.
몽선이 어느덧 장성해서 결혼할 나이가 되었어.
이웃에 살고 있던 중국 처녀 홍도와 결혼했단다.
…
그런데 청나라 누르하치가 명나라를 공격하게 되었고,
최척도 징병 당해 명나라 군인으로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단다.
그랬다가 청나라에 포로가 되었어.
감옥에서 최척은 같이 포로로 있던 조선 청년을 만나는데…
둘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런, 그 조선 청년이 바로…..
최척의 첫째 아들 몽석이었단다.
둘은 얼싸안고 울고불고 난리났지.
둘은 풀려나서, 함께 남원으로 돌아왔단다.
얼마 만에 돌아온 고향인지…
부모님도 아직 살아계셨어.
그런데 놀랄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단다.
고향집 이웃에 진위경이란 사람이 있었어.
진위경은 원래 명나라 사람인데 임진왜란 때 조선에 원군 왔다가
조선에 정착한 사람이었어.
그런데 그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바로….
최척의 며느리 홍도의 아버지였던 거야.
그러니까 사돈인 거지…
오… 해피엔딩의 끝에 거의 다 왔단다.
중국에 있던 옥영은 명나라가 대패했지만,
조선군은 풀어주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쩌면 최척이 조선이 돌아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옥영도 조선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했단다.
아들 몽선, 며느리 홍도와 함께 그들은 먼 길을 떠났단다
배를 타고 무작정 조선으로 향했는데
이 또한 순항은 아니고,
해적을 만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조선 땅에 도착했단다.
그리고 남원으로 가서 남편 최척을 만나면서 해피 엔딩.
아참, 돌아가신 줄만 알았던 아버지를 만난 홍도도 해피 엔딩….
…
<월간 김어준 part 1>에서 <최척전>을 소개해주면서
조선판 <전쟁과 평화>라고 했는데,
정말 스케일이 엄청나구나.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이 다 나오고…
주인공들은 중국, 일본, 베트남까지 오가고…
우연적인 요소가 많긴 하지만,
그 우연이 재미를 더해 준 것 같았단다.
우리나라 고전 소설도 재미있는 소설이 많구나.
더 찾아 읽어봐야겠구나.
….
그런데 Jiny가 다니는 국어 학원에서 이번 달에 읽어야 하는 책 중에
<최척전>이라는 책이 포함되어 있더구나.
아빠는 몇 달 전에 제목조차 처음 들어 본 작품인데,
너희들은 꼭 읽어야 하는 책으로 선정된 것을 보니,
꽤나 유명한 책인가 보구나.
Jiny도 재미있게 읽었니?
….
마지막 <상사동기>란 작품은 아빠가 이미 오래 전에 읽었다고 했잖아.
찾아보니 2006년에 읽었구나.
당시 쓴 리뷰를 쓴 것이 있으니 오늘은 생략하마.
당시 쓴 리뷰를 다시 찾아서 읽어보았는데, 음 쑥스럽구나.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고…. 17년 전이라니…
자,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주생의 이름은 회다.
책의 끝 문장: 아, 애석할 일이다.
책제목 : 주생전, 운영전, 최척전, 상사동기
옮긴이 : 정환국
펴낸곳 : 문학동네
페이지 : 352 page
책무게 : 5247 g
펴낸날 : 2022년 09월 27일
책정가 : 16,000원
읽은날 : 2023.08.22~2023.08.23
글쓴날 : 2023.09.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