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뤼야, 더운데 공부하느라 힘들겠다.
지금쯤 '슬럼프'일 수도 있는데... 그런 건 아니겠지?
힘내라.
파이팅!
숙제:아침에 눈뜨면 '파이팅'이라는 말을 영문으로 열번씩 써보시라.
아마, 힘이 펄펄 날걸?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게.
이 아저씨가 아직 활발하게 나돌아 다니질 못하니 '컴퓨러' 앞에 있는
시간이 하루에 두어시간 되거든?
어제 시인촌의 산문방을 들여다보는데, 우리 중 3짜리 큰 놈이 그러는 거야.
"아빠, 이 누나 공부 잘해요?"
"아마 그럴 걸?"
"미모도 받쳐 줘?"
"아, 이 놈아, 아빠도 잘 모르니까 궁금하면 네가 물어봐."
"음, 아빠도 잘 모르시는구나."
그리고는 제 방에 들어가면서 중얼거리는 거야.
'미모가 안 따라주면 용서가 안되는데...'
뭐가 용서가 안된다는 건지는 나도 모르니 묻지는 마라.
녀석에게 대입준비 하느라 힘든 학생들 얘기 가끔 해주거든?
잠은 몇 시간 자고, 음식은 뭘 먹고, 운동은 뭘 하고,
게다가 마음가짐은 어떠해야한다는 것 등등
시시콜콜한 얘기지만 말이야.
자기도 내년부터 3년 동안은 죽어라 공부만 할 생각을 하니
끔찍한가봐. 가엾은 것.
근데, 나 이 아이한테 해준 말 있다?
들어볼래?
"큰 아들아, 이 아빠가 오랫동안 편찮으셨으므로 당분간 그렇게
많은 여유는 없을 것이야. 그러므로 하숙비 안드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야 할 게다. 그리고 내 듣자하니 저기 관악구에
있는 국립대의 학비가 매우 저렴하다더구나.
그러니 이 아빠를 도와주는 셈치고 거기 진학하기를 바라노라."
이녀석 팍팍, 스트레스 받대?
또 혼자 투덜거리는 거야.
"어휴, 우리 아빠는 도대체 용서가 안돼. 그까짓 몇 푼이나
더 든다고 인색하긴. 물좋은 신촌이나 우리동네에서 가기 쉬운
종암동에 있는 사립대가 어때서, 쳇!
우리아빠 속상하게 포항에 있는 학교로 가버려?
그러면 아마 나 보고싶어 죽겠지? 생각만으로도 고소하네. 흥!"
또 썰렁하지?
겨뤼야,
너 꼭 좋은학교 들어가야 된다?
그 다음에 시인촌식구들과 같이 겨울바다 구경 가자.
그때쯤이면 아마 나도 다 나아있을 걸?
수험생은 체력비축도 필요하니 심한 운동은 못 권하겠고,
아침에 일어나서 팔굽혀펴기 10회정도 하렴.
집중력 향상에 도움될 거야.
그리고...
무슨 말인가 해주려고 했는데 까먹어 버렸네.
에이, 모르겠다. 오늘은 이걸로 잔소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