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기만한 제주해군기지 사업에 대해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에게 드리는 공개질의
오늘부터 22일 동안 제18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됩니다. 이 기간 동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치열한 양강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제주해군기지 공사중단 및 재논의를 위한 제주지역교수협의회’(이하, ‘제주교수협’)는 두 후보가 정책 중심으로 정정당당하고 깨끗한 대결에 나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온 나라가 대통령을 뽑는 잔치마당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제주강정에서는 해군기지 공사강행을 둘러싼 공방이 하루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온갖 탈법적 공사 강행과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2012년 10월까지 650여 명을 체포ㆍ연행되었고 그 중 22명을 구속되고, 480여 명을 기소되었습니다. 최근에는 2013년도 예산확보 차원에서 24시간 공사가 강행됨으로써 경찰과 강정주민들 사이에 충돌은 더욱 심화되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황으로 변했습니다. 나라는 잔치를 벌이는데 제주강정에선 초상집 분위기가 만연합니다.
우리 ‘제주교수협’은 국민을 속이고 강행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사업에 대한 박근혜ㆍ문재인 두 후보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공개적으로 묻고자 합니다.
정부는 제주해군기지사업이 15만 톤 급 크루즈 선박이 자유롭게 입ㆍ출항할 수 있는 민군복합관광미항을 건설하는 사업이라고 강변하며 공사를 추진해 왔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제시한 공사추진 정당성의 근거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크루즈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이하, ‘기술검증위’)가 보고한 「크루즈선 입출항 기술검증 결과 및 조치계획」(이하 ‘보고서’)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보고서는 허위이고 기만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2011년 9월 민주통합당 강창일 의원에 의해 소위 이중 협약서 체결사실이 폭로되면서 제주해군기지사업이 실상은 민군복합관광미항이 아니라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사업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국회는 기술검증위원회를 구성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실을 밝힐 것을 권고했고 총리실은 그 권고에 따라 ‘민군복합형관광미항크루즈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이하, ‘기술검증위’)를 구성한 바 있습니다. 또한 기술검증위 등의 활동을 토대로 크루즈선 입출항이 가능하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크루즈선 입출항 기술검증 결과 및 조치계획」(이하 ‘보고서’)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2월 29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가정책조정회의는 그 보고서를 근거로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을 결정하였고, 그 후 공사는 본격적으로 강행되어왔습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이미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에 의해 기술검증위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짜 맞추기식 보고서라는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하였고, 지난 11월 19일에 개최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기술검증위에 참여했던 김길수 교수(한국해양대학교)의 증언으로 장하나 의원의 의혹제기가 사실임이 밝혀졌습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기술검증위의 보고서는 정부 측의 설계변경과 공사중단을 회피하고자 회의결과를 유도한 상태에서 작성되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정부는 그동안 공사강행의 거짓근거를 바탕으로 마치 제주강정해군기지가 민군복합관광미항인 것인 양 국민을 기만하면서 탈법적 공사를 강행해왔고, 이를 저지하려는 강정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파렴치한 만행을 저질러온 것입니다.
진심으로 두 후보에게 묻습니다. 아무리 국가안보와 관련된 국책사업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면서 탈법과 인권유린을 자행하며 진행되는 사업이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근혜 후보께서는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하여 "안보와 제주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크루즈 관광허브로 확실히 키우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께서는 "국회가 결의한대로 크루즈선 입항까지 가능한 민항과 기항 목적의 군항이 병존하는 형태여야 한다."며 "공사를 중단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사업내용을 재검토 하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사정과 진실이 밝혀졌는데도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어야 합니까? 박근혜 후보께서는 현재의 공사가 안보와 제주발전을 담보하는 관광허브가 될 것이라 보십니까? 문재인 후보께서는 민항과 기항목적의 군항이 병존하는 미항이 될 것이라 여기십니까?
그동안 우리 ‘제주교수협’은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중단되어야 하며 새 정부에서 재논의를 거쳐 계속 진행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공사가 거짓근거를 바탕으로 진행되어온 사실이 밝혀진 이상 우리의 주장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입장에 대하여 두 후보의 진심어린 생각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국민을 속이고 인권을 유린하는 정부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합당한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2012년 11월 27일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 및 재논의를 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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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교수협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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