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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nar]
LG전자 이희국 사장이 말하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 경영전략
최근 몇 년 사이, LG는 이런 저런 일들로 외신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해외시장에서 LG라는 브랜드는 크게 인식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해외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자, 외신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본다.
특히, LG가 수십 년에 걸쳐 세계의 전자시장을 지배해 온 일본에 필적할 만한 세력이 될 수 있겠는가 하는 호기심도 관심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라 본다.
실제 해외 진출이 우리 사업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전체 외형의 80%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소화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 브랜드를 해외에서 정착시키는 일은 사업의 성패를 가름할 만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우연히 <한국경제신문>에 실린 앨빈 토플러 박사의 신년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기사를 대략 소개하자면, 새해 화두는 컨버전스라는 것이다.
“지식정보화사회가 진전될수록, 산업과 산업간의 영역 구분이 빠른 속도로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컨버전스를 앞서서 실행하는 국가 또는 기업이 앞으로 주도권을 잡는데 유리하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하면서 “국가간 관계는 물론, 정부 및 조직 교육시스템도 이에 맞추어야 된다”고 한다.
컨버전스라는 말이 나오다 보니, 사실 개념이 자꾸 혼동되는 부분이 있다. LG광고를 보면, 컨버전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모델은 한국계 혼혈인 모델을 기용했는데, 서양적인 외모와 동양인의 정감이 컨버전스인지는 잘 모르겠다. 또 다른 CF를 보면, 국악 관현악단이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연주한다. 나는 그것이 컨버전스보다 퓨전이라는 개념이 더 맞지 않을까 싶다.
퓨전은 여러 가지 요소를 합쳐 전혀 새로운 형태의 맛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본다. 컨버전스도 그런 개념으로 볼 수는 있겠다. 다만 새로운 맛이 창출된다기보다 별도로 있던 기능들이 합쳐져서, 각자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쓰는 사람 입장에서 훨씬 편해지는 개념이다. 그렇기에 컨버전스와 퓨전은 공통되는 부분도 있지만, 조금 상이한 내용이 아닌가 싶다.
아날로그 시대의 기술은 제약이 많아서, 산업 간은 물론이고 산업 안에서조차 기기가 조금만 달라도 그 내용이 전혀 이동되지 않았다. 거꾸로 보면, 그런 내용이동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산업간에 벽이 뚜렷이 있었다. 그런데 디지털시대에 오면서, 놀랍게 빠른 속도로 이런 벽들이 허물어지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이런 현상이 모든 기기에 있어 구별을 없애 버렸다. 디지털시대에 와서는 아날로그시대에 산업간에 있었던 수직의 벽이 없어지고, 오히려 수평적으로 연결이 잘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제는 노래를 통신기기에서도 들을 수 있고, 방송기기나 컴퓨터에서도 들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통신전문기기·컴퓨터·방송용 라디오로 구별돼 있던 것이, 이제는 하나의 기기가 이 모든 일들을 다하게 되는 시대가 됐다.
이렇다보니, 어떤 물건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옛날과 같은 기기가 아니라, 디지털 컨버전스시대에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비즈니스도 이런 유사한 일들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집에서 TV를 볼 때, 예전처럼 안테나를 세워 수신을 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겠지만,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워낙 전국적으로 케이블이 놓여있다 보니까 케이블의 엄청난 밴드폭을 더 활용하고자, 전화서비스를 케이블로 하고 있다. 케이블로 전화도 걸고, TV도 보고, 인터넷도 한다. Triple Play Service가 바로 그것이다. 케이블 하나만 깔면, 세 가지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휴대전화서비스 하나를 더 붙이면 Quadruple Play Servicer가 된다.
방송 보는 케이블에 통신이 결합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이 되면서, 컴퓨터 이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컨버전스다.
옛날에는 방송하는 회사와 정보통신회사가 완전히 달랐지만, 지금은 방송과 정보통신이 구별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기술이 같고, 그것을 보는 기계가 같기 때문에 그렇다.
요새 DMB폰이 유행인데, 이것이 방송기계일까 아니면 정보통신기계일까. 이제는 구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구별을 하려고 애를 쓰면 문제가 생긴다.
이런 식으로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까, 산업간에 옛날에는 잘 맞아 들어갔던 구별이 이제는 의미가 없어지고, 종래에 산업을 구별하면서 나왔던 여러 가지 규제나 제도가 컨버전스 시대에는 맞지 않게 됐다.
이제는 은행에서 예전처럼 길게 줄서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지금은 대부분 ATM이나 뱅크온을 많이 이용한다. 통신과 금융이 휴대전화에 합쳐진 시대가 된 것이다. 종래에는 통신사의 경쟁사가 다른 통신사였다. 그런데 이제는 금융회사·컴퓨터회사·콘텐츠회사가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
통신 안에서도 그 동안 여러 가지 기술이 있었다. 한국·일본을 주축으로 한 CDMA 기술이나 유럽시장을 주축으로 하는 GSM 기술이 있고, 요새 뜨고 있는 기술로써 와이브로와 와이파이가 있다. 용어조차 따라 가기 힘들 정도로, 여러 가지 기술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기술들도 앞으로 가다보면, 하나로 녹아 들어가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이 된다. TV와 컴퓨터가 합쳐지고, 휴대전화와 방송이 합쳐지고, PDA와 음향기기 및 카메라가 합쳐지는 시대가 됐다.
디지털TV는 말은 TV인데, 사실은 컴퓨터다. 디지털 화질을 추구하는 엄청난 TV가 컴퓨터 안에 들어가 있다. 그런데 이런 것을 소비자들에게 설명하면, 어렵다고 절레절레한다. 또 기능이 너무 많다. 많은 기능을 일일이 소비자들에게 설명하면, 오히려 반응이 안 좋다. 대신 디자인이 좋다거나, 주요 장점을 말해주는 것이 어필이 된다.
휴대전화 분야에서도 컨버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내 주머니 속에 전화가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 했다. 당시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샀는데, 현재는 디지털카메라와 일정 등 개인정보 1만개가 들어간다.
앞으로는 휴대폰이 건강까지도 관리해 줄 것이다. 당뇨수치·콜레스테롤·혈압 수치를 재어 의사와의 상담시 정보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음성뿐 아니라 화상통화가 가능해지면서, 간단한 원격진료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해야 할 일을 휴대폰이 상기시켜 주고, 각종 종합정보를 알려주는 똑똑한 가전비서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시대가 곧 온다.
집에서도 TV와 컴퓨터가 연결되어 홈 네트워크가 가능하고, 길거리에서는 전화가, 운전시에는 자동차에 장착된 텔레매틱스가 위급 상황에서 구제해 주게 된다.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더라도, 그 순간 위기신호가 센터로 전달되어 구조를 받을 수 있다
이제는 뛰어난 기술과 제품을 경쟁자보다 한 발 앞서서 만들고, 고객의 입장에서 적절한 가격과 높은 가치를 갖지 않고는, 기업이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아날로그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 오면서, 단순히 산업간 경계만 무너진 것이 아니라 기술 선진국과 기술 후진국 사이의 구별이 없어지고, 구분이 힘들어지게 됐다.
디지털기술이 나옴으로 해서 종래에는 미국·유럽·일본·한국·대만으로 구성되던 세력구도에서 갑자기 중국과 인도가 엄청난 세력으로 등장하는 시대가 됐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기술 때문이다.
20년 전에는 미국의 시골에 해당하는 아이오와주에 있는 평범한 대학의 평범한 학생이, 인도에서 소프트웨어로 유명한 방갈로르에 있는 수재보다 취업에 있어 유리했다.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라던가, 지리적인 위치의 차이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했다. 그 아무리 천재라 하더라도, 방갈로르에 있는 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인터넷이 전 세계에 깔리면서 지리적 제약이 한 순간에 없어지자, 인도에 있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일들이 몰려들었다.
처음에는 저급의 일들만 했지만, 지금은 아주 고급스러운 일조차도 전부 인도사람들이 한다. 미국 회사에서 저녁에 퇴근하면서 자료를 인도에 있는 동료에게 전해주면, 낮 시간인 인도에서는 일을 해서 미국의 동료가 출근하기 전에 다시 보내준다. 오히려 지리적 간격이 더 유리하게 작용하게 됐다.
컨버전스 시대는 “종래의 확고한 리더들이 거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시대다.
이제 남아있는 유일한 것은, 어떻게 하면 이 엄청난 경쟁에서 남들과 차별화 되는 제품을 남들보다 더 빨리 만들어서, 제공할 수 있느냐다. 그렇게 한 발 앞선 전략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만이 유일하게 먹고 살 수 있는 길이다.
컨버전스는 여러 가지를 합쳐야 하기 때문에 고단하다. 옛날에는 한 가지만 하면 됐기에,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휴대전화 안에 사진기·컴퓨터·음악·TV·건강 등이 들어가면서, 기술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됐다.
얼라이언스를 잘하고 파트너십을 잘 구축하는 등이, 이제 경쟁사와 나를 구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산업 경계가 분명했다. 각각의 영역에서 헤게모니를 차지하고 있던 사람들이 리더십을 유지하면서 잘 먹고 잘 사는 시대였는데, 디지털기술로 바뀌면서 누구든 두뇌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그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때가 됐다.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조직이나 국가는 잠재적으로 내적 파워를 키워, 그 자들이 리더가 되는 시대다.
나는 지금이 기회라고 보고 있다. LG는 전화사업도 했고, TV나 컴퓨터도 했다. 실제로 우리 연구소 안에 거의 대부분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발 빠르게 대응하는데 있어 상당히 도움이 된다. 이것을 경쟁우위로 써야겠다고 보고 있다.
얼라이언스를 잘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차선책이다. 자기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과 요소들을 잘 조합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면, 대단히 유리할 것이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것만 잘 넣어서, 소비자들에게 높은 가치와 적절한 가격으로 많이 팔아야 한다.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종전에는 일본이 앞서고 우리가 뒤처져 있었다. 그런데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게임의 룰도 바뀌었다. 지금까지 앞서 달려야만 했다면, 이제는 오른쪽으로 달려야 하는 식이다.
그러므로 모든 이가 다시 처음부터 출발선에 서게 된 것이다. 기술과 패러다임이 바뀌면 그러한 시대가 올 수 있다. 이것이 누구에게는 위협이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컨버전스가 끊임없이 자꾸 나올 때, 과연 우리가 중국이나 인도의 도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가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첫댓글 ^^오호 컨버전스 사전찾아보려다 귀찮아 관뒀는데 고맙슴다^^ 평화를~
오호 , 컨티뉴님 안녕하셈?? 올만^&^*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