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간만에 쾌청한 날씨로 돌아왔다.
한동안 가뭄에 시달리다가 오지않는 비를 기다리는 기분은 그야말로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갈 정도였고
와중에 무설재 텃밭의 야채들은 성역없이 쳐들어오는 고라니와 멧돼지와의 전쟁도 치뤄야 했다.
그래서 짐승들에게 노력봉사로 얻어지는 야채들을 헌납하기 싫어 별 수 없이 가림막을 쳐놓았다 여기저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호시탐탐 무설재 텃밭을 노리는 짐승들 덕분에 아예 무설재 명견들의 주거지를 옮겨놓기도 했다.
더군다나 백년만에 한번 핀다는 고구마꽃 까지 피어나니 그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지라 기꺼이 야채 건사를 위한 노력이 추가되었다.
게다가 무더움에 왕성하게 덤벼드는 진딧물-온갖 꽃들과 야채 줄기나 이파리에 붙어있는 하얀 물체들이 진딧물인지도 몰랐다-과
농약을 치지 않는 탓에 날이면 날마다 포식하러 찾아오는 해충과 곤충들까지 정말 신선한 먹을거리를 지켜내는 노력은
그야말로 온갖 것들과의 전쟁터이기도 하다....물론 개념과 상관없이 무차별로 약을 쳐댄다면 그런 고생은 안해도 되겠지만
그래도 시골살이를 자청한 이상 그러면 아니되는 법이니 어찌 견뎌보지만 야채 포식자들의 공략엔 당할 재주가 없어 그냥 되는대로 먹기로 하고 포기 중이다.
어쨋거나 늘 이맘 때면 사는 동안 견뎌야 하는 별별 사건과의 사투는 당연한 거다.
와중에 스스로 몸 되살림 작업에 들어갔다.
더 나이가 들면 몸을 재생시키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더욱 망가져 버린 몸으로는
회생 불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 몸을 돌아보기로 했다는 것.
해서 시작한 것이 치과 치료와 몇 해 전에 해산물 독에 강타 당한 "간"을 다시 한 번 살펴보기로 한 바
6월 내내 자연치유 한의원으로 출근하여 건강한 간을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말하자면 아, 그 어렵다는 갱년기 증상도 기꺼이 끗끗하고 식씩하게 스스로 해결하여 이겨냈는데 뭘 못하랴 싶어 다시 몸 되살림을 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지난 번에 넘어져 시원치 않은 발목과 뒤로 벌러덩 넘어져 다친 엉치 꼬리뼈까지 치료하면서 더불어 간을 다스리기로 한 것인 게다.
그러다보니 한달이 어찌 지나가는 지도 모를 와중에 다시 치과 치료까지 병행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일상이 어찌나 팽팽 돌아가게 되는지 그야말로 정신이 없다 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치과치료라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어서 신경치료라는 것을 하다보면 그야말로 징하게 몸이 저릿저릿하고
온 몸의 근육이 죄다 일어서 긴장을 하게 되니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집에 오면 괜히 파김치가 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끝나기까지에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시간 조절도 잘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도
워낙 쥔장이 치료받는 "예인치과"는 아주 철두철미하게 환자의 입장에서 치료를 하다보니
늘 며칠간 치아에 대한 여유 공백기를 갖게 하므로 한의원 치료까지 병행하는데 별로 어려움은 없다.
어쨋거나 요즘 여러모로 다시 한번 몸 되살림을 하다보니 외부로 외출해야 하는 다른 일정들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찾아드는 사람들과 다담을 나누는 와중에도 이빨 빠진 새앙 쥐마냥 앞니 없이 대화를 하게 되는데
그것이 또 모양새가 완전 웃기는 모드요 꼴불견도 그런 꼴불견이 없지만 또 지키라는 것은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성질이다 보니
웬만하면 새로 만든 가이빨을 착용하지 않고 지내는 것이 더 낫다는 의사의 말에 그냥 모르쇠로 앞니 없이 살고 있다.
그런 까닭에 바깥 외출은 자제하는 편이고 그러다보니 더러 치과에 가서 그곳의 실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늘 아침 열시에 예약을 해놓아 아침 일찍 서둘러 가게 마련이지만 그렇게 치료를 끝내놓아야 오후 일정을 할 수 있는 것.
아무래도 서둘러 치과를 찾아가게 되다보면 건너편에 앉아 예인치과 실장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게 되는데
그동안 보아온 많은 실장들 중에서는 갑중에서도 슈퍼갑으로서 완전 최고 점수를 줄만하더라는 것.
바지런하기는 이루 말할 수 없고 눈치는 백단이라 치료가 끝난 손님이 나올 즈음이 되면
환자의 소지품들을 챙겨와 가지런히 놓아주는 센스는 또 기가 막힐 정도로 굿굿굿.
아니어도 의사 선생님 실력도 굿이요 친절하지만 말은 별로 없으며 비주얼도 훈남이라 즐겁게 찾아들기는 하는데
실장님의 다양한 면모를 살피는 재미도 플러스 알파라 치과가는 일이 아주 어렵지많은 않다.
와중에 사소한 배려가 사람을 감동 시키고 작은 말 한마디가 사람들에게 반향을 주는 것이라 친다면
그 실잘님이 쥔장에게 전달해준 아주 사소한 배려는 두고두고 오래도록 잊지 못할 감동이 되겠다...다른 환자들에게도 그렇겠지만.
처음 안성에 거주지를 옮기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예인 치과"를 딸과 함께 찾아들었을 때는
치과 전용 주차장이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도로변에 있는 시에서 운영하는 시간당 1,000원 짜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었다.
사실, 보통 치과 치료라는 것이 예약하지 않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요 예약 손님 우선인 것.
그날도 불시에 찾아든 값을 하다보니 꽤 시간을 흘려보낸 채 치료가 끝나고 돌아서려는데
"저어, 혹시 차를 가져오셨나요? 그렇다면 어디에 두셨는지요"
"저는 길가에 주차해두었어요..치과 전용주차장을 잘 몰라서"
"아, 그러면 제가 주차비를 드릴테니 이것으로 해결하세요"
"아니에요...제 개인 주치비를 어찌 치과에서 내줍니까? 괜찮아요"
"아닙니다, 원래 전용주차장에 주차하면 저희 고객께서 주차한 비용을 저희가 당연히 내어드리는 것이 원칙인데
그곳이 아니더라도 저희 병원에 오시기 위해 주차하셨으니 저희가 그곳 주차비도 드리는 것이 맞는 거죠"
그렇게 받아든 단돈 2천원의 배려는 오래도록 감동으로 기억되어 지금까지 깊은 울림으로 남겨져 있던 바
다시 한 달 전부터 시작된 치과 치료를 하면서 예전에 받은 그 감동에 대해 계속 입다물고 있다가
작년 이맘 때 쯤의 그 상황을 실장님에게 엊그제 다시 거론하자니 그 실장님은 기억하지 못한다며 몸 둘 바를 모른다.
그러니까 베푼 사람은 잊고 살고 받은 사람은 감동 마인드로 내내 그 배려를 마음에 담고 산다는 말이 되겠다.
작은 배려로 인한 사소한 감동이 사람의 마음을 흔들며 그곳을 생각하면 그 사람이 기억되는 그런 현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다른 곳으로 갈까 하다가도 다시 찾게 되는 것...그것이야말로 사람이 우선인 배려심으로 부터 출발하게 된 좋은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좌우지간 결국 앞니는 뽑혀졌고 다음 주에는 수술을 하게 될 것이요 그러다 보면 임플란트라는 세상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애초에 조금의 이상이 감지되었을 때 방치하지 아니하고 신경을 썼더라면 임플란트까지 가지는 않았을텐데 싶어개인적으로 아쉽기만 하다.
무쇠같은 이빨인줄 알고 마구 대하고 함부로 사용하며 대우하지 못했던 스스로의 처사에 화가 나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제 몸을 들여다 보고 하나하가 건사해 나간다면 자식들에게 민폐끼치지 않는 삶이 되겠지 싶어
장마로 난리굿이던 맑은 날에 무더움이 쳐들어오던 나는 하던대로 한결같이 또 제 몸 되살리기를 할 것이다.
근데 치과 치료를 왜 사람들이 꺼리고 스스로도 찾아가기를 주저하고 어려워했는지는 이해가 되긴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은 경험을 해야만 이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면서
잠깐 끼워본 가이빨의 불편함을 느껴보면서 에전에 우리의 부모님들은틀니라는 것을 어찌 끼고 다니셨을까 생각해보았다.
참으로 불편하셨을 텐데 말이다.
오늘은 햇살이 쨍쨍...쾌적하고 유쾌한 하루가 될 것 같다.
첫댓글 에효~! 100% 공감~! 공감 합니다~!
ㅎㅎㅎㅎ 요즘 우리가 그럴 때 인 거죠.
여기저기 고장난 것들 투성이이라서.
지줏대에 펫트병을 꼿았더니 달그락 소리 때문인지 두더쥐의 기승은 좀 잠잠 해진 듯 합니다.
빈 깡통 속에 돌멩이를 넣고 침입방지 그물에 메달아 두면 효과가 있을듯 합니다.
군 경계 철책이나 해안 경계 철조망에 설치 한 것 처럼요.
또 하나는 은박지를 붙이거나 활용한 바람개비를 설치하면 좋을것 같습니다.
암튼 여러 방법을 사용해 보았으나 무용지물이다가
무설재 명견을 데려다 놓았더니 그나마 잠잠하더라구요.
어쨋거나 함께 사는 것은 맞는데 너무 활동 법위가 넓은 짐승들이 좀 그렇더라구요.
해충도 자기 생존법으로 넘쳐난는 것도....
알려주신 방법을 참고로 하겠습니다.
이빨 빠진 새앙쥐 모양이라도 여전히 에너자이저 이시네요
힘든 임프란트 시술 잘하시고.....
짐승과 해충들 사이 또 여름이 시작되고 지나가겠지요
친구와 전화중에 " 이게 사는것인갑다" 하고 산다더군요
공감입니다^^
ㅎㅎㅎㅎ 그러게요...이렇게 사는 것이 사는 것 안 갑다 라고 말할 수 잇으면 그나마 다행인 삶인 듯 합니다.
그런 것 조차 느낄 여유도 없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당분간은 이빨 빠진 새앙쥐 모습으로 겨뎐야 할 듯 합니다.
진향님도무더운 여름날을 잘 지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