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래프팅을 하고 테를지에서 울란바트르로 돌아오는 길이어서 다들 벌개진 얼굴로 세상모르고 차에서 골아 떨어졌었다. 호텔에 내리자마자 눈에 보이는 것이 호텔 옆의 한국레스토랑이다.
여행을 와서 한국음식을 생각 없이 여러 번 먹었던 적은 처음이다. 눈에 익은 한글이 먼저 보여서이겠지만 코너만 돌아도 한국음식점의 한글이름이 보일만큼 많다.
나른한 몸으로 들어가니 벌써 몽골 인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있다.
고기는 사람이 먹는 것이요 풀은 동물들이나 먹는 것으로 치부하던 몽골인들이 풀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음식을 정말 잘들 먹는다. 1990년 수교이후 가까운 이웃처럼 일자리를 찾아서 여행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갔을까.
레스토랑만 봐도 편의점에 있는 한국공산품과 식품만 봐도 사람만 오고 간 것이 아닌 것이다.
다음 날 시내에 나가 놀 때 들어간 백화점에는 한국식품과 공산품이 가득하고 심지어는 한국 브랜드 카페까지 들어와서 성업 중이다. 들어가서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를 시켰는데 11,800투그릭이다. 한국의 커피가격과 만만하다. 한 달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급료가 2015년 6월 현재 30만투그릭에서 45만투그릭인 걸 감안하면 정말 비싼 가격이다.

길에서
만난 몽골의 아가씨
멋진비율에
아우라까지 갖췄다.
이처럼 생각보다 물가가 비싼 이유는 인구가 너무 적을 뿐만 아니라 석유정제 공장이나 화학공장, 자전거, 시계, 샤프나 볼펜 등 심지어는 연필까지 생활용품과 관련된 물건을 만드는 공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세계 10대 자원 부국일 뿐 아니라 지금은 노트북, 전기버스 등을 만들 수 있으며 밀생산은 자급자족 단계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게다가 몽골의 물리학자들은 태양에너지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항공은 몽골국영항공사인 MIAT항공과 나란히 인천 울란바트르 간을 취항한다. 몽골로 갈 때는 MIAT항공을 이용했는데 수속을 대한항공 자리에서 했었다. 살짝 의아했지만 알고 보니 대한항공과 MIAT항공은 서로 협력관계다.
어찌됐든 몽골과 뭐든지 잘 만드는 한국은 이 시점에서 다정한 오누이처럼 도움을 서로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 같아서 흡족한 정도는 아니지만 마음이 편하다.
돌솥비빔밥은 12,000 투그릭이니 한국과 가격도 비슷하니 몽골에서는 좀 비싼 편에 속하긴 하다. 옆 테이블의 몽골인 손님들이 우리처럼 쌈을 싸 먹는 것이 신기하다.
바쁜 와중에도 레스토랑 사장님께서 오셔서 한 말씀 하시는데 9년째 UB에서 살고 계신다고 하셨다. 이 곳에 와서 사업을 하면서 고생을 하신 이야기를 하시는데 어디 간들 이만큼 안하실까 싶기도 하다.ㅎ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생각나서 “일하는 것은 어떤가요?” 물으니 고개를 흔든다. 마음에 안 드신 거다. 첫째, 몽골인들이 적응이 빠르단다, 부정적인 의미로 소위 얄팍하다는 의미 같다. 둘째, 시간을 안 지킨다고 한다.
9년을 사업체를 이끌면서 사신 분이 말씀하신 것은 맞는 것도 같지만 다시 생각하면 맞는 말도 아니다.
그들과 많이 살아보진 않았지만 그들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할 수 있는 변명을 해 볼까 한다.
첫째, 몽골인들이 현지적응에 빠르지 않으면 그들은 이미 몽골인이 아니다. 유목을 하는 다부진 몽골인을 한 번이라도 가까이에서 제대로 본 사람이라면 그들이 얼마나 판단이 빠르고 강인해야만 초원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둘째, 시간을 지키지 않는 이유는 몽골인들이 사는 땅이 그 답이다. 간혹 한국인들은 “우리도 옛날에는 그랬잖아, 코리안 타임~!”하지만 그 말은 적절하지 않다. 이들이 사는 몽골 땅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땅이다. 땅이 약속을 지켜야 지킬 수 있는 것, 하루에도 모든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몽골에서는 그들이 도착하는 때가 약속시간이다.

한
레스토랑의 벽에 붙어 있던 그림
몽골왕비들의
복식을 하고 있다.
자이승기념탑과 이태준열사 그리고 복드항(칸) 궁전
울란바타르를 떠나기 전 기차는 늦은 오후 기차여서 오전 시간이 널널하다. 호텔에서 택시로 8,000투그릭에 자이승기념탑이 있는 곳까지 왔다. 10년 전 자이승기념탑에서 내려다보면 흐르는 톨강 너머로는 아무것도 없는 시골 풍경이었는데 10년 만에 대 도시가 되어버린 도심이 톨강까지 와 버렸다.
예전보다 훨씬 허름해진 기념탑에서 타박타박 내려와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건너편에 낯익은 정자가 보인다. 바로 이태준열사의 기념공원이다.

자이승기념탑
탑보다는
뷰가 좋은 곳이라서 찾는 이가 많다.

자이승탑에서
본 UB, 아래
쪽에 흐르는 것은
톨강
몽골을 점령한 러시아의 미친 운게른의 부하들에게 38세의 나이에 의미 없이 처형당한 목숨이 슬프고 애처롭다.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꿈은 밤에 잘 때만 꾸는 것이라 접어두고 먹고살기 위해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고, 어른들은 찰나의 욕망과 눈앞의 이익에 쫓겨 관용과 사랑에 무관심한 현재의 우리들, 살아생전에 누구도 하지 못한 보편적인 사랑을 실천한 이태준열사에게 존경을 보낸다.
멍하니 열사의 사진을 바라보다가 암울하고 혼란했던 그 시절에 누구보다도 의연했던 그 분의 젊은 날을 유추해본다.
기념관을 나와 이곳저곳 다니면서 공원을 가꾸시는 부부를 만났다. 기념공원의 관리를 해 주시는 분으로 기본적인 한국어는 구사를 하신다. 그냥 고마워서 두 손을 잡았다.

이 곳에서 멀지 않은 복드항궁을 간다하니 문 앞까지 부부가 나오셔서 택시를 잡아주신다.
복드 칸(자나바자르 8세)은 몽골의 마지막 왕으로 이태준열사는 그의 어의로 활동하였다. 여름궁전은 없어졌고 러시아식으로 지어진 겨울궁전과 낡아서 더 눈이 가는 기품 있는 목조건물 몇 채만이 남아있다.
궁이 남아있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오랫동안 몽골의 지배를 받았던 러시아의 몽골의 역사(칭기즈칸) 말살정책은 극을 달했었던 것 같다.
겨울궁전 안에는 칸의 개인 수집으로 만들어진 동물들의 박제콜렉션이 눈에 띄고 자나바자르의 작품들을 이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


복드항(칸)겨울궁전
* 6월 16일 저녁기차로 울란바타르를 떠난다.
몽골의 물가는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에겐 싼 편이다. 10여 일 동안 3번 환전을 했는데 2015년 6월 현재 US100달러에 170,000 투그릭, 180,000투그릭, 185,000투그릭에 환전을 했다. 어디에서 하느냐에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은행이나 국영백화점에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첫댓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고마워요^^건강하시죠?
재미있는 후기글 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