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충격전 섹션2 '사랑'을 보고..
미술대학 서양화과
4867821 김보람
서울독립영화제 순회상영을 보러간 이후 두 번째로 향한 동성아트홀, 이번에 보게 된 건 애니충격전의 사랑이라는 주제의 섹션이었다. 짧으면서도 인상을 강하게 남긴 4편. 4편 모두 각각 개성있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작품들의 제목은 블랙 온 화이트/ 애완동물 가게/ 딜리버리/ 태양마 로서, 각각 다른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었지만, 모두 사랑을 그리고 있었다.
첫 번째 작품인 블랙 온 화이트는 굉장히 쉽고 흔한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흥미롭게 본 것 같다. 자신과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 아이를 쫒아내어 버리는 부모들.. 그리고 그 쫓겨난 아이들이 모여서 만든 공동체. 비참하게 쫓겨낫던 아이들은 어느새 그들의 부모보다도 더 당당하게 보금자리를 형성하게 된다. 다양함.. 이 영화는 아마도 다양함을 말하려고 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을 도외시 하는 사회를 꼬집은 건 아닐까..
두 번째 작품인 애완동물 가게는 두 동물들이 각기 주인을 찾기 위해 벌이는 경쟁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랑을 갈구하며, 사랑을 받기 위해 기를 쓰는 두 동물들을 보면서 굉장히 재밌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좀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3D라서 굉장히 색채도 화려하고, 생동감도 있어, 눈이 즐거웠던 영화였다.
세 번째 작품인 딜리버리. 이 작품은 정말 강렬했다. 매캐한 공장 매연으로 뒤덮힌 색이 없는 회색 도시. 그곳에는 공장 하나와 한 노인이 사는 집 이렇게 달랑 두 개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노인은 그 생명력 없는 도시에서 꽃 한 송이를 피워내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한다. 어느 날 노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소포를 받게 되고, 그 소포는 다름 아닌 그가 살고 있는 도시 그 자체였다. 노인은 단호하게 공장을 삽으로 들어내고 그가 피워낸 꽃을 도시에 심는다. 도시에 매연이 걷히고 생명력이 꽃피는 순간이다. 현대 문명을 냉정하게 꼬집는 영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우리의 미래가 될 수 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미래를 막기 위해선 우리가,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무엇이 그 다음인지 확실하게 가릴 줄 알아야 하지 않나 싶다. 예컨대, 자연이 문명의 위라는 것..그렇지 않을까...
가장 길었던 네 번째 작품 '태양마'. 이 작품에 대해선 좀 더 자세히 감상문을 써보고자 한다.
주인공은 일명 '부러진 다리'라고 불리는 한 인디언 소년이다. 소년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무척 뛰어났고, 얼굴엔 늘 웃음기가 가득했으며, 당당하고, 자신감 넘쳤다. 자연 속에서 밝게 뛰노는 아무 탈없는 건강한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백인들이 쳐들어오면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어 버리고 만다...
훌쩍 커서 어느덧 청년이 된 그는 어딘지 맥이 빠진 얼굴이다. 백인들의 공격에 그만 다리가 부러져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는 그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부모님도 전쟁통에 잃은 것 같다. 다른 아이들과도 좀처럼 어울리려 하지 않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은 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 속에 동화되어 사는 것. 방울뱀과 달리기 시합을 하는가 하면 나무를 타고 올라가기도 한다. 반면에 백인들은 자연을 자신들의 밑에 굴복시키려들고, 강제로 자연을 이용하려고만 한다. 수많은 말떼를 줄에 묶어 끌고 다닌다. 말을 길들인다는 명목 하에 그들을 줄고 구속하고, 발에 날카로운 금속을 달고 말을 타는 등 무자비한일들을 일삼는다.
그러나 말들은 주인을 버리고 도망쳐 버리고, 곧 우연히 그 인디언 청년을 만나게 된다. 청년은 그를 빛나는 말이란 의미에서 '태양마'라 이름 붙이고, 그의 줄을 풀어주며, 진정한 친구가 된다. 말도, 청년도 자연 속에 하나가 된 듯 유유자적 살아간다. 말과 친구가 되면서, 그리고 말을 타고 이리저리를 누비면서 그는 아마 자유롭고 자신감 넘쳤던 소년시절을 떠올렸던 것 같다. 자유로움 속에 기뻐하며 달리는 청년..
그러나 그렇게 달리던 그는 총으로 무장한 백인들과 맞닥뜨리고, 말과 함께 도망가기 시작한다. 비록 청년이 총에 어깨를 맞긴 하지만, 말은 그를 버리지 않고, 그를 위해 열심히 달리고 또 달린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그를 걱정하던 인디언 부족의 품으로 안기는 청년. 그들은 싸움을 피해서 다른 살기좋은 땅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이 애니메이션은 끝이난다.
나는 동물과 사람이 교감하는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런점에서 인디언 청년인 부러진다리와 태양마의 순수한 우정은 정말 인상깊었다. 자연과 하나되어 살아가는 인디언 부족과, 자연을 거스르고 이용하며 살아가는 백인들의 극명한 대비는 정말이지 작품 속에 아주 잘 나타나 있는 것 같다. 자연 속에 동화되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인디언 부족의 삶은 아주 평온하며 잔잔하며, 여유있다. 그러나 자연을 자신의 밑으로 억누르려고 하는 백인들의 삶은 소음이 끊이질 않고, 혼란스러우며, 불안해 보인다. 어쩌면 쭉 행복하게 자연속에 살아갈 운명이었던 인디언 부족은 백인을 때문에 힘겨운 위기를 맞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부러진 다리 역시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마지막에 인디언 부족이 전쟁을 피한 것은 사실 약간 의외였지만, 그 역시도 어쩌면 무의미한 싸움을 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피하려는 그들의 어떤 의미에선 배려심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총이라는 엄청난 무기에 대적하는 것에 따른 무리도 있었겠지만 또다시 부러진 다리와 같은 전쟁의 상처를 입을지도 모르는 아이들이나 연약한 이들을 위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잔잔하면서도 깊은 내용을 담고 있어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해주는, 마음 따뜻한 좋은 영화 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