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TAL SIN - 50 - 환상
작성자 전함....-_-
"아아, 또 지각이야!"
세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에드윈 목사는 응 하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얼른 책들을 집어들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세티!"
그가 불렀지만 세티는 듣지 못한 것 같다. 그녀는 급하게 복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세티!"
뒤늦게 쫓아나온 에드윈 목사가 다시 불렀지만 그녀는 여전히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세티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이건.... 환상인가?'
그래. 아까전까지 나는 지하에 있었어. 하지만 무슨 이유로 이 환상을 만들어낸거지? 악마인가? 하지만 별로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군. 그래 어디 한번 따라가보자. 이 상황에선 어차피 따라가게 되어있을테니.
에드윈 목사는 바로 옆으로 즐겁게 웃으면서 지나가는 여학생들을 보았다. 그녀들의 모습 뒤로 지금은 져버렸어야 할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볼 때 이 환상 속의 시간은 지금이 아닌건가?
에드윈 목사는 세티를 계속 따라 달린다. 세티는 어느세 공원을 가로지르는가 싶더니 잠시 멈추었다.
"응?"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옆길로 새기 시작했다.
"세티 어디로 가는거야?"
어차피 세티는 듣지 못하겠지만 에드윈 목사는 이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라 모르겠다."
세티는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수풀을 해치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쪽은 에드윈 목사도 한번도 와보지 않은쪽이라 그도 생소했지만 어차피 따라가기로 한 이상 그도 같이 수풀을 해치며 달려갔다. 알고보니... 성당에서 가까운 샛길인데 학원으로 금방 통하는 길이었던 것이다.
'이 길로 늘 달렸던 것인가...."
세티는 토끼처럼 내달렸고 마침내 그녀앞에 나타난 오래된 건물에 붙은 인적이 드문 작은 복도로 들어섰다. 에드윈 목사도 그녀를 따라 달려갔다. 세티는 모퉁이를 돌아서서 사라진다. 그와 거의 동시에.
"와악--"
우당탕.... 이게 무슨 소리? 에드윈 목사도 얼릉 복도 모퉁이를 돌아섰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바닥에는 공사중이 인부들이 가져다놓은 곡괭이들이 부스러기들과 함께 널부러져있었고, 세티가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가운데 옷을 털며 일어서는 아드리안 추기경이 보였다. 그는 이마를 짚으면서 일어서고 있었다.
"넌 누구길래 이곳을 함부로 다니는 거지?"
아드리안 추기경의 서릿발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세티는 그 말에 흠짓 놀라더니 금세 움츠려들고 있었다.
"아니.. 저는..."
"이곳이 함부로 올 곳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닐테고 입학한지 얼마 안되었으면서 벌써부터 소란피울 기미가 보이는군."
저 추기경은 전엔 성격이 더 심했었군. 에드윈 목사는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세티는 붉은 옷의 사람 앞에 완전히 기가 죽어버린 듯 했다.
"추기경님...."
세티가 입을 열었다. 아드리안 추기경이 그녀를 다시 쳐다보았을 때 세티가 조금 억울한 듯 말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불편하셨다면 죄송해요. 하지만 아까 그 말은 정말 너무한 거 아시죠?"
"......."
"저는 그런 애가 아니라는 걸 알아주세요!"
세티가 말에 힘을 넣어가면서 말하는 것을 보면서 에드윈 목사는 훗 웃었다. 반면 아드리안 추기경은 한숨을 쉬었다.
"어서 가라."
이 말과 함께 돌아서서 걸어가는 추기경의 뒷모습을 보고있던 세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추기경님.... 몸은 괜찮으세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돌아서는 추기경을 보면서 세티가 빙그래 웃었다.
"아까 공구들에 부딪힐 뻔한 거 막아주신 거 고맙습니다."
추기경은 이 말에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돌아서서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추기경님."
에드윈 목사와 추기경이 동시에 응? 하고 말했다. 세티가 바닥에서 뭔가를 주워올리고 있었다. 붉은 보석이 박힌 로사리오다.
"추기경님, 이걸 떨어뜨리셨네요."
"......."
추기경은 무의식중에 한 손을 가슴 앞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그는 돌아서지 않았다. 다만 고개만 돌리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내 것이 아니구나."
"네?"
에드윈 목사는 세티 곁으로 가 로사리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추기경을 쳐다보았다. 추기경은 여전히 완전히 돌아서지 않은체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
"내것이 아니란다."
"그래요?"
세티는 놀란 눈으로 로사리오와 추기경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로사리오의 십자가를 내밀며 말했다.
"저기 그럼 추기경님, 이 주인을 찾아주시겠어요?"
추기경의 눈동자가 한층 짙어졌다.
"네가 목에 걸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째서 나더러 주인을 찾아달라 하는거지?"
"이건 제것이--"
"그럼 네 목에 걸린 건 뭐지?"
"네? 네네네?"
어느세 한쪽이 떨어져나간체 자신의 목에 걸린 로사리오 줄을 본 순간 세티는 할말을 잃었다. 그녀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째서 줄이 자신의 목에 걸린건지 그녀로서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그 상황이 지금 상황이었다. 그녀의 당황한 얼굴로 추기경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 로사리오는 프릿츠 대주교님의 것인데?"
"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구한건지 모르겠지만 더 묻고싶지 않구나.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면 당장 돌려드려라."
"추기경님 전 정말로---"
"그 상황에서 변명이 나온다면 나로서도 덮어두기 힘들거다. 내가 화내기 전에 당장 사라져라."
"......"
세티는 아드리안 추기경의 분위기에 완전히 압도되어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만 목에 걸린 줄과 로사리오, 추기경을 번갈아가면서 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더 선택권은 없는 것 처럼 보인다.
그녀는 들키지 말아야 할 것을 들킨 어린아이처럼 로사리오를 들고 추기경의 눈을 피하려는 듯 황망히 사라졌다.
"아드리안 추기경님, 좋은 아침입니다."
바로 그 직후 프릿츠 주교가 나타났다. 그는 아드리안 추기경의 표정을 보고는 조금 당황해하면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라도...."
"아닙니다."
아드리안 추기경은 이렇게 말하면서 그의 옆을 스치듯 획 지나가버렸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냉랭한 바람을 일으키며 말이다.
"추기경님?"
프릿츠 주교는 그를 따라가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시죠? 제가 또 늦게와서..."
"별일 아닙니다."
추기경이 돌아섰을 때 그의 로사리오가 반짝였다. 주교의 시선이 로사리오로 가는 것을 본 그는 다시 반쯤 돌아서고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왜 그렇게 서 계십니까? 곧 모임이 있습니다. 가시지 않겠습니까?"
"네, 네...."
프릿츠 주교는 얼른 미소를 띄우고 이렇게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계속 가 보실까? 시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미 시작되었다고. 그리고 당신은 진거나 마찬가지야."
아니그마의 목소리다. 에드윈 목사는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어느세 방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조금 움직이는 아드리안 추기경의 시선을 본 순간 에드윈 목사는 멈짓했다. 마치 그가 방에 들어서는 자신을 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니그마의 목소리는 그 시선을 잡아두고 있었다.
"정작 시험을 받아야 할 사람은 당신이었어."
"......"
추기경은 순간 시선을 아니그마에게서 때어내었다. 아니그마의 녹색 눈동자가 마치 그를 눌러버리기라도 한 듯.
"그녀에게서 시험을 받아야 할 사람은 당신이었지. 하지만 당신이 있는 힘을 다해 그 운명을 바꾸어버렸지? 시험을 주교에게로 밀어버렸어. 왜냐하면 당신은 시험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으니까."
추기경은 시선을 조금 내렸다. 아니그마는 호호 웃으면서 한 손으로 턱을 받치고 말했다.
"그래놓고.... 주교가 시험에 져버리면 그를 죽이겠다고 했지.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야. 당신은."
아드리안 추기경이 다시 시선을 올려 아니그마를 쳐다보았다. 그는 묵묵부답으로 아니그마의 말을 듣고있었다.
"처음 세티를 봤을 때 나를 떠올렸겠지. 그녀의 눈동자도 나만큼이나 아름답거든. 왜나하면 내가 그녀에게 축복을 해주었으니까."
아니그마는 점점 색기가 도는 녹색 눈으로 웃었다. 너무나도 유혹적이고 거부할 수 없는 미소는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파도가 되어 몰아치고 있었다.
허허허허.... 수습이 안되는군요.... (퍼퍽- 퍽- 탕--)
대망의 50회 입니다아~!!! ㅜ0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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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흐으음. -_-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