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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지역예선의 막이 올랐다. 한국의 1차 목표는 당연히 본선 진출. 그런 한국이 맞이한 첫번째 지역예선은 베트남과의 원정경기였다. 한국대표팀은 유럽파를 총동원해 정예멤버를 구축하여 경기에 임했을 정도로 각오가 남다른 듯 보였다. 본프레레 감독 부임 이후 그가 실질적으로 책임져야 할 첫번째 경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썩 좋지 못했다. 한국은 '고작' 2골 밖에 뽑아내지 못했으며 힘겹게 한골차 승리를 거두는데 '그쳤다'. 그래서 지금 한국대표팀은 경기 내용과 결과에 대해 집중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조직력이 엉망이었고 골결정력이 부재했다는 단골메뉴가 또다시 등장한다. 월드컵 이후 더욱 자주 등장하는 정신력 문제 역시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 불편하다. 베트남은 (어찌됐든) 최근에 한국을 0-1로 꺾었던 팀이며, 이번 대결은 월드컵 지역예선이다. 내용이 어쨌든 일단 승리를 거두고 승점 3점을 획득하였다면 그에 대한 대접을 받을 필요가 있다.
아쉬운 것은 축구팬이나 언론 모두 현재 조류를 애써 외면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90년대의 축구상황은 옛 일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절대적 약팀의 수는 현저히 줄어들었고 축구 강국과 전통적 약팀의 전력차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프랑스가 이스라엘과 비기고 '유로2004 우승팀' 그리스가 알바니아 원정에서 패하는 시대다. 아시아에서도 이같은 결과는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다. 여전히 베트남은 우리가 당연히 꺾어야 하는 상대이고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이기는 하지만 베트남을 '약팀'으로 몰아세우고 '대승'만을 당연하게 여기는 뉘앙스의 표현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어쨌든 결과는 승리다. 1골차든 10골차든 승점의 크기는 똑같이 3점이다. 게다가 우리는 10명이 뛴 경기가 아닌가. 오만과 베트남에 연패하고 몰디브에 비기던 때와는 다른 상황이다. 비판 역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옳다. 굳이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을 내뱉고 선수단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혹시 아직도 '우리는 월드컵 4강팀이니 그에 걸맞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따위의 허상이 존재하는 것일까. 선수들이 경기를 정말 성의없이 뛰었다거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연발했다면 그런 부분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다. 감독이 '무전술'로 나섰다는 식의 근거없는 '비난을 위한 비난'은 결국 누구에게도 득이 될 것이 없는 무책임한 시각이다. (세상에 어떤 감독이 '무전술'로 경기에 나서겠는가!)
오히려 우려되는 것은 베트남전에서 '겨우 한골차의 승리'를 거뒀다거나 '경기를 너무 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전히 월드컵 멤버들이 선발 스쿼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일이 있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한국이라면 베트남은 세골차로 이겨야 해"가 아니라, "한국이라면 1차예선에서는 서서히 세대교체를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
베트남을 몇골차로 이기거나 베트남을 상대로 멋진 경기를 펼치는 것은 사실 중요한 일이 아니다. 승점 3점을 획득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최종예선이나 본선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최진철과 이민성이 월드컵 최종에선과 본선까지 나갈 것인가? 설사 부상 선수들이 있다 하더라도 1차예선 정도라면 이것을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의 강호라면 1차예선에서 베트남을 대파해야 하는게 아니라 이런 여유로 조금 뒤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잉글랜드가 오스트리아-폴란드 2연전에서 솔 캠벨이 빠진 자리를 아직 경력이 일천한 '킹'으로 메우고 루니의 빈 자리에 스미스-데포를 번갈아 기용한 것과 비교해보자. 예선의 목표는 결국 두가지다. 본선 진출권을 따내는 것과 본선에서 먹힐 팀을 미리 준비해가는 것. 아시아에서 한국 정도의 팀이라면 1차예선에서 (거듭 말하지만) '멋진 경기'와 '대승' 따위는 필요없다. 그저 승점 3점이면 경기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다. 남은 여력은 더 많은 가능성을 시험하는 데 씌여져여 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본프레레 감독에게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유도 바로 이 대목이다. 아시안컵 본선이야 부임 초기였던데다 큰 대회였으므로 판단이 어렵지만 월드컵 1차예선에서라면 좀 더 다른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고 싶은 것은 비판의 초점에 대한 불만이다. 한국의 언론과 축구팬들은 매번 축협이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비난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들 역시 다르지 않다. 월드컵 예선이라는 긴 노정에서 고작 한 경기를 마쳤을 뿐이고 선수들은 원정에서 10명이 뛰어 승리를 거두었다. 더군다나 1차 예선은 우리가 탈락할 확률이 매우 적은 시리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라운드 위에서 벌어지는 일에만 집중한다. 이게 무서운건 결국 언론과 여론의 이같은 현상이 결국 대표팀과 축구협회의 갈 길을 정해버린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것은 쿠엘류 감독 경질 이후 "차기감독 10인 명단 발표"라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진 책임을 결국 축협 혼자에게만 독박 씌울수는 없는 이유가 된다.)
미디어의 발달로 여론의 힘이 점점 막강해지는 현실에서 팬의 역할은 언론만큼이나 중요하다. 잡다하게 적어내려왔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베트남전 성과를 두고 거론되는 비난의 크기나 방향이 불만스럽다는 것 . 특히나 영국과 같은 유럽쪽과 달리 선수단의 힘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한국에서라면 이런 문제는 충분히 고민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다시 말하자면, 중요한 것은 베트남전을 잘 뛰었느냐가 아니라 승리했다는 사실이 되어야 하며, 나아가 대표팀이 최종예선과 본선을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기사를 읽고 무언가 다시 생각 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
우선 세계 축구 수준의 격차가 현격히 줄었다는걸 인지 해야 하는데 공감합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베트남을 2:1로 힘겹게 이겼지만 유럽팀들과 실력이 벌어졌다고는
생각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2002년 월드컵때 세계 강팀들과 거리를 줄인것처럼
약팀들이 그만큼 우리를 쫒아왔다는것을 느껴야 할때 입니다..
그리고 비판의 초점을 달리 해야 겠다는 부분에 공감 합니다.
언론 들이 축협의 행보를 좌지 우지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쿠엘류에 경질도 사실 냄비 언론 때문이 아니였나요?
언론은 중간에 입장에서 사실을 말하고 독자에 판단을 맡겨야 할텐데.
언론이 팬들의 생각을 바꾸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언론보다 더 문제는 팬입니다. 여러분도 언제나 느끼시겠지만
마구자비식 일정 선수에 대한 비난 . 이부분에 있어서는 더 말안해도 아실겁니다..
또 선수들의 정신력과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비난 하시는 분이 많다고 생각 해요.. 저도 그런 사람중 하나였고.. 근데 그런 이글을 읽고 그런 정신력과 자세는 언론과 팬에 적잖은
책임이 있지 않나 생각해요.
근데 위글에서 세대 교체에 대한 언급은 저랑 생각이 좀 다르네요.
제생각엔 감독마다의 세대 교체 방법의 차이 같아요 ^^
히딩크 때는 시간도 부족 하였고 히딩크만에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고
본프레레는 신인 선수에게 쉽게 자리를 주지 않고 신구의 경쟁을 통한 세대 교체를
하려고 최진철 선수도 다시 부르지 않았나 합니다 ^^ 유상철이 부상으로 베트남전
불참에 대한 발언도 그런 의도가 아니였나 하는 소견입니다..
첫댓글 유상철,최진철,이민성,박재홍,조병국 애초에 발표한 명단이죠..월드컵은 2년 후입니다..월드컵때도 노장선수들이 주전으로 나갈까요..? 예선에 총력을 다한다는 지금의 생각인거 같은데..베트남전이 아니라 스페인,이태리,아르헨을 생각해야죠..
생각해보니 잘못가고 있는듯 하네요...지금이 적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