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와 도다리
당나라 황제 현종과 그의 며느리였던 양귀비와의 사랑을 노래한 백낙천의 장한가 마지막 부분에 연리지(連理枝)와 비익조(比翼鳥)에 빗대어 이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을 노래한 구절이 있다. 얼마 전 빌딩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장국영이 출연했던 영화 천장지구(天長地久)라는 말도 이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온 말이다.
어느 과문한 젊은 연극인이 천장지구라는 말로 운치 있는 시를 지은 것이 있다라는 말에 장한가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온 구절이 천장지구유시진(天長地久有時盡)이다라고 설명을 해 주었는데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아 실소를 금할 수 없던 일도 있었다.
연리지(連理枝)
하늘의 새가 비익조라면 물 속에는 비목어(比目魚)가 있다.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란 시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태어날 때부터 눈이 한쪽 밖에 없어 다른 쪽의 눈을 가지고 태어난 짝을 만나야 비로소 두 눈을 갖추게 되어 헤엄을 칠 수 있다는 전설 상의 물고기이다. 이 물고기는 중국 동쪽 바다에 살고 있다는 전설 상의 물고기이다.
광어와 도다리(넙치와 가자미)
중국의 동쪽 바다이면 어디인가? 바로 우리나라 바다가 아닌가. 동국여지승람과 지봉유설에 비목어에 관한 설명이 있는데 이 외눈박이 물고기에 해당하는 비목어는 우리가 횟집에서 주로 먹는 광어(廣魚)의 다른 이름이다. 광어는 눈이 꼬리를 뒤로하고 앞에서 머리를 보면 왼쪽에 눈이 쏠려 있다. 도다리는 오른쪽이다. 광어와 도다리가 비목어의 한 쌍인 셈이다. 횟집에 가서 광어와 도다리를 같이 먹는다면 천신만고 끝에 만난 연인 한 쌍을 잡아 먹게 되는 꼴이다.
비익조는 눈과 날개가 한 쪽 뿐이어서 다른 쪽의 눈과 날개를 가진 비익조를 만나야 날 수 있다는 새이다. 아마도 짝을 만났다면 이런 모습의 새가 되지 않을까요? ^+++++^
평범한 사물도 상상력과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이 보게 되면 백거이의 장한가와 같은 훌륭한 문학작품이 된다. 류시화님이 광어와 도다리를 보고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란 시를 지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옛 문헌을 참고해보면 광어와 도다리는 분명히 비목어임에 틀림이 없다.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나머지 반쪽을 찾아 헤매는 외짝 물고기나 외짝 새의 신세가 되고 보면 연리지만 보아도 장한가의 구절이 절실할 것이다.
첫댓글 좋은글 좋은그림 좋은소리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