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들어와 살면서
유일하게 불만스러운 게 있다면 물이 시원스레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 집에 나보다 앞서 살던 사람도 여러 군데 파 보았지만 수맥발견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새로 암반을 뚫고 더 깊이 파서 지하수가 펑펑 나오게 하고 싶지만
우리집으로 들어오는 골목이 좁아 지하수를 개발하는 큰 차가 들어올 수 없다.
다행히도 물맛은 좋으니 그럭저럭 참고 지내는 편이다.
오늘 퇴근하는 길에 매화정미소에 들러 왕겨를 두 포대 사왔다.
어제 옮겨 심은 나무들과 봄에 일찍 나올 크로커스와 수선화에 덮어 주기 위해서다.
왕겨를 두껍게 덮어 주면 왕겨가 추위를 막아주고 풀도 적게 나오게 하는 이중효과가 있다.
개들에게 먹이를 주고 집에 들어와 손을 씻으려고 하니 물이 나오지 않는다.
옆지기에게 물어보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 나왔다고 한다.
속으로 수중폄프(모터)에 달린 전자개폐기가 또 고장이 났다 보다 하고
옆지기에게 랜턴을 들리고서 과수원 가운데 있는 모터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뚜껑을 열고 어제 덮어준 이불을 벗기고서 새 개폐기로 갈아주었지만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전선이 타는 냄새가 조금 났다.
또 다른 개폐기로 갈아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두어 번 전자개폐기를 샀던 모터상회에 전화를 해서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고서 귀찮지만 지금 출장을 나와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무래도 크게 고장이 난 것 같아 이 밤에 나가봤자 자기가 고칠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얘기를 들어보니 수리비가 모터 값의 절반은 될 것 같으니 새걸로 가는 것도 생각해 보라고 한다.
아직 저녁도 먹지 않았고 물을 받아 놓은 것이 하나도 없는데 이런 낭패가 어디 있나.
내일 아침엔 더 추워진다고 하는데 생각하니 걱정이 태산이다.
다시 모터가 있는 과수원에 올라가서 뚜껑을 열고 살펴보니
다행히도 처음 모터를 설치했던 수중펌프 상회의 상표가 모터에 붙어 있다.
그 모터상회로 전화를 걸어 설명을 해 주니 대번에 하는 말이
'추위를 막아 주려고 모터에 이불을 덮어줬지요' 한다.
'예' 하니 모터를 살펴보면 새까만 콘덴서가 있으니 그걸 떼서 가져오라고 한다.
이불을 덮으면서 배수관만 덮어서 얼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모터까지 푹 덮어 모터에 전혀 공기가 통하지 않아 콘덴서가 탔다고 한다.
여느 날 같으면 자기들도 7시면 가게의 문을 닫는데 오늘은 8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한다.
모터의 구조는 잘 모르지만 가리키는 대로 살펴보니 정말 콘덴스가 달려 있고
그걸 떼내어 보니 아직도 열이 나서 따끈하다.
과부하가 걸려서 콘덴서 내부가 녹아 자동으로 전기가 차단되었던 것이다.
부리나케 차를 몰고서 새 콘덴서를 구해와 달아주니 거짓말처럼 모터가 잘 돌아간다.
어쨌든 지금은 속이 시원하다.
알고 보면 별 거 아닌데... 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시골살이를 하자면 알아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것들은 절대로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다.
뭘 알아야 면장을 할 것 아닌가?
첫댓글 ㅎㅎ 그럼 이제부터 면장하십시요.
ㅎㅎㅎ 옳으신 말씀.
그게 제일 빠르긴 할 것 같네요. 동네에 물어도 알 수가 없으니...^^
학교에서 생활상식 1000가지 정도 설정해서 가르쳐 주면 좋겠습니다. 간단한 수리도구 이름이나 실습....현장에서 사용되는 용어도....뺀치, 몽끼, 닛빠... 전구의 종류와 용도 같은것도 좋고... 수리를 의뢰하려고 해도 뭘 알아야 설명하는데..답답할때가 많아요..ㅎㅎ 수리 도구를 사려고 해도 이름을 몰라서리... 모터와 콘덴서 그리고 방한의 시행착오에 대해서 돈안내고 배웠습니다. ^^ 캄싸합니다~~^^
맞아요. 사실 그런 게 살아가는 데는 훨 도움이 많이 되지요. 그래서 요즘은 남녀가 모두 기술을 배우지만 아파트에 살면 써 먹을 일이 없으니...
배울 건 유치원 때 다 배웠다고 누가 책을 썼죠? 사실 가정 기술 교과도 학교에서 잘 가르쳐야 하는데... 입시과목에서 빼머리니 아무도 공부하지 않고... 정원이나 줄이고... 좋은 거 한 가지 배웠습니다. ㄱ그것만 배운 게 아니고 유니세프도 배워서 신청했답니다. 여러가지 잘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 북한에 대해서는 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나름 철학이 서면 해볼게요.
자기에게 필요한 건 자기가 스스로 공부하는 수밖에 없을 듯해요. 그런데 아파트 생활을 하면 모든 것을 남이 알아서 해 주니 자연히 모를 수밖에요. 그래서 더욱 시골에 살아야 해요. 고맙습니다.
몰라도 면장은 한다 ㅎㅎ 며칠전부터 세면대 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구만요.
예전같으면 관리소에 전화하면 과장님이 부하직원을 쭈르르 앞세워 오시서
몽킨가 뭔가로 배수파이프를 돌리서 머리카락을 한웅큼 빼내주싯는데...9뭘말에 퇴직하싯다니...
우째 그만한일로 우~ 몰려올것 같지않은 낯설은 직원들이구...고마 치내삐 놔뒀습네다.
천천히 내려가믄 우떨라고? 모,그게 그리 대순가?
근디요 일욜낮에 울 남으편님이 말임미다. 꺼멍봉다리르 하나 들고 화장실에 들가더니 따그락따그락 하누마요.
29년만에 처음있는...빌 일입니다. 이제는 형광등 바꾸는 정도는 하니 ...우째 시골에 드가 살아도 되는감요 ㅎㅎ
택도 없지유???
ㅋㅋㅋ, 급하면 누구나 다 하게 되어 있어요. 세 번의 겨울은 그것도 모른 채 살았으니 이제껏 운이 좋았던 편이지요 뭐. 시골로 빨리 들어 가세요.^^
여~게도 시골인디요 ㅎㅎ
농장일 하다보믄 이런일 허다하게 많심다..기왕 이럴땐~~~알아야 대통령을 해먹지 ㅎㅎㅎ
알겠심다. 그 말이 더 낫네요. 그런데 대통령은 욕 먹는 일이 많아서...^^
점심시간에 잠깐 들렀다가 아주 큰 걸 배워갑니다. 우리도 5년 뒤쯤에는 시골로 갈 예정이니 똑똑히 알아두려고요.ㅎㅎ~
하하, 저절로 알게 돼 있는걸요. 5년 뒤에 가지 마시고 지금 빨리 가세요. 그래야 동지가 한 사람 더 생기지요.^^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요~~~~ 헤헤헤
그래요. 살다 보면 학교에서 배운 건 사실 별로 써먹을 일이 없어요.
하지만... 기본 소양은... 배움터에서 배워 나옵지요~~ ^^
면장님으로 가시는 길. 하나는 확실하게 알으셨네요! 선생님! 아무튼, 실력이 대단하십니다.
모르시는 게 없습니다. 엉뚱한 곳에 맡겼다가 통째로 교환 할 뻔 했어요~ 다행입니다.
아이구, 몰라서 고생한 이야기인걸요. 행구님 계셨으면 금방 알았을 텐데... 면장은 정말 부지런해야 해요.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면장 못 해요.^^
선생님! 엄살이 심하신데요~ ㅋㅋ
우리 산골에서 모터가 들어있는 통에 물이 자꾸 차서........통체로 파내고 물이 안차게 시멘트 공사를 해야겠다고 고민을 하길래.......
제가 가만 들여다보니 경사진 땅이라...... 통아래로 물길을 뜷어주었더니 모터통에 있는 물이 다 빠져나왔어요......
시골에서 자란 덕분에..........ㅎ
모터를 물이 나오는 곳에 설치했나 봅니다. 시골에서 모터는 꼭 필요한 거지요. 알고 보니 쉽더라구요.
선풍기 부터 시작해서 에어컨 등등
보통 모터가 달려있는 것이면 거의다 기동콘덴서라고 하는 기기가 달려있습니다.
가끔 이놈이 말썽을 부리는데 용량에 맞는 콘덴서 여유로 가지고 계시면
급할때 사용할수 있습니다.
교체 하는것도 간단하고요.
아직 한번도 그런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용량이 같은 콘덴스를 써야 하더라구요.
궁하면 통한다...지난 일요일 어머니 뵈러 갔다가 변기 뚜껑이 망가진 걸 보고 새것 사다가 교체하려고 하니 막막하더군요. 한번도 그런 종류의 일을 해 보적이 없으니 그런데 어디 부탁할 곳도 없으니 만지게 되고 어떻게 어떻게 되더군요.
알고 보면 가정에서 필요한 것은 누구나 다 만들어 쓸 수가 있어요. 우리가 안 해 봤을 뿐이지요.
앞으로 단독주택(전원주택)에서 살거라는 기대감이 있긴 합니다만 아파트와는 달리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닐 걸 생각하면 겁이 나기도 합니다. 일찌감치 겁내는 것도 우습긴 하네요.
시골생활이야 작정했으니 견딜만 하겠지만 지기님같은 경우에 정말 난감할 것 같아요.
골치 아픈 일이 없으셔야할텐데요~
겁낼 것 하나도 없습니다. 사람이 못할 거는 아무것도 없어요. 겁내지 말고 들어가세요. 자랑할 게 훨씬 많아요. 사람은 무조건 시골에 살아야 합니다.
큰 고생 하셨습니다. 저도 몇 년주기로 펌프를 얼려서 깨먹습니다. 펌프교체비용으로 200,000원 정도 들고 있습니다.
올해는 안 얼려 먹으려고 애를 쓰고있습니다. 물 사용할 때만 물을 넣고 사용하지 않으면 아예 물을 모두 빼서 얼지 못하게 관리합니다.
시골에서 사시려면 거의 맥가이버 수준이 되어가지요. 그리고 해마다 공구는 늘어가고 나중에 공구가 어디있는지 못찾고 그럽니다.
맞아요. 제트모터가격이 19만 원이라 하더라구요. 맥가이버 수준은 아니더라도 적당히는 손볼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저도 공구가 제법 됩니다. 철조망 절단기까지 있으니...^^
에휴~~~ 고생하신 그림이 그려집니다. 이 가뭄에도 안간리에는 물이 양쪽에서 철철 넘치고 있는데.... 담아 가실수도 없고.... 집을 안간리로 옮기시라고 할 수도 없고.... 세상사 일장 일단이랍니다 ㅎㅎㅎ 포근하고 편안한 저녁 되세요~~~
옮길까요?^^ 다 가질 수는 없겠지요. 도랑이 하나 있다면 그보다 좋은 땅이 어디 있겠어요?
정가네님,
그 많은 글을 쓰시고 글들을 읽으시고 일일이 댓글을 다시고,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시골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일이 겁나서 ㅎㅎㅎ... 그리고, 본문도 댓글도 너무나 정겨워,
일에 지친 어떤 분에게 잠간이라도 미소짓게 하고 싶어서, 가끔 댓글까지 가져갑니다. 괜찮죠 ^^*
아, 댓글은 안된다고 하실 수도 있겠다 그죠?
아이고, 죽겠습니다. 댓글까지 가져가셔서 어디에 쓰시게요? 일이 겁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