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문학관 :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1981)>
1. 1981년 제작된 <사람의 아들>은 1979년 민음사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한 남성이 살해된 현장을 추적하던 형사들은 살해당한 인물의 특별한 행적을 확인하게 된다. 그의 이름은 ‘민요섭’, 신학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한동안 전도사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점점 신앙의 회의를 느끼면서 교회가 강조한 핵심적 교리를 부정하고 독자적인 종교적 탐색에 빠져든 인물이었다. 그가 남겨놓은 노트를 통해서 발견된 ‘사람의 아들’은 ‘신의 아들’인 예수와 비교되는 인물로써 신의 영광보다는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에 전념한 인물이었다. 바로 민요섭이 추구했던 종교의 이상적인 모습인 것이다.
2. 민요섭의 특별한 종교관에 감응한 한 젊은이가 그를 추종하기 시작한다. 그의 이름은 ‘조동팔’, 그는 민요섭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한다. 그는 때론 절도와 폭력을 동반하는 반사회적 행동도 거림낌 없이 저지르면서 빈자를 도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민요섭은 점차 자신의 신념에 회의를 느꼈고 다시 기존의 기독교적 신앙으로 돌아가려했다. 그런 모습에 실망을 느낀 조동팔은 민요섭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 때문에 결국 그를 살해한 것이다.
3. 이 작품은 이후 발표된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과 함께 작가가 겪었던 젊은 시절의 고뇌와 방황이 투영된 작품이다. 당시에도 기독교의 이웃사랑 정신은 심각하게 왜곡되었고 교회의 대형화가 점차 문제가 되던 시기였다. 교회가 가난한 이웃에 대한 관심보다는 규모의 확장에 관심을 갖고 가진 자와 결탁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인 시각을 가졌다. ‘왜 기독교는 고통받는 자에 대해 무관심하는가?’가 바로 ‘신의 아들’ 대신 ‘사람의 아들’을 등장시킨 이유였다. 하지만 교회에서 벗어나 추구하던 실험은 비참하게 끝이 났다. 조동팔은 범죄자가 되었고, 민요섭은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결국 교회로 귀환하게 된 것이다. <사람의 아들>에서 등장하는 주류 종교로의 귀환은 인간의 한계를 보여줄 뿐 아니라 작가가 지닌 근본적인 보수적 경향을 확인시켜준다.
4. 작가의 두 작품 모두에서는 치열한 젊은 시절의 고민이 생생하게 드러나있다. <사람의 아들>에는, “종교가 무엇이며, 신앙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왜 선한 자가 고통을 받고 악한 자가 온갖 영화를 누리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불만과 의문이 담겨있다. 그러한 의문을 대체하기 위한 선택한 ‘인간 상호간의 구원‘이라는 종교적 실천은 결핍과 불안만을 느끼고 무너졌으며 결국 신으로 귀환한 것이다. 이렇듯 인간적 고뇌와 실존적 질문에 대한 집요하면서도 궁극적인 실험은 결국 중도에서 끝난다. 신념을 통한 선택이 현실적인 어려움과 만나면서 붕괴된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젊은 날의 초상>에서 내면의 불안과 싸우던 한 젊은이가 겨울바다에서 자신의 허위의식을 버리고 귀환한다는 설정과 유사하다. 뜨겁게 아파했고 치열하게 고민했지만 그가 찾아낸 해답은 결국 원래의 공간과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작가의 내면을 지배하고 있는 전통과 보수의 가치였는지 모른다. 그 이후의 작품 <영웅시대>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완벽하게 보수적 가치의 옹호자가 된다.
5. <사람의 아들>에서 ‘신의 아들’과 ‘사람의 아들’의 비교를 통해 전개되는 ‘예수’에 대한 모습은 교회의 시각에 지나지 않는 협소한 관점이다. 작가에게는 아직 ‘역사적 예수’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부족했던 같다. ‘역사적 예수’에서 발견되는 민중적이면서,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했다면, 굳이 ‘사람의 아들’을 내세워 기독교의 약점을 극복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의 아들’에서 추구했던 인간적인 존재 이상으로, 역사적 예수의 모습은 신의 영광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대립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며, 당시 교회의 왜곡된 시선처럼 약자의 실제적인 고통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았다. 예수는 살아있는 동안 한 인간으로 살았고, 인간들의 고통을 위해 투쟁했고 소외된 자와 대화했으며 그들을 사랑했던 인물이다. 작가가 부정하고 싶었던 기독교의 신성시된 ‘예수 그리스도’는 다만 후대 교회의 신앙적 창조물인 것이다.
첫댓글 - HD TV문학관 흑백영화로 다시...... 구성이 더 탄탄하다는 느낌.
- 신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인간의 존재에 대하여..... 머물렀었던 세계... 지금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계.....
- 믿고자하는 마음.... 의지하고자 하는 마음.... 욕구와 두려움의 세계를 이용하는 사람들....
- 알고 있다는 것... 이해한다는 것..... 그 작은 세계에서 확신에 찼던 시절들...
- 인간의 역사, 문화와 상황 속에서 나타난 종교...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존재....
- '존재와 무' '상상 속의 확신' ................ 언어의 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