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경기둘레길(4코스)-빗속에 한강을 걷다
1. 빗속을 제대로 걸었다. 하루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에 ‘우중답사’ 하기에 좋은 장소를 생각해보았다. 이때에는 번개와 낙뢰가 없다면 하천 주변의 포장도로가 제격이다. 그래서 생각한 곳이, 지난 번 답사 때 마무리하지 못한 경기둘레길 4코스 구간이다. 김포 에코생태공원에서 일산대교를 지나 고양시 종합운동장까지 가는 코스이다. 김포생태공원(조류생태공원)에 주차하고 우의를 입었다. 날씨가 선선하고 비도 적당히 내렸다.
2. 김포 구간을 지나 일산대교를 지났다. 항상 차로 지나던 곳을 비 오는 날 걸어서 가니 새로운 느낌이다. 비와 안개가 뒤섞인 한강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 곳은 지날 때 주의해야 할 듯싶었다. 도로와 도로의 연결에서 차들이 씽씽 달리고 있었고, 운전자들은 사람이 이곳을 걸을 것이라 예측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강은 풍요로운 물줄기를 품고서 서서히 흐른다. 하류까지도 변하지 않은 당당함으로 임진강과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것이다. 맑은 날, 일산대교 위에서 그 모습을 차분히 돌아와 바라보고 싶다.
3. 고양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김포로 이동하여 걸었다. 김포 지역도 많이 답사하다보니, 조금씩 위치 개념이 잡히기 시작한다. 대명항과 한강(전류리 포구)를 중심으로 그 사이에 오래된 지역과 새로 만들어진 지역이 겹쳐져 있다. 에코공원은 신도시 운양동 구역이다. 공원과 아파트, 고급 타운하우스들이 뒤섞여 세련된 지역을 만들고 있었다. 한강 쪽으로 이동하자 아무도 없는 길에서 비와 고독만이 반겨준다. 우중답사의 매력을 한껏 경험하는 순간이다. 한강은 철책 너머 흐르고, 나도 길을 따라 흐른다. 그 길을 걸으며, ‘흐르는 등불’이 되고 싶다. 하지만 그렇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은 정신과 실제적인 능력이 요구됨을 안다. ‘남아있는 날들’의 도전이자 실험이다.
4. 빗속에서 ‘아쿠아 슈즈’를 신고 걸으니 신발이 젖는 부담은 없지만 오래 걷다보니 발끝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벌겋게 물든 발을 보니, 귀환을 서둘러야 할 듯싶었다. 출발장소로 돌아와 평소에는 잘 먹지 않던 삼계탕을 먹었다. 제법 먹을 만하다. 과거 스카웃 훈련 마무리 만찬 때 나만 먹지 않았던 닭백숙의 추억이 생각난다. 왜 그때에는 먹으려고 시도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니, 과거에는 싫다는 이유로, 불편하다는 이유로,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이 많았다. 그것 또한 편견이자, 고정관념이다. 무엇이든 경험한 후에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을 안다는 것은 나를 개방하는 과정이다. 식사 후, 커다란 규모의 커피숍에서 휴식을 취하며 어둠이 오는 순간을 바라본다. 석양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멋진 저녁을 만날 수 있는 장소였다.
첫댓글 * 길을 걸으며, ‘흐르는 등불’로 거듭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