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부산을 다니면서 느끼는 거지만 해운대는 부산과 상당히 멀리 떨어
져 있어서 그런지 생활권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운대역까지는 상
당한 시간이 걸리고..
바닷가라도 잠깐 구경할까 했지만 열차시간이 거의 다 되었군요. 작년에
태풍올때 가서 비쫄딱 맞고 우산 부러지고 했던 고생했던 생각이 새삼스
럽게 나는군요. 진주가다가 철길도 끊기고..
기장까지는 시내특정구간이라 무궁화호 요금을 2100원을 받습니다. 승차
권도 에드몬슨으로 발매하죠. 열차는 강릉으로 가는 #544열차입니다. 5량
과 발전차를 달고 온 열차안은 한산한 모습이로군요. 해운대-송정구간의
바닷가 철길은 언제봐도 희뭇합니다. 동해에서 강릉으로 이어지는 영동
선 구간과 견줄만 한 곳이죠.
강릉의 바닷가 철길은 들뜬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이 곳은 회상에 잠길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할까요. 강릉구간의 하얀 백사장과 가까이
보이는 바닷물은 놀러간다는 느낌을 만끽하는 것이고 해운대구간은 저 낭
떠러지 밑으로 보이는 한폭의 그림과 같은 바다의 모습과 지평선위의 배
의 모습은 들뜬 분위기 보다는 이런 장관의 모습에 감동을 주기에 충분
한 곳이죠.
단선구간이지만 통일호에 비해 무궁화호가 한결 수월하게 다니는 느낌입
니다. 기장역까지는 20여분 남짓 걸리는군요. 기장은 부산에 속해있다고
는 하지만 기장군으로서 부산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지요. 시내버스는
많이 다니는 편이고..기장역에서 400원짜리 입장권을 한 장 구입합니다.
그리 많은 사람이 이용하지는 않는듯..입장권 가에 빨간 물을 들인것을
보니 오늘 처음 발매된 모양이로군요.
이제는 구형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다는 일광역으로 이동합니다. 버스편을
알아봐야 겠지요. 기장역에서 쭉 가다가 오른쪽으로 길을 틀면 시내버스
를 타는 곳이 나오는군요. 에어로타운 마을버스로 일광역을 갈 수 있습니
다. 기점이라 그런지 상당히 오래 정차합니다. 장으로 이동하시는지 할머
니들의 한 보따리씩 힘겹게 버스 바닥에 짐을 뉘이고 자리를 잡으시고..
바닷가의 비릿한 냄새가 풍겨오는 것으로 보아 해산물이 겠지요. 일광역
까지는 약 10여분이 소요됩니다. 철길과 나란히 난 도로를 따라가게 되는
군요. 항상 철길로 지나다니던 곳을 차를 타면서 바라보는 것도 색다른
맛이 있죠. 아 이 길이 이런 모양이었구나..
일광면의 규모도 제법이로군요. 기사님께서 일광역 앞에 세워주십니다.
마침 #1332시간이 좀 남아있군요. 역으로 들어가서 입실역까지 승차권을
구입하고 140원권이라고 쓰여있는 입장권을 구입해 봅니다. 어느역에 가
면 입장권의 가격이 여러번 고쳐진 채 기재되어 있어 입장권의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입실역까지 끊은 승차권은 잘 팔리지 않는
지 승차권 뒷면의 일련번호가 상당히 낮습니다. 색도 오래전에 나왔는지
연두색이고..(형광권이라고 하지요.^^)
역앞 분식집에서 라면과 공기밥으로 식사를 해 보지만 시간이 상당히 촉
박합니다. 곧바로 자르마한 일광역사 안으로 들어가고..철로도 하나뿐인
그야말로 간이역입니다. 꽃무늬를 몸체에 수놓은 cdc동차가 보슬비로 촉
촉하게 젖은 플랫홈으로 천천히 들어옵니다. 열차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군요. 놀러가는 분들도 계시고 집으로 들어가는 듯한 학생도 있
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로군요..시끄럽다는 것하고 시끌벅적하다는 것하
고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끄럽다는 것은 어느 한 개인이나 단체
가 소란을 피움으로서 객차안을 어지럽히는 것이고..시끌벅적하다는 것
은 객차안에 손님들이 일행들과 각자 이야기하면서 나름대로의 균형과 질
서를 잡는 것이죠.
남창, 덕하역을 지나자 전에 다녔던 울산시내 옛 철길자리를 추억속으로
보내고 고가로 도로를 뛰어넘고 이내 터널속으로 들어갑니다. 울산을 지
나는 동안 공업도시 답게 공장이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굴뚝에서는 하얀
연기가 나기도 하고 시뻘건 불을 뿜기도 하고요, 이내 장생포와 울산항역
서도 온 철로를 만나게 되고 울산역에 도착합니다. 맞은편 홈에는 영주에
서 내려온 #1227 통일호 열차가 운행을 마치고 다음 손님을 기다리고 있
고 화물 유치선에는 자동차 운반 화차와 유조차 등 여러종류의 화차가 여
기저리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끝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pp새마을
호 동차가 그 매끈한 몸체를 자랑하고 있군요.
그 사이에 저는 열차에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의 앞, 옆자
리에는 한 가족이 나들이를 떠나고 있군요. 아이들이 오늘 처음 기차를
타보았다고 합니다. 4살정도 인데 문득 제가 그만할때 부모님과 비둘기호
를 타고 불국사로 가던 기억이 납니다. 기차를 타고 가는 구간도 비슷하
군요. 그 때 기차를 탄 맨처음 기억이었죠. 울산역을 벗어나고 바로 장생
포로 흘러드는 태화강을 건넙니다.
경주로 가는 쭉 뻗은 도로와 마주 달리고 이내 새로 만든 티가 물씬나는
효문역을 지납니다. 전에 시내로 철로가 들어갈때는 울산역 다음에 병영
역이 있었죠. 舊울산역앞에 있었던 역전시장은 지금도 그대로 불리고 있
다고 합니다.
모화, 호계, 입실,경주로 뻗는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시원스럽게 달리고
너머에는 울산공항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즈음에서 구 철로자리와 다시
만나게 되죠. 앞에 앉으신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입실역
에 도착한다는 방송이나오는군요.
입실역도 아담한 건물에 새로 단장한 모습입니다. 오래전에 지었을 건물
을 수리, 개조하여 쓰고 있는데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역무원님께 친
철한 인사를 받고 창구로 가서 30원권 구형입장권을 구입합니다. 다른 여
고가 달리 발행일자가 지워져 있는데 70년도에 나온 입장권이죠. 다른역
에 30원권이 모두 70년도 발행이라 알 수 있죠. 입장권을 파시는 역무원
님 스스로도 신기해 하시고..
경주역까지는 좌석버스로 이동합니다.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봉분이 높이 솟아있는 봉분과 불국사 입구, 경주박물관,
안압지를 거쳐서 지나갑니다. 그리고 내가 타고온 동해남부선 철로와 계
속 마주보고 달립니다. 경주역과 불국사역 사이에 동방역이라는 곳이 있
는데 지금 열차는 정차하지 않고 신호장으로 쓰이는 듯 합니다. 하지만
홈이 있었던 것이로 보아 전에는 여객취급을 했던 역인듯 합니다.
경주역에서는 하양역까지 통일호 승차권을 끊습니다. 경주역은 포항(동대
구)으로 운행하는 열차가 열차의 진행방향을 바꾸는 곳이죠.
특히 객차형 통일호를 탈때는 열차 맨 뒤에서 기관차를 돌려붙이는 광경
을 보는 것도 일품입니다. 아무튼 포항에서 온 기차는 동대구로 방향을
바로 잡습니다. 이때는 좌석을 뒤로 넘겨야 하는 불편함이 생기죠..이것
도 다 기차여행의 낭만이라고 생각됩니다만..
포항에서 건너왔을 철교를 건너고..경주시내를 삥돌아 터널을 지나면 금
장역이 나옵니다. #1312는 급행인 관계로 통과하고, 조금더 가면 오른쪽
으로 천마총이 철로 아래로 보이게 되죠.
다시 터널을 통과하자 너른 돌판을 만나고 경부고속도로와 마주보게 됩니
다. 그리고 완행열차조차도 지나치는 율동신호장의 모습은 쓸쓸해 보이기
만 하는군요. 마침 #1311포항행 객차형 통일호와 교행합니다.
모량, 건천, 임포 등 제법 규모있는 역들도 모두 지나치고 영천역에서는
꽤 많은 손님들을 태우는군요. 영천역을 지나고 영주, 청량리로 가는 중
앙선 철로로 저 멀리 보냅니다. 하양역까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운행하는
군요. 어느새 하양역 도착, 하양역의 입장권 일련번호도 극히 낮습니다.
하양이면 대구지역에 대학교가 많은 곳이죠..
동대구역까지는 시내버스로 이동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리는군요.
차라리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가 타는것이 더 빠를 듯 합니다.
수원으로 올라오는 차편은 예약이 되지 않은 관계로 어려워 지겠군요.
atm발권기로 대전까지 발권하고 대전에서 수원까지는 같은 열차로 (#702)
예약을 해 둡니다. 동대구역에서 미리 발권하지만, 아차! 너무 급한 나머
지 대전-수원 표를 가지고 가지 않았군요. 수원역에 내려서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5000원 추가 요금만 받지만 돈내고 또 돈을 내는것은
억울한 일이죠. 역무원님의 배려로 억울한 일은 면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분들도 아무리 급해도 표는 꼭 챙기시길..
#교통편
서울->부산 #271 무궁화호(22:45)
부산진->낙동감역 #1553 통일호(5:20발)
삼랑진->부산진 #1121 통일호(7:11)
부산진->부전역 지하철 이용.
부전역->해운대 31번 시내버스 이용.
해운대->기장 #544 무궁화호 (9:36)
기장->일광 마을버스
일광->입실 #1332 통일호 (10:45)
입실->경주역 시내버스(좌석) 1300원
경주->하양 #1312 통일호 (12:59)
하양->동대구역 814-1 시내버스
동대구->수원 #702 무궁화호
카페 게시글
기차여행(경상도)
NO.33[가자 철마야]부산, 낙동강, 삼랑진, 부산진, 부전, 해운대, 일광, 입실, 경주, 하양, 동대구(2003,3,15-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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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친이 부산 기장 근처에 살아서 기장이랑 일광을 자주 다녔고 기장에서 부산역가지 가는 239번 버스가 있어 그 버스를 많이 이용했음 글 잘 읽었어요
현 기장군은 과거 동래군에 속해있다가 1973년에 동래군이 양산군에 편입되었습니다.. 그러다 1995년에 구 동래군 지역(서생면은 울주군에 1983년 재편입)이 다시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구 동래군 지역으로 부산에(기장군제외) 편입된 지역은 구포면, 사상면, 북면, 서면,동래읍,사하면 등이 있습니다
글고 동방역은 제가 열차를 본격적으로 이용했던 1987년 당시에도 비둘기호도 정차하지 않았습니다. 그 전에는 정차했는지 모르겠네요...
하양에서 동대구역으로 올려면 하양-안심-반야월-동촌-제3아양교-청기와주유소-동구청-동대구역 이 순인데.. 문제는 이도로는 무쟈게 밀립니다.. 대구시내 상습정체지역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