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타노큐"라는 유랑연극쟁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의 병환 소식에 급히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돌아가는 도중의 산길에 있는 주막에서 "밤중의 산길에는 이무기가 나와 사람을 잡아먹는다." 라는 말을 듣었습니다만 갈길이 급한 타노큐는 이 말을 무시하고 발길을 재촉하였습니다.
희미한 야밤의 달빛 아래 적믹한 산길을 타노큐는 흠칫흠칫 하면서 걸어가고 있자니 장대 같이 키가 크고 괴상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 장대남이 너는 누구냐? 라고 갑자기 묻자 놀라서 "타 타 타노큐..." 라고 답하자 그 장대남은 귀가 잘 들리지 않는지 "타누키(너구리: 변신을 잘함)"라고 잘 못 알아듣고 "그럼 여자로 변해 보라" 고 말했습니다.
타노큐는 그 장대남에게 "그럼 잠시 돌아서 있어라" 하고는 소지하고 있던 연극도구를 사용하여 여자로 변장하였습니다. 과연 타노큐는 훌륭한 연극배우였습니다. 그자는 변장한 여자를 보고는 몹시 기뻐하며 "실은 나도 변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라고 말한 후 어느 새 커다란 이무기로 변했습니다.
타노큐는 너무나 놀라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무심코 담배를 피우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무기는 놀라면서 "멈춰라 멈춰, 나는 담배연기는 질색이다." 라고 소리첬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 사실을 인간들에게 알리면 너를 엄중하게 보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타노큐는 머리를 굴려 나는 보복 당하는 것보다 '금화'가 제일 무섭다고 말하고 산을 내려 왔습니다.
타노큐는 재빨리 이 이야기를 산길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그러자 평소에 이무기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산길동네 사람들은 손에 손에 담배를 들고 뻐꿈뻐꿈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이무기 퇴치에 나섰습니다. 담배연기에 맥을 못추게된 이무기는 비슬비슬하게 되었습니다.
화가 난 이무기는 마지막 힘을 내어 타노큐의 집으로 쳐들어 갔습니다. 그리고는 "타누키 놈아 이거라도 쳐먹어라." 라며 천장문으로 금화를 좌르르 좌르르 던져 넣었습니다. "살려줘 살려줘." 하며 금화 속에 파묻히면서 괴로은 흉내를 내던 타노큐는 "그래 네놈 혼나봐라." 라는 말을 남기고 이무기가 떠나자 빙그레 웃었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