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영화제에 없는 세 가지
아동권리를 이야기로 만나는 한 달간의 축제, 아동권리영화제가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에서만 아동권리영화제가 열렸던 지난 2년의 아쉬움을 넘어, 올해는 오프라인에서 패널들과 함께 영화를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11월 1일부터 온라인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수상작도 한층 다양해졌습니다. 아동권리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채롭게 담아낸 180여 편의 출품작 중 여섯 편의 영화를 선정했습니다. 아동권리영화제는 영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영화제 심사에서도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수상작 선정 기준부터 전문가 심사위원과 아동 심사위원이 함께 모여 토론하는 과정까지, 아동권리를 위해 아동권리영화제에 없는 것들을 심사위원들과의 대화에서 살펴봤습니다.
▲영화제 수상작을 선정하기 위해 토론하는 전문가 심사위원과 아동 심사위원
▪ 전문가 심사위원으로는 오랫동안 아동권리영화제 패널과 심사위원으로 함께해 온 두 분이 참여했습니다. 영화 <우리들>, <우리집>을 연출한 윤가은 감독과 씨네21의 이다혜 기자입니다. ▪ 아동 심사위원으로는 틴세이버로 2021년에도 아동권리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임수민 아동, 2021년 아동권리영화제 최우수상 수상작 <토마토의 정원>에서 배우로 출연한 김푸름 아동, 세이브더칠드런 SNS를 통해 선발된 동윤성 아동이 참여했습니다. |
아동권리영화제에는 아동 감독에 대한 정보가 없다
심사위원이 아동권리영화제에 출품한 작품을 심사할 때 영화와 함께 상영시간, 기획의도 등 영화에 관한 정보를 함께 보게 됩니다. 단, 작품을 연출한 감독이 아동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영화를 볼 때 선입견을 품지 않도록 감독의 이름 외에는 다른 정보를 알리지 않습니다.
▲전문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다혜 기자
아동 감독의 영화는 미숙할 거라는 편견 없이 아동권리에 관한 메시지와 작품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심사 시작에서부터 아동을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아동권리영화제에는 아동 심사위원의 특별 의견이 없다
아동권리영화제에서 작품을 심사할 때는 전문가 심사위원과 아동 심사위원 모두에게 동등한 발언권을 줍니다. 어른들이 수상작을 다 뽑아놓은 후 아동의 의견을 특별히 참고하는 게 아니라 아동 심사위원도 영화를 판단하고 수상작에 관한 의견을 내게 하는 거죠. 아동과 성인 차별 없이 모두의 목소리에 같은 무게가 실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섯 명의 심사위원이 서로 설득하는 심사 과정에서 수상작에 관한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졌다가 모이고, 마음에서 멀어졌던 작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곤 합니다.
▲전문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윤가은 감독
▲아동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동윤성 아동
오히려 아동권리 영화제이기 때문에 아동 심사위원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려고 하는 노력이 있기도 합니다.
아동권리영화제에는 아동 감독을 위한 특별상이 없다
영화제에서는 성인 부문과 아동·청소년 부문을 나누거나 아동 감독의 작품 중에 한 작품을 뽑아 특별상을 주기도 하지만, 아동권리영화제에서는 아동 감독을 위한 상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아동 감독의 작품도 대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0년과 2021년 아동권리영화제에서 각각 최우수상과 대상을 받은 작품도 아동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아동 감독의 작품을 모아서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어른들의 리그에 아동이 일부 참여하는 게 아닌 아동권리영화제의 주인공이 아동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성인과 아동 작품의 구분 없이 수상작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아동권리영화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
아동권리라는 말이 낯설거나 어렵고, 어색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동권리영화제의 영화를 하나씩 살펴보면 아동권리가 곧 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내가 살아온 삶의 이야기와 전혀 다른데도 왠지 나와 닮은 얼굴을 발견하게 되고, 영화 속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아동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푸름 아동
또 한편으로는 스쳐 지나가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 속 아이들의 행복과 함께, 우리 주변의 아이들이 누려야 할 권리가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동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임수민 아동
아동권리영화제에는 없는 것들 사이에서, 오히려 더 뚜렷하게 보이는 아동권리를 찾아보시면 어떨까요? 아동과 어른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아동권리 현장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글 한국화(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