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윔블던에 새겨진 시 구절
영국 런던 윔블던에 있는 올잉글랜드 테니스클럽.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테니스 코트인 이곳에서 매년 6월 말부터 2주 동안 윔블던 선수권 대회가 열린다. 전 세계 팬들을 열광시키는 결승전은 대회 마지막 토요일(여자 단식)과 일요일(남자 단식)에 펼쳐진다.
이곳의 센터코트 선수 입장문 위에 유명한 시가 적혀 있다. 영국 시인 러디어드 키플링의 ‘만약에(If)’에 나오는 구절이다. ‘승리와 좌절을 만나고도/ 이 두 가지를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If you can meet with Triumph and Disaster/ And treat those two impostors just the same).’
‘영국인 애송시 1위’로 꼽히는 이 시는 키플링이 1910년 열두 살 된 아들에게 주려고 썼다. 험한 세상의 길잡이가 될 조언을 32행에 담아냈다. 첫 부분은 ‘모든 사람이 이성을 잃고 너를 비난해도/ 냉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모두가 너를 의심할 때 자신을 믿고/ 그들의 의심마저 감싸 안을 수 있다면’으로 시작한다.
윔블던에 새겨진 시구의 다음은 ‘네가 말한 진실이 악인들 입에 왜곡되어/ 어리석은 자들을 옭아매는 덫이 되는 것을 참을 수 있다면/ 네 일생을 바쳐 이룩한 것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고/ 낡은 연장을 들어 다시 세울 용기가 있다면’으로 이어진다.
키플링은 이렇듯 지혜와 포용, 사랑과 겸손의 미덕을 하나씩 일깨우고는 ‘무엇보다 아들아,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는 소설 《정글북》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42세 때인 1907년 최연소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이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영국에 맞서 불복종 운동을 편 간디도 이 시를 애송했다. 젊은 시절 영국에서 공부한 간디와 6세 때까지 인도에서 자란 키플링의 마음이 서로 통했던 모양이다.
숱한 고난을 뚫고 오디션 스타가 된 오페라 가수 폴 포츠도 “이 시에서 힘을 얻었다”고 했다. 전설적인 액션 스타 이소룡은 금속 장식판에 새겨놓고 날마다 뜻을 음미했다. 올해 초에는 워런 버핏이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 이 시를 인용해 화제를 모았다.
오늘(토)과 내일(일) 윔블던에서 또 한 번 승패의 명암이 엇갈릴 것이다. 누가 이기고 지든 ‘승리’와 ‘좌절’을 똑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만 있다면, 그는 이미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모든 이의 존경을 받고도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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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If)"
만일 네가 모든 걸 잃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냉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하고 또한 그들의 의심을 인정해야 할 때
네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리면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속임을 당하더라도 속임으로 답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너무 선한 체 너무 현명한 체 않는다면
만일 네가 꿈을 꾸면서도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또한 어떤 생각을 하면서도 그 생각을 목표로 삼지 않을 수 있다면
만일 승리와 재앙을 만나더라도 그 협잡꾼들을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왜곡되어 악인들이 너를 욕하더라도
너 자신은 그 진실을 참으며 들어줄 수 있다면
혹은 만일 너의 전 생애를 바친 일이 무너지더라도
낡은 연장을 들고 서서 다시 세울 수 있다면
몸을 굽히고서 그걸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네가 쌓아올린 모든 것을 걸고 단한번의 내기에 걸 수 있다면
그래서 다 잃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네가 잃은 것에 대해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다 잃은 뒤에도 변함없이
네 심장과 신경과 힘줄이 너를 위해 일할 수 있다면
설령 너에게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는다 해도
강한 의지로 그것들을 지속할 수 있다면
만일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도 네 자신의 덕을 지킬 수 있고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상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만일 적이든 친구든 너를 해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모두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되 너무 의존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네가 용서할 수 없는 1분간을
60초의 춤추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다면
이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은 너의 것이며
그리고 더욱이
너는 한 사람의 어른이 될 것이다. 내 아들아! (끝)
(영문 전문)
" If " - by Rudyard Kipling
If you can keep your head when all about you
Are losing theirs and blaming it on you,
If you can trust yourself when all men doubt you
But make allowance for their doubting too,
If you can wait and not be tired by waiting,
Or being lied about, don't deal in lies,
Or being hated, don't give way to hating,
And yet don't look too good, nor talk too wise:
If you can dream--and not make dreams your master,
If you can think--and not make thoughts your aim;
If you can meet with Triumph and Disaster
And treat those two impostors just the same;
If you can bear to hear the truth you've spoken
Twisted by knaves to make a trap for fools,
Or watch the things you gave your life to, broken,
And stoop and build them up with worn-out tools:
If you can make one heap of all your winnings
And risk it all on one turn of pitch-and-toss,
And lose, and start again at your beginnings
And never breath a word about your loss;
If you can force your heart and nerve and sinew
To serve your turn long after they are gone,
And so hold on when there is nothing in you
Except the Will which says to them: "Hold on!"
If you can talk with crowds and keep your virtue,
Or walk with kings--nor lose the common touch,
If neither foes nor loving friends can hurt you;
If all men count with you, but none too much,
If you can fill the unforgiving minute
With sixty seconds' worth of distance run,
Yours is the Earth and everything that's in it,
And--which is more--you'll be a Man, my son!
※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 (1865. 12 - 1936. 1)
키플링은 <정글북>으로 알려진 영국의 유명한 소설가 겸 시인이다. 190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만일> 시는 1910년 어느 날, 자신의 12살이 된 아들을 위해 아버지로서의 자신의 바램을 적은 것이라고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젊은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감명을 준다.
또한, 이 명시는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와, 맥아더 장군의 <아들을 위한 기도문>,
그리고 미국의 어느 소방관이 지었다는 <소방관의 기도문>이란 시를 생각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