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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의 회절
전영석/한성과학고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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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200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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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소리, 물결의 공통점은 바로 파동이다. 파동과
대비되는 말은 입자인데, 파동은 입자와는 달리 간섭과 회절 현상을 보인다. 파동은 진행하다가 장애물을
만나도 장애물 뒤쪽 그림자 영역까지 전파하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회절이라고 한다. 파동이 그림자
영역까지 많이 침범할수록, 파장이 길수록, 그리고
회절을 일으키는 틈의 너비가 좁을수록 회절이 잘 일어난다.
문 : 이 스피커는 학교 교정에 설치된 것입니다.
어떻게 설치돼 있었을까요? 위아래로 길게 설치됐을까요? 아니면 좌우로 길게 설치됐을까요?
답 : 아마 위아래가 길게 설치됐을 것입니다. 소리는
파동이므로 스피커에서 나오면서 회절을 일으킵니다.
그런데 회절은 파장이 길수록, 슬릿(slit) 간격이 좁을수록 잘 일어납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좌우로는 넓게 퍼지고, 위아래로는 잘 퍼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따라서 좌우로는 회절이 잘 일어나도록
좁게, 위아래로는 회절이 잘 일어나지 않도록 길게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 : 소리의 회절 때문이라고 대답했지요? 그럼
소리가 회절하는 증거를 다른 곳에서 찾아 이야기할 수 있나요?
답 : 회절은 파동의 중요한 성질 중 하나로, 파동이
전파하다가 장애물을 만났을 때 장애물 뒤쪽의 그림자 영역에까지 전파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음파의 회절은 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담 너머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회절 현상의 결과입니다. 음파가 전파하다가 담장을 만나면 그 일부는 담장에 막혀
반사되거나 흡수돼 버리는데, 바깥쪽의 뚫린 곳으로
퍼져나가는 파동은 그림자 영역까지 침범하게 됩니다. 이를 회절이라고 하며, 이 때문에 그림자 영역에서도 소리를 들을 수가 있습니다.
문 : 메가폰을 쓰면 더 멀리까지 소리를 전파시킬
수 있습니다. 메가폰의 원리를 회절 현상과 연관지어 설명해보세요. 여기서 메가폰은 전자장치가
부착되지 않은, 단순한 원뿔대 모양의 구조를 말합니다.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양 |
답 : 에너지보존법칙에 따라 메가폰이 따로 에너지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메가폰의 원리는 음파를 한방향으로 집중시키도록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입은 메가폰의
출구에 비해 아주 작습니다. 따라서 회절이 활발히
일어나기 때문에 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반면
메가폰의 출구는 입에 비해 상당히 넓기 때문에 회절이 상대적으로 잘 일어나지 않아 소리가 흩어지지 않습니다.
문 : 소리는 파동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회절이 일어난다고 해도 전파되는 모습을
직접 볼 수가 없어 답답한 점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파동 중 눈으로 보기 쉬운 파동인 물결파를 이용해서 회절 현상을 다시 설명해보세요.
답 : 바닷가 방파제 끝에 서서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보면 회절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결파가 진행하다가 방파제를 만났을 때 얼핏 방파제로 막힌 곳 뒤쪽으로는 파동이 갈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파동의 특성 때문에 방파제 뒤쪽에도 전파해갑니다. 물결파를 이용하면 회절이 잘 일어나는 조건을
찾을 수 있습니다. 평면파 모양의 물결파가 퍼져나가는 길에 슬릿, 즉 좁은 틈을 두면 슬릿을 지나면서
회절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틈이 좁을수록 그림자 영역까지 퍼져나가는 정도가 커집니다. 틈이 좁을수록
회절이 잘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반면 같은 너비의
틈이라도 전파해오는 물결파의 파장이 길수록 회절이
잘 일어납니다.
문 : 회절은 어떻게 해서 일어날까요? 회절이 일어나는 원리를 설명해보세요.
답 : 회절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호이겐스 원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호이겐스의 원리는 파동이 전파해나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이 원리에 따르면 파동이 전파할 때 파면의 각 지점이 새로운 파원이 된다는 것입니다.
바다에서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관찰해보면 파의 높은 부분, 즉 마루를 이루는 곡선이 그 형태를 조금씩
바꾸면서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루나 골
등 파동의 같은 부분을 이어준 곡선 또는 곡면을 파면이라 합니다. 호이겐스는 이 파면이 시간에 따라
그 다음 파면을 형성하는 원리를 발견했습니다. 즉
파동이 전파될 때 파면의 각 지점들이 구면파를 발생시키는 파원이 되고, 무수히 많이 생기는 이 구면파가 겹쳐서 만드는 공통의 접선이 다음 파면을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문 : 빛도 파동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담 너머에서 사람이 이야기할 때는 왜 소리만 회절돼 들리고 모습은 보이지 않나요? 빛도 파동이면 회절이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답 : 네, 물론 빛도 파동이므로 회절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파장이 너무나 짧기 때문에 회절되는 정도가
작아서 담 너머에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일 정도까지
되지는 않습니다. 빛의 회절을 보기 위해서는 회절을
일으키는 슬릿의 폭이 파장 정도로 좁아야 합니다.
좁은 틈을 지나간 단색광선은 회절무늬를 만듭니다.
회절무늬는 빨간색 빛에 의한 것이 더 넓게 퍼지는데, 빨간색 빛의 파장이 파란색 빛에 비해 길기 때문에 같은 슬릿 폭이라도 회절이 더 잘 일어나서 넓게
퍼지는 것입니다.
문 : 회절무늬에 어두운 줄무늬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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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절무늬와 분해능 |
답 : 회절과 함께 빛의 중첩현상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호이겐스의 원리에 따르면 슬릿의 각 부분에서 파동이 출발하고, 스크린의 위치에 따라 어떤
곳에서는 이 파동이 합쳐져서 모두 상쇄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문 : 슬릿의 모양이 좁은 틈이 아니고 원형이라면
회절무늬는 어떻게 나타날까요? 이 회절무늬와 관계 있는 사례를 일상 생활에서 하나 찾아 이야기해보세요.
답 : 원형대칭이므로 사방으로 동등하게 회절이 일어날 것입니다. 따라서 회절 무늬는 동심원으로 나타나겠지요.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할 때 이상적인 망원경이라면 초점에 별의 상이 하나의 점으로 맺혀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망원경의 대물렌즈나 주반사경에 의한 회절효과로 인해 회절 무늬가 생깁니다. 망원경의
렌즈 지름이 크면 회절효과가 잘 일어나지 않아서
(그림 3)의 (a)와 같이 인접한 두개의 별을 모두 구분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렌즈 지름이 작으면 (그림 3)의 (b)와 같이 인접한 두개의 별을 구분하지 못하고 하나로 보게 됩니다. 주반사경의 지름이 큰 망원경을 제작하는 것도 더 많은 별을 구분해서 보기
위해서입니다.
문 : 회절은 물질에서는 볼 수 없는, 파동만의 특징인가요?
중성자의 파동 |
답 : 네, 그렇습니다. 물질에서는 볼 수 없는 파동만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전자와 같이 질량이 아주 작은 물질인 경우에는 파동의 성질도 띠기 때문에 회절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즉 전자도 회절 현상을 일으키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자가 파동의 성질도 띠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지, 물질이 회절을 일으키기 때문은 아닙니다.
X선은 파장이 원자의 크기 정도로 아주 짧은 전자기파이기 때문에 원자 결정구조에 따라 독특한 회절 무늬를 만듭니다. 그런데 데이비슨과 검머, 톰슨은 각기 전자들도 회절 무늬를 만든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즉 입자라고 하더라도 전자, 양성자, 중성자와
같이 질량이 아주 작으면 파동의 성질을 나타냅니다.
(그림)와 같이 매우 얇은 금박에 중성자를 입사시키면 동심원의 회절 무늬가 생기는데, 이것은 X선에 의한 회절무늬와 똑같습니다. 이것은 입자라고 생각되는 중성자도 전자기파와 같이 회절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험에서 중성자의 속력을 증가시키면 원무늬의 간격이 좁아집니다. 그러므로 속력이 빠른 입자는 파장이 짧은 파동에 해당된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빛을 이용하는 광학현미경은 빛의 파장보다 작은 물체를 관찰할 수 없으며, 렌즈에 의한 회절 때문에 분해능에 한계가 있습니다.
한편 파장이 짧으면 회절을 적게 합니다. 그래서 회절하는 정도가 빛보다 작은 짧은 파장을 가진 전자의
물질파를 이용해 분해능이 높은 현미경을 제작할 수
있는데, 그것이 전자현미경입니다. 전자현미경에는
전기장과 자기장을 이용해 전자선(전자의 흐름)을 한곳에 모으는 장치가 있는데, 이것을 전자렌즈라고 합니다. 전자현미경은 전자렌즈를 이용해 물체의 확대된 상을 편광판 위에 만들어 관측하면, 파장이 짧은
전자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광학현미경에 비해 훨씬
높은 배율의 측정이 가능합니다.
요 약
회절은 파동만의 특징으로, 진행하다가 장애물을 만나도 장애물 뒤쪽 그림자 영역에까지 전파하는 현상을 말한다. 회절은 파동의 파장이 길수록, 슬릿의 너비가 작을수록 잘 일어난다. 음파와 물결파, 그리고
빛은 모두 파동이므로 회절 현상을 일으키는데, 빛의
경우 파장이 짧은 파란색보다 파장이 긴 빨간색에 대해서 회절이 더 잘 일어난다. 현미경이나 망원경에서는 회절 현상 때문에 거의 붙어있는 두 물체를 분간하기 어려운데, 파장이 짧은 빛을 쓰거나 렌즈의 크기를 크게 하면 회절 현상을 줄일 수 있다. 한편 전자나 양성자, 중성자와 같은 물질은 질량이 작기 때문에 파동의 성질도 지니고 있어서 회절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관련단원
공통과학 : 소음 / 물리Ⅰ, 물리Ⅱ : 빛과 파동, 회절
생각해볼문제
1. 오른쪽 그림은 쇠라의 ‘샤이춤’이라는 그림으로
점묘법을 이용한 것이다. 이 그림의 특징은 무엇인가?
2. 셀룰러폰과 PCS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심층코너
| 바늘구멍 사진기의 구멍의 최적 크기는? |
바늘구멍 사진기는 물체의 어느 한점에서 출발한 빛이 바늘구멍을 통과한 후 스크린의 한점에 다시 모이도록 해서 상을 얻는 장치다. 그런데 바늘구멍의 틈이 넓으면 한점에서 출발한 빛이 한점에 모이지 않고
퍼지기 때문에 물체를 구분할 수 없다. 따라서 바늘구멍 사진기에서는 물체의 한점에서 출발한 빛이 다시 한점에 모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바늘구멍의 폭을 좁히면 대신 회절 효과가 점점 커진다. 따라서 어느 한도 이상 바늘구멍의 폭을 줄일 수는 없다. 그러므로 가장 선명하게 상이 생기는 최적조건이 존재한다. 바늘구멍의 최적 지름은 바늘구멍
상자의 길이(L)와 파장(λ)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략
의 식으로 주어진다. 만일 길이 20cm의 상자를 바늘구멍 사진기로 쓴다면 사람 눈에 가장 민감한 빛의
파장 0.5μm(1μm=10-6m)를 대입해 바늘구멍의 지름이 약 0.1mm 정도에서 최적조건을 이룬다는 것을 계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