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김헌정 수석부위원장이 운명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오늘(4일) 오전 8시 경 남해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47세.
고인은 3년 전 자연치유사로부터 장 쪽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자연치유로 회복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노동조합에 휴직하고 요양하던 중 오늘 결국 운명했다.
민주일반연맹 권용희 조직국장은 “워낙 자신의 병 이야기를 잘 안해서 병환이 그렇게까지 심각한 줄 아무도 몰랐다”고 말하고 “근래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민주노총에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고 탄압이 심해 많이 피곤해 하면서도 열심히 활동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휴직을 신청할 때도 노조에서는 “1년 정도는 쉬어야 한다”며 장기요양을 권했지만 고인은 “잠깐 요양하면 곧 나을 것”이라면서 듣지 않았다. 휴직 기간 중에도 항상 노조 걱정 뿐이었다. 간부와 조합원들이 집에 찾아가면 혈색이 좋지 않은 얼굴로도 “몸이 좋아졌으니 걱정 말라”며 안심시켰고, 오로지 노동조합 걱정만 했다고 한다.
김헌정 수석부위원장은 자신의 몸이 많이 아픈 가운데서도 “휴직하고 쉬니까 내 존재의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빨리 출근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는 것이 주변 지인들이 전하는 말이다.
민주일반연맹 김헌정 수석부위원장 생전 투쟁 모습. 의정부 환경미화노동자들 조직화사업을 함께 시작한 홍희덕 의원과 함께. 사진=민주일반연맹
김헌정 수석부위원장은 대학 중퇴 후 노무사로서 덕계노동상담소를 만들어 당시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던 의정부지역 환경미화원노동자들을 만나 상담을 하며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환경미화노동자들을 조직해 2000년 1월 24일 경기도노동조합을 창립하고 2003년 말까지 초대·2대 위원장을 지냈다.
경기도노동조합 조직을 확산시켜 2006년 전국조직인 전국민주연합노조가 탄생했고, 고인은 부위원장으로 활약했다. 이어 2008년 2월 민주일반연맹이 생기면서 양 노조 수석부위원장직을 맡아왔다. 고 김헌정 수석부위원장은 환경미화노동자들의 노동조합운동을 만들고 이끌어온 산증인인 셈이다.
김헌정 수석부위원장 사망 소식을 들은 민주일반연맹과 전국민주연합노조 간부, 조합원들은 큰 충격에 빠져있다. 장례는 5월 6일 의정부의료원 5호실에서 진행된다.
유족으로는 노조운동을 함께 해온 부인 양미경 동지와 두 딸(고1, 중학생)이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민주노총 농성천막 방문 당시 고인의 모습.
민주일반연맹 김헌정 수석부위원장은 환경미화노동자들 상담으로 노동운동을 시작, 전국조직으로 이끌었다. 사진=민주일반연맹
김헌정 민주일반연맹 수석부위원장님 명복을 빕니다
민주일반연맹 의정부지부 이금석 지부장(54세)=오늘 오전에 소식을 들었다. 99년부터 우리 노조를 처음으로 만드신 분이다. 그때만 해도 저와 동료들은 노조가 뭔지도 몰랐다. 90일 간 파업투쟁을 함께했고 집사람(양미경동지)까지 우리와 같이 구속되며 고생하신 분이다.
그렇게 어려운 여건에서 10년 넘게 같이 해왔다. 우리 노동조합이 조합원 77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전국적으로 2,500명 조합원이 모여 있다. 앞으로는 잘 되나 했더니 큰 산이 무너지는 듯 하다.
10년 전부터 함께 해 온 저로서는 망치에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다. 평소 자연치유를 강조하셨고 본인이 건강을 자신했기에 우리도 믿었다. 벼락 같은 소식을 들은 의정부지부 조합원들은 큰 충격에 빠져있다.
휴직을 하고도 노조가 걱정돼서 의정부 사무실에 몇 번 왔다 가시곤 했다. 지난해 말 민주노총이 여의도에서 농성할 때 조합원들을 향해 투쟁을 독려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가슴이 너무 아파 말도 안 나온다.
우리가 대통령처럼 모시던 분이었다. 저 보다 나이는 어려도 높은 분으로 여겼다. 함부로 쳐다보지도 못할 만큼 높이 평가해 왔다. 의정부 조합원들은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실의에 빠져 있다.
이제 남은 우리가 역할을 해야 한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고인이 남긴 유지를 받들어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