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방송인지는 모르겠고,
사진작가 둘이서
한라산에서 눈밭을 거닐며 이야기하는 것이었는데,
거기에 Y계곡이 나왔습니다.
어머니는 Y계곡이 뭣꼬? 하십니다.
셍이총 닮은 계곡이라 하니 어머니는 쉽게 아십니다.
어제는
소설가 최인가씨가 나와서
장보고에 대한 걸 다루었습니다.
그 방송 중에
최인호씨는 장보고가 만든 전초기지를 일러
우리말 표현을 찾지 못하고(?) <일종의 '헤드쿼터'>라 말을 했죠.
어머니는 뭐셴 골암시? 하십니다.
우리는 테레비 화면 보고 대강 그게 무슨 뜻인지 느낍니다.
장보고는 바다에 섬처럼 튀어나온 곳에 성을 쌓고
지휘본부 같은 걸 만들었다고 합니다.
영어를 썼다고 다 나쁜 건 결코 아닙니다.
<영어>를 가지고 반미 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느낌입니다. 정서입니다. 생각입니다.
말에는 마음이, 느낌이 담겨 있습니다.
말을 잃어버린 아메리카 대륙의
선주민들은 자기의 느낌, 생각을 나타내고 싶어도
자기 말로 못하는 것에 대해 아주 슬퍼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생각과 느낌은
자기 조상들이 물려준 그 감성으로 남아 있는데,
말은 다른 말로 하자니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다는 거죠.
영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고,
자기들 말은 잃어버렸고, 자기 땅도 잃어버렸고....
누군가의 강압에는 들고 일어서 저항할 꺼리가 드러나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땐 정말 스스로 지키기가 어렵다고합니다.
씨름에 천하장사는 그 자리를 지키려면 몇 배의 노력을 한답니다.
안 천하장사는 그 천하장사를 상대로 훈련하고 준비하지만...
땅을 잃어도, 민족은 살 수 있습니다.
말을, 정신을 잃어버리면 땅이 있어도 더이상 자기가 아닌 자기와 살아가야 합니다.
그 아메리카 선주민의 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