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1218m)
(전라남도 광양시)
우리나라에는 백운산이라는 이름을 갖은 산이 많다. 아마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산명을 갖은 산이 백운산 일 것이다. 특히 광양의 백운산, 정선의 백운산, 포천의 백운산은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선정됐다.
광양 백운산은 우리나라 13정맥의 하나인 호남정맥의 종산이며 호남정맥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다. 전북 완주 주화산서 시작한 호남정맥 산줄기가 약 400Km를 굽돌아 그 맥을 마치는 산이 백운산이다.
국립공원 지리산과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하고 마주 하고 있는 백운산은 정상에서의 전망이 좋다. 웅장한 지리산 조망은 호연지기를 기르기에 제격이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들과 광양만이 잘 내려다보인다. 산에는 울창한 산림이 고산의 분위기를 나타내고 특히 고로쇠 수액이 유명하다. 백운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거론될 만큼 경관이 빼어난 명산이다. 예전에 한재 남쪽 진틀 마을에서 등산을 시작하여 병암계곡을 경유하여 정상에 올라 한재로 내려선 다음 따리봉에 올라선 후 진틀 마을로 원점회귀 산행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한재 북쪽에서 한재를 올라 호남정맥 능선을 타는 종주산행이다.
전라남도 구례군을 달리는 차에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지리산의 웅장한 산세가 섬진강과 조화를 이루며 한 폭 산수화를 나타내 탄성이 나온다. 스타렉스 미니버스는 섬진강과 벗 삼아 한동안 진행하다가 백운산 한재를 향해 나있는 가파르고 꼬불꼬불된 길을 잘도 오르고 있다. 한재 부근 식당에서 오찬을 한 다음 호남정맥 능선인 한재(860m)부터 등산을 시작한다.(13:10)
경사 급한 호남정맥을 잰걸음으로 올라가 백운산 따리봉(1127m)에 선다. 바위에서의 전망이 참 좋아 지나온 한재 뒤로 백운산 정상이 우뚝하게 솟아있다. 이제 능선 길은 완만해져 진행이 쉽다. 조금 후 헬기장이 나타나고(13:50) 곧이어 또다시 헬기장이 나오면서 능선 길은 가팔라진다. 5월이지만 무덥고 바람 한 점 불지 않지만 한 번도 쉬지 않고 잰걸음으로 진행한다. 오찬을 한 식당에 두고 온 물건 때문에 한재서 대원들보다 20분 늦게 출발하였지만 제일 먼저 삼각점(하동 308. 1985재설)이 박혀 있는 도솔봉(1123m)에 올라선다.(14:20)
대원들을 기다리며 전망을 즐긴다. 다음 목표 봉우리인 형제봉이 빤히 보이고 장엄한 지리산의 천왕봉부터 시작한 백두대간 산줄기가 반야봉까지 뚜렷하게 조망돼 내 마음을 부풀게 한다. 도솔봉을 뒤로하고(14:40) 등산을 이어간다. 호남정맥 능선은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잠시 완만하게 오르던 길이 나오더니 다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백두대간산행 전문산악회인 서울 거인산악회 리본이 눈에 많이 띄고 우리나라 최초로 1대간 9정맥을 완주한 길춘일 대장의 고산자 산악회 표식기가 달려 있어 올바른 정맥 길을 찾아가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능선 길은 오르막길이 돼 된비알 길이 나타난다. 급경사지만 가벼운 발걸음으로 쉽게 오르니 완만한 길로 바뀐다. 곧이어 두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형제봉(861m)에 올라선다.(15:35) 또 대원들을 기다리며 형제봉서 20분쯤 머무른 다음 잰걸음으로 나아간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서니 삼각점이 박혀 있다. 호남 정맥 능선은 한동안 내리막길로 진행한다. 나의 키 보다 큰 산죽이 울창한 능선을 통과하니 배낭에는 먼지와 꽃가루가 가득 묻었다.
월출재로 내려가(16:50) 15분쯤 쉬어가기로 한다. 이어서 오르막길이 된 정맥을 타고 나지막한 봉우리를 오른 다음 방향을 왼쪽(남서쪽)으로 틀어 나아가다가 독도에 실패하여 물을 만난다. 다시 뒤돌아 진행했던 길을 역으로 그대로 되 나아가 돌아온 다음 다른 길로 진행한다.
10여분쯤 내려간 정맥 능선은 가파른 오르막길로 바뀐다. 이제 기운이 빠진 탓일까? 발걸음이 무겁다. 조금 어렵게 하나의 봉우리에 올라선 후 조금 더 나아가 삼각점이 박혀 있는 860봉을 확인한다.(17:50) 860봉을 뒤로하고 얼마쯤 내려서니 독도주의구간이 나타난다.
정상적인 상식으로는 똑바로 직진해야 되는데 리본이 골짜기로 빠질 것 같은 오른쪽으로 달려 있다. 이 지점은 오른쪽으로 진행해야 정확한 정맥을 탈 수 있다. 내리막길로 한참을 내려서니 송전탑이 나타난다. 다시 오르막이 된 길로 조금 올라가니 헬기장이 나오고 호남 정맥 길은 내리막길로 바뀐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오늘의 최종목표지점인 미사치로 내려선다.(19:10) 심원마을을 향해 산을 내려가니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 나타난다. 목도 축이고 세수도 한다. 해가 지고 어두워진 시각에 심원마을로 내려가(19:30) 널찍한 집에서 민박을 한다. 연세가 많은 주인아저씨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잘 대해 주셔서 편안하다. 술도 마시면서 푸짐한 만찬을 즐긴다. 산나물도 아주 맛있게 먹었고 잠자리도 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