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우나에도 공중 목욕탕에도 가는것을 꺼린다.
내가 조폭도 아닌데 문신처럼 여기저기 칼 자욱이 많이 있어서다.
공중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다보면 힐긋 힐긋 누군가가 몰래 몰래 쳐다보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흉터 모두가 훈장같은 상처들이다.
등쪽 허리에 두줄로 길다랗게 생긴 흉터는 이십대 초반에 디스크가 아주 심한 상태로 전주 예수병원에서 미국인 신경외과 의사가 수술하여 완치가 된 훈장이다.
가슴에 길다랗게 생긴 흉터는 30대때 내가 증중근무력증으로 안검하수가 오고 모든 근육이 힘을 쓰지 못할때 흉선이란 성인이 되면 필요없는 남아서 문제를 일으키는 장기를 제거하기 위하여 삼성의료원 신경과에서 가슴을 열었던 자국으로 아주 큰 훈장중의 하나이다.
또 하나는 목에 가로로 난 흉터로 40대때 삼성의료원에서 갑상선 암을 제거할때 생긴 또 하나의 훈장이다.
나에게는 이러한 큰 훈장이 세개씩이나 있단다. 왜 훈장이라고 하냐고요? 이 흉터들은 나를 살린 수술 자욱으로 지금은 완치된 수술후의 흉터들 이기 때문에 훈장이라고 말한다.
그런일을 왜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할수가 있냐고요? 이제는 지나간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 되었기 때문이죠.
나는 나의 운수를 토정비결 책으로 볼수가 있는데 나의 큰병과 투기성 투자의 실패는 50대 초반까지 이미 그 기운이 다 지나갓다고 나와있다. 그러니 이젠 편안하게 말 할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훈장들 덕분에 자식들 모두 공부 잘 시키고 나 자신 또한 정년까지 직장에서 근무 할 수 있지 않았나요.
다만 서운한건 아들하고 함께 다정하게 공중목욕탕에 가서 서로 등을 밀어주며 오손도손 이야기를 주고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들 딸은 중학교 때 까지는 매월 두세번씩 우리 네 식구가 같이 여행을 다니곤 했기 때문에 덜 미안하긴 하였다.
하여간 나의 몸의 흉터들은 남들이 보기엔 흉해도 나에겐 나를 살린 훈장들 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배가 나오고 그 흉터들도 등살에 목살에 뱃살에 조금씩 묻혀가고 있다.
저녁식사 후에 딸이 보내준 캡슐커피를 내려서 티비 앞에서 달달하게 한잔 마시다 보니 세상이 너무 예쁘고 아름답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