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UTA ONODA
- 학계 추산에 따르면 일본에는 극단적 고립증상을 보이는 히키코모리 환자가 약 50만~200만 명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도쿄에 살던 기무라 가족이 후쿠오카로 이사온 후 중학생인 딸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길 힘들어했다. 예전 친구들을 보고 싶어하던 딸은 고등학교 1학년 생활을 절반쯤 마치고는 더이상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한창 신나고 활기차야 할 청소년기를 집안에서만 보냈고, 어느 해 1년은 거의 방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부모님이 유일한 대화 상대였던 셈이다.
학계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는 이런 히키코모리가 약 50만 명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히키코모리는 종종 일본만의 독특한 현상으로 치부되지만, 발간된 여러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과 홍콩, 스페인 등 세계 다른 나라에도 같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존재한다.
현재 33세인 딸은 자신이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노라고 말한다. 방이나 집 등의 특정 공간에서 나가지 못하거나 나가지 않는 사람과 그러한 현상 모두를 일컫는 말이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는 1990년대 이후 흔해졌다. 전문가들은 히키코모리가 일본을 위협하는 가장 큰 사회적 또는 건강상의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아직 히키코모리의 원인과 치료법, 심지어 이것이 정신질환의 일종인지 여부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까지 나서서 히키코모리 치료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지만 치료성공률은 여전히 낮다.
히키코모리는 정신질환을 정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문제행동을 조장하고 허용함에 있어서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의문을 제기한다. 후쿠오카 지역 연구자들은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국제적인 협력체제도 구축했다.
일본 정부는 국내 모든 현(県)에 히키코모리 지원센터 설치를 의무화했으며 후쿠오카 지원센터는 4년 전 문을 열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히키코모리 문제 해결의 시급성이 대두됐다. 히키코모리는 주로 20, 30대 남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한창 일해야 할 나이에 집에 틀어박혀 외부와의 접촉을 기피하면서 부모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부모가 은퇴하거나 사망할 경우 누가 이런 히키코모리를 책임질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라는 뜻의 후쿠오카 히키코모리 지원센터 ‘요카요카’는 청년고용센터와 연계돼 있다. 요카요카의 주업무는 히키코모리, 혹은 히키코모리 자식을 둔 부모들이 걸어온 상담전화 처리다. 하지만 실제로 이곳을 찾는 히키코모리는 소수이며 찾아온 이들 중에도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난 케이스는 적다.
가토 다카히로 큐슈대 신경 정신과 교수는 보다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히키코모리를 연구하기 위해 요카요카와 협력하고 있다. 가토 교수는 일본 뿐 아니라 앨런 테오 오레곤 건강과학대학 정신과 교수 같은 해외 연구자들과도 공조해 히키코모리를 보다 잘 정의하고자 한다. 이들은 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히키코모리의 사회적∙생물학적 토대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 DEPARTMENT OF NEUROPSYCHIATRY, KYUSHU UNIVERSITY
- 가토 다카히로 큐슈대 신경 정신과 교수는 히키코모리와 우울증 진단을 위해 일련의 테스트를 한다.
히키코모리는 우울증, 자폐 성향, 강박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소수는 인터넷 중독 증상도 보인다.
최근 히키코모리 지원단체를 찾아온 요시(31, 가명)는 언어치료 인턴으로 일하다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직장을 그만둔 후 6개월간 부모님 집에 틀어박혀 지냈다고 말한다. 다행히 6개월 후부터는 이따금 친구들도 만나고 도서관에서 자원봉사일도 하는 등 집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4년이 흐른 지금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후쿠오카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투루 가와노 센터장은 일본에 ‘히키코모리 환자’가 많은 것은 일본 내 정신건강을 위한 치료 자원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정신분열증 같은 심각한 정신질환보다는 히키코모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덜 부정적이라는 점도 자신을 히키코모리로 규정하는 일본인이 많은 이유다.
전문가들은 히키코모리가 다른 정신질환과는 다른 것 같다고 말한다. 2010년 ‘정신의학연구(Psychiatry Research)’에 실린 일본 레지던트 4,134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정신질환 진단 편람(DSM-5)에 의거해 히키코모리가 정신장애 판정을 받을 확률은 50% 정도다. 하지만 히키코모리에 대한 대규모 설문조사 자료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테오 박사는 미국에서 몇몇 히키코모리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다. 2010년 그는 히키코모리에 대한 나름의 진단 기준을 발표했는데 히키코모리의 핵심 증상을 사회적 고립으로 정의했다. 적어도 6개월 이상 사회적 고립을 경험해야 하며 그런 고립 상황에 대해 스스로 불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쿠오카 연구진은 테오 박사 등의 연구를 기반으로 히키코모리 평가 및 진단을 위한 표준화된 인터뷰와 질문지를 개발 중이다. 연구진은 히키코모리에 관한 상반된 이론들을 때로는 지지하고 때로는 반박할 수 있길 바란다.
가토 박사는 “서구에서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서구 부모들은 아마 억지로라도 등을 떠밀어 밖으로 내보내겠지만 일본 부모들은 그러길 두려워한다”고 설명한다.
일본 전문가들은 부모의 엄격한 자녀양육방식과 자녀가 느끼게 되는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히키코모리의 원인 중 하나로 본다. 그런데 희한한 건 히키코모리 환자들은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많으며, 부모들은 이런 자녀에게 억지로 학교에 가라거나 집 밖에 나가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방 안에 틀어박힌 자녀가 굶을까 밥상을 차려다 주곤 한다.
현재로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외부세계와 다시 접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가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요카요카를 운영하는 비영리재단의 아사미 미치코 대표는 환한 미소로 히키코모리 환자를 맞아주며 비판적이지 않은 대화를 시도한다. 여러번의 세션 동안 말없이 앉아 있거나 아사미 대표를 쳐다보지도 않는 환자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환자들은 조금씩 마음을 연다.
히키코모리 지원단체를 운영하는 오가와 히데도시는 환자들에게 방 안을 걸으며 모임에서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해 보라고 주문하는 식으로 상호작용을 유도한다. 일주일에 한번 그는 환자들을 근처 커피숍으로 데려가는 등 외부활동을 통해 다시 사회적 상호작용에 익숙해지게끔 한다.
히키코모리 치료법은 다양하며, 어느 한 치료법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거의 나와있지 않다. 미국에서 사회 불안 장애를 치료하는데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환자가 두려워하는 것과 점차적으로 부딪히게 하는 것이다.
아사미 대표의 따뜻한 격려 덕분에 이제는 집을 떠날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아직 친구 사귀는데는 자신이 없지만 말이다.
히키코모리는 회복의 개념도 모호하다. 자신이 히키코모리에서 벗어났다고 믿는 유-찬(27, 가명)은 요즘 생애 첫 직장을 구하기 위해 컴퓨터 기술을 연마 중이다. 말하면서 쑥스럽지 않다지만 그녀의 얼굴은 즉시 홍조를 띠었다. 짧은 인터뷰 동안 가볍게 몸을 떨기도 했다. 유-찬은 10살 때 친구가 한 말에 상처를 받아 14년 동안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기무라처럼 자신감을 되찾은 환자도 있다. 기무라는 자신이 학업에 자신감을 잃고, 우울감에 빠졌으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못 견뎌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고 회상한다.
지금도 히키코모리 지원센터에 가려하면 겁이 나지만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깨달았다. 그렇지 못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한다.
요카요카 센터 사람들이 보여준 따뜻함이 타인과 상호작용하고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더 노력하도록 만들어줬다.
요즘 후쿠오카 청년고용센터에서 직원으로 일한다는 기무라는 히키코모리 환자들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부디 용기내서 첫 걸음을 내딛길 바란다”고 당부한다.
사회가 병들면 개인도 병든다.
개인이 병들면 공동체도 병든다.
일본만이 아닌 이 땅에서도 이미 시작되고 있는 병이다.
공동체적 영성을 교회가 줄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