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횡단] 따뜻하고 투명한 음악 가득 "자전거 탄 풍경"
`지푸라기 바구니 안에 담긴 11개의 흰 달걀'
그룹 `자전거 탄 풍경'의 음반을 다 듣고 난 뒤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단상이다. `자전거 탄 풍경'의 음반은 그렇게 예쁘고 듣기에 편안한 음악들로 가득하다.
강인봉(기타, 소프라노 색소폰, 건반악기, 피리, 보컬) 송봉주(기타, 하모니카, 보컬) 김형섭(기타, 보컬)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그 구성원의 면면에서 알 수 있듯이 탄탄한 실력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실력은 비슷한 규격으로 대량 생산되는 요즘 음악에선 느낄 수 없는 `깊은 맛'으로 나타나고 있다.
멤버 모두가 싱어송 라이터이고,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룬다는 사실도 `실력의 평균하향화'를 이룬 요즘 가수들과 격이 다르다는 걸 느끼게 한다. `자전거 탄 풍경'의 음악에는 자연스러움이 흐르고 있다.
힘을 내어 억지 소리를 내뱉기보다는, 얘기하듯 편안하게 노래한다. 악기들의 울림도 인위적인 소리의 왜곡을 자제하고, 본래의 느낌을 담아내려 애썼다. 그래서 이 그룹의 음악에선 정갈한 `자연미'가 물씬 풍긴다. 또한 참으로 오랜만에 `무르익은' 음악을 듣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룹송인 <자전거 탄 풍경>은 연주곡으로, 자전거라는 정겹고 소박한 대상을 예쁘고 아름답게 표현했다. 이어지는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은 단연 음반의 백미이다. 곡이 지닌 친근함도 좋지만,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연주와 주고받는 보컬이 잘 어우러지고 있다.
한마디로 그룹의 스타일이 잘 살아있는 노래라 할 수 있다. 수채화처럼 투명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는 <사랑하기 위해서>, 산뜻하고 경쾌한 <그대와 함께라면(생일)>, <일어나 너의 하늘을 봐>는 수록곡 가운데 가장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의 곡이다. 이 곡은 <너에게 난, 나에게 넌>과 함께 음반에서 가장 돋보이는 노래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가 그룹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씨랜드에 잠든 어린이들을 위해'라는 부제가 붙은 <담쟁이 넝쿨별>도 빼 놓을 수 없는 곡이다. 눈물을 참고 담담하게 읊조리는 노래가 오히려 쉽게 증발하지 않는 슬픔을 전한다.
송기철/대중음악 비평가/KBS 위성2TV>가요@빅뱅 진행자 - 2001년 한겨례 신문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