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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의 매서운 쌀쌀함. 그걸 느꼈지 뭐예요 그제 밤. 안 예쁘지만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소프트한 솔의 워킹화를 신고, 바람이 너무 차 머리와 귀가 시린다 싶으면 후드를 뒤집어 쓰면 되는 집업 후디를 걸치고 아이폰과 이어폰, 그리고 차에 들어오자마자 꿀꺽꿀꺽 마실 생수 한 병을 챙겨 한강을 산책했을 때요. 언제나 밤의 한강을 걷는 건 제게 진리에요. 음악을 들으며 사색하며 걷는 그 시간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여유롭고 감사하니까요. 이 각박하기 그지 없는 서울의 삶 속에서, 잠시 빠져 나와 나만의 동중정으로 스며들 수 있는 그 시간이 저는 참 좋습니다. 되는대로 주위 사람들에게 “우리 걷자!”라고 내뱉는 이유죠 그게.
‘여름엔 맘처럼 자주 못 걸었으니까.. 가을엔 진짜 많이 걸어야지!’라고 벼른 지 아직 한 달이 안 됐어요. 그런데 그제 완전 칼바람에 초겨울인 밤을 겪고는 놀라버렸네요. 그렇게까지 추울 줄은 몰랐거든요. 그나마 다행였던 건, 안감에 기모 처리가 된 아베크롬비 집업 후디를 걸치고 나갔던 거에요. 그게 얇아도 안감 기모 가공 때문에 꽤 포근하거든요. 그렇게 그제부터 아주 쓸쓸하기 그지 없는 차고 깊은 가을로 접어든 것 같아요. 어제의 저는, 계절이 바뀜을 레깅스를 입고, 어그를 꺼내 신고 나가는 제 차림에서 발견하곤.. ‘진짜 계절 바뀌는 건 순식간이구나!’하며 피식 웃었어요.
사실 전, 요즘 힘든 하루 하루를 통과하는 중이에요. 제 생애 최고의 여행이 바로 지난 9월의 샌프란시스코 여행이었거든요. 그래서 여러분에게 사진으로나마 저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그 무거운 카메라를 이고(?) 다닌 이유는 여러분이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사진으로 제 여행 이야길 들려주기도 전에 복잡한 일이 생겨 윤주메일 원고 작업을 못하고 있어요. 사진 정리 못하는 건 당연지사! 제 생애 가장 찬란했던 여행 후기는 11월쯤에나 전해드리기로 하죠. 그런데 참 이상해요. 다음에 또 여행 가고 싶은 도시가 제겐 샌프란시스코. 제가 항상 가장 살고 싶은 도시가 샌프란시스코거든요. 그런데 이상한 징크스가 생겨버렸어요. 샌프란시스코에만 다녀오면, 제 인생에 큰 일이 빵빵 터져요. 첫 여행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런데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나쁜 것만 보고 낙담하지 않고 있어요. 나쁜 일을 겪으며.. 때론 가족보다 더한 보살핌으로 아무 대가 없이 저를 챙기는 주위 고마운 사람들을 보며.. 미소 지을 수밖에 없어요. 힘든 한낮을 보냈을 지라도, ‘씨~익’ 웃으며 잠드는 이유죠.
저는 그렇게 난생 처음.. 이 시기에 커플링도 받아봤구요(남자랑도 생전 안 해 본 커플링을.. 친구가 사서 던져주고 갔어요. 하고 다니라고. 힘에 부칠 때마다 그 커플링 보며 늘 응원하는 자길 생각하며 힘내란 증표인 거죠), 어제인가는 짠돌이 동생이 봉투 두둑하게 돈을 넣고, 편지를 건내며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하곤 그렇게 제 얼굴 10초 보고 가버리대요. “아니, 힘든 사람이어야 하는데 얼굴이 왜 그리 폈어? 언닌 언제나 내 주위에서 최고 동안이야!”이런 기분 좋은 말도 남겨주고. 자기 일론 자존심 때문에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한 번 안 하는 누군가는, 나 대신 이곳 저곳 알아보며 남들에게 아쉬운 소릴 하고 다니고. 머리가 아파 꼭 정리해야 할 서류들을 정리 못하겠다고 멍 때리는 저 대신, 하루 종일 서류만 붙들고 있어주는 누군가도 있고. 그렇게요. 오히려 힘들지만 동시에 가장 고마운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랍니다.
초긍정적이고, 대책 없이 낙천적인 뭔가가 제게 있거든요. 인생이란 언제고 행복하기 그지 없는 것만은 아니란 걸 아는 나이죠 전. 살다가 어느 힘든 날들이 찾아올 땐, 분명히 깊은 슬픔과 고통의 소용돌이에 내 몸이 주체 못하고 휘몰아쳐질 때가 있을 거라 늘 생각은 했어요. 근데 보면 항상 가장 좋았던 시간 뒤에, 가장 힘든 시간이 연이어 따라오더라고요. 이번처럼. 하지만 그런 힘든 시간을 통과하는 중에도.. 저는 소망하건대 진심으로 얼굴의 긴장을 다 내려놓곤 ‘씨~익’ 웃을 수 있는 딱 그 만큼의 여유, 그것만 제게 허락되면 참 감사하겠단 생각을 하는데 요즘 제가 그렇더라고요. 나름의 소망이 이뤄진 거죠. 그제 오후엔 옆에 있는 사람 맘까지 아프게 하며 눈이 퉁퉁 붓도록 눈물을 토해내고는 대낮 맥주를 꿀렁꿀렁 마시기도 했지만.. 그래 놓곤 밤의 한강을 걷다가 감탄하며 그 풍경의 경이로움에 행복해하고 있더라고요. 한남대교에서 성수대교 방면으로 걷던 중였는데..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에서부터 성수대교로 이어지면서 삼성동 아이파크에서 마무리되는 선명한 밤의 스카이라인 전경을 보면서요. ‘와~ 역시 서울의 보물은 한강이야. 참도 예쁘다!’라고. 되뇌었어요. 예쁜 건, 그저 그렇게 바라보고 감탄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니까요.
그 순간, 지난 언젠가 읽었던 소중한 헬렌 켈러가 남긴 글이.. 그 또릿하기 그지 없는 한강의 야경 위로 흐릿흐릿 겹쳐지더라고요. 이런 말이었거든요. ‘모든 것들에는 나름의 경이로움과 심지어 어둠과 침묵이 있고, 내가 어떤 상태에 있더라도 나는 그 속에서 만족하는 법을 배운다.’ 저뿐 아니라, 삶의 힘든 순간을 통과하고 있을 누군가가 윤주메일을 읽는 당신이기도 하다면.. 가을 찬바람에 마음이 너무도 헛헛해져 ‘나 잘 살고 있는 건가?’라는 불안에 사로잡히더라도.. 글루미한 감정들을 걷기, 그리고 사색의 시간을 통해 잘 회복시키고, 저처럼 씩 웃으셨음 해요.
맞다. 전요 그렇게 칼바람을 맞으며 한강 산책을 하던 그제 밤, 문득 대학 선배가 떠오르대요? 이번에 저를 위해 팔 걷고 나서준 사람 중 한 명인데, 같은 대학을 다닌 선배 오빠에요. 무역회사가 그 오빠의 첫 직장이었는데, 미국으로 원단(패브릭)이나 의류(옷)를 납품하는 회사였어요. 야근한다며 사무실 구경할 겸 놀러 오라 해서 갔는데, 예쁜 사무실에 둘둘 말린 컬러풀한 원단이 가득하더라고요. 그때가 2000년 아님 2001년인가 그랬을 건데. 그 사무실에서 그 이름을 처음 들었어요. 지금은 저의 패이보릿 패션 브랜드가 된 아베크롬비(Abercrombie & Fitch)요.
오빠의 첫 회사는 고품질의 원단과 옷을 제조납품하는 곳이었거든요. 그리고 그 주요 거래처가 아베크롬비였던 게죠. 난생 처음 보는 둘둘 말린 원단, 그리고 시차로 인해 한밤 중에도 사무실의 전화벨이 울려대는 생소한 풍경에 놓인 제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는데.. 미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끊고 난 뒤 오빠가 그런 말을 하라고요. 마침 아베크롬비에서 걸려온 전화였던 듯. 오빠네 회사의 여러 클라이언트사 중에서도 아베크롬비는 유난하다고. 대충대충 넘어갈 수 있는 다른 브랜드랑 달리 아베크롬비는 아주 까탈스럽게 패브릭의 품질이나 바느질의 정밀함을 따져서 로스율도 매우 낮아야 하고 피곤하다고. 그런데 물론 일하는 입장에선 피곤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꽤 매력적인 브랜드라서, 자긴 아베크롬비와 일하게 되면서 참 좋아하게 됐다고. 그 때 처음 들은 이름이지만.. 그 브랜드 로고를 본 것 같은 거에요. 당시에 ‘압구정’하면 오렌지족이 연상되던 시절이었는데, 방학을 맞이해 한국에 들어온 교포나 유학생들이 압구정 거리에서 우리말 대신 영어로 대화하는 걸 보며 저도 모르게 이질감을 느끼며 조심스레 흘깃거린 적이 있곤 했는데(그 땐 그런 풍경이 제게 꽤 낯설었거든요), 근데 문득 생각해 보니 우리말 대신 영어로 대화하는 또래들이 입고 있던 옷에 바로 Abercrombie & Fitch라는 로고가 박혀 있었던 거죠.
그로부터 몇 년 뒤에요. 마침 의류회사가 첫직장이었던 남자친구를 만나던 때였어요.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자기네 브랜드는 미국의 아베크롬비를 벤치마킹해 만든 브랜드라고.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발걸음은 물론 맘까지 경쾌해지는 딱 아베크롬비스러운 음악과 함께 어느 매장을 가든지 같은 향기. 그 싱그럽고 상쾌한 향수 냄새가 아베크롬비를 특별하게 한다고. 의류 매장이라면 옷 디스플레이에 신경 쓰기도 바쁜데, 아베크롬비는 옷을 판매하는 공간이 단지 그 역할로 끝나는 게 아니라, 모든 감각의 향연을 인상적인 경험으로 느끼게 하는 특별한 캐주얼 브랜드라고. 감성을 파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 브랜드를 벤치마킹한 거라고. 그 때만 해도 전 미국은커녕 해외에 나가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근데 그 얘길 들으면서, 선배오빠의 사무실에서의 이야기가 오버랩되면서 문득 궁금해지는 거에요. 단지 옷만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옷과 함께 감각(경험)을 판다는 그 브랜드가 궁금해진 게죠. 단지 영어 잘하는 미국 물 먹은 애들이 입는 브랜드라서가 아니라. 그래서 다음에 언젠가 미국에 가면, 이 친구가 열을 올리며 얘기하는 그 감각, 아베크롬비에서 옷을 사는 게 아니라 ‘옷을 사는 시간을 기꺼이 즐기는’ 그 경험을 해봐야겠다 그랬었어요.
2008년 초가을이었을 거에요. 제 첫 미국 여행이자, 샌프란시스코 첫 방문이. 샌프란시스코는 크게 2권역으로 구분할 수 있거든요. 도심 한복판이라고 할 수 있는 마켓 스트릿 권역과 시 라이언이 살고 있는 바다인 피어 권역. 둘의 느낌은 아주 달라요. 근데 땅이 엄청 비쌀 것 같은 마켓 스트릿이란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메인 스트릿에서도, 가장 목이 좋은 곳에 아베크롬비 플래그쉽 스토어가 자리잡고 있답니다. 근처엔 아베크롬비뿐 아니라 리바이스,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좀 더 저렴하게는 갭이나 포에버21 같은 매장들도 있는데 전 쇼핑을 위해 걷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만, 마켓 스트릿은 꽤 걸을 만하다는 거! 복잡하고 붐비지만 꽤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거든요. 미국인데, 미국이 아닌 유럽의 건축양식을 지닌 거리가 펼쳐지기 때문이에요. 굉장히 골져스하단 생각이 들죠. 명품 럭셔리 브랜드도 아니고 캐주얼 브랜드들이 그런 근사한 빌딩에 자리잡고 있다니까요.
마켓 스트릿에 있는 바로 그 아베크롬비 매장이 저의 아베크롬비 첫 대면이었어요. 그 전엔 아베크롬비 옷을 해외의류수입매장이나 온라인을 통해 샀어야 했으니.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감각의 향연’ 그 친구가 얘기했던 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그 때 샀던.. 안감에 기모 처리가 된 몸에 핏되는 그레이 컬러의 집업 후디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잘 입고 있어요. 맞다! 2013년, 우리나라에도 청담동 명품거리에 아베크롬비가 생겼어요. 엄청 럭셔리하게. 캐주얼 브랜드지만, 명품거리에 매장을 낸 그 배포란 참.. 훗!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아베크롬비는 아직 그 매장 하나 뿐이라, 대부분은 온라인을 통해 구입해 입죠. 그래서 적어도 하루에 1번, 누군가의 가슴이나 허벅지에서 그 로고를 찾아낼 수 있는 너무 흔해빠진 브랜드가 되어버리긴 했어요. 한강 나가잖아요? 마주 오는 워커 또는 조거의 옷 중에서 아베크롬비를 발견하기란 너무 쉽죠. 그렇게 흔해졌는데도.. 전 아직까지도 아베크롬비가 좋아요. 그 얘길 들려주고 싶었고요. 소소한 수다로.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주문으로 아베크롬비 트레이닝 룩의 옷들을 사 입잖아요? 그런데 그게 되게 다르답니다. 막상 매장에 가서 보잖아요? 그럼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에서 살 수 있는 재고들과는 조금 다른 것들이 보여요. 온라인에서는 그냥 클리어런스나 재고 같은 거 싸게 사서 싸게 파는 그런 판매자 많이 찾을 수 있는데.. 막상 매장에 가 보잖아요? 늘 봐오던 그런 트레이닝 룩 말구요, 의외로 페미닌 분위기가 물씬 돋는 예쁜 여자옷이 많거든요. 엄청. 특히 전 일상 속 청순 모드를 연출하고 싶을 때 항상 캐주얼한 화이트 레이스 드레스를 입곤 하는데, 여태 여러 브랜드에서 많이도 사봤지만 그런 화이트 레이스 드레스는 아베크롬비가 최고! 그리고 여자 몸의 가녀림과 굴곡을 부각시켜줄 니트 종류나, 동남아 갈 때 챙겨가면 좋을 크롭 탑 같은 게 진짜 잘 나오는 브랜드가 아베크롬비에요. 특히 아베크롬비 니트는 제가 집업 후디 못지 않게 좋아해요. 대부분의 니트가 성근 짜임으로 언뜻언뜻 맨살이 비치게 되어 있어요. 그게 더 예쁘다는 거! 그리고 몸의 곡선을 타고 내추럴하게 흘러내리는 핏이라든가, 오프숄더로 살짝 루즈하게 떨어지는 가녀린 느낌이라든가.. 그런 게 되게 잘 표현되어서요. 저 요새 아베크롬비 니트 한 4개쯤을 계속 돌려 입는 듯. 다른 옷에 손이 잘 안 가요. 긴팔 니트에 데님 숏츠, 발 시리면 어그 부츠? 그게 요즘 1분만에 뚝딱 입고 나가는 제 이지룩의 기본 룰. 특히 아베크롬비의 성근 와인색 브이넥 니트랑 별모양 오프숄더 크롭 니트는.. 진짜 저의 베스트 니트!
그러고 보니 저 얼마 전에 중년 소리 들었거든요. 저의 직설적인 피부과 주치의 쌤에게. 고작 30대 후반일 뿐인데. 흥! 근데 사실 이 나이 먹고도.. 저는 포멀한 옷을 입고 단장하고 나가야 할 자리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평상시엔 1분만에 뚝딱 입고 나갈 수 있는 이지룩으로 입고 외출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꾸 아베크롬비를 즐겨 입게 되요.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메리칸 빈티지랑 DKNY 퓨어 라인이지만. 걔네만 해도 좀 비싸니까. 미국 여행 3번 갈 때마다 아베크롬비 옷을 넉넉히 사오게 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어요. 사실 아베크롬비는 예쁜, 또는 잘생긴 백인 10대를 겨냥해 만든 브랜드임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면서.. 욕 많이 먹잖아요. 광고를 보면 순 헐벗고 찍은 광고가 태반이에요. 아베크롬비 CEO, 백인우월주의자라 인종차별적 발언 자주 하고, 헐벗은 근육질 10대 후반 남자들 내세우고. 사실 최근 아베크롬비가 전처럼 인기가 좋지 않은 건 그만큼 미국 내에서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이나 비만인구가 굉장히 아베크롬비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어 그럴 수 있어요. 사실 저도 그 CEO는 너무 싫은데.. 그래도 옷이 좋은 건 좋은 지라.. 그 CEO의 정신세계에 대한 건 일단 오늘 윤주메일에선 논외로 할게요.
그리고 선배 오빠가 말한 것처럼 뛰어난 품질 관리 것도 맘에 들어요. 아베크롬비 집업 후디만 해도 몇 개 가지고 있는데 정말 튼튼하게 잘 만들어서 다른 후디는 2~3년 입다 보면 세탁기에 시달리면서 어딘가 뜯어지고 닳고 해지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아베크롬비 껀 안 그래요. 그 빈티지한 짱짱함이 오래 가더라고요. 특히 두껍지 않으면서도 얇지만 따뜻하게, 안김 기모 처리가 된 집업 후디는 아베크롬비를 따라갈 브랜드가 없는 듯해요. 그래서 아베크롬비 후디는 언제나 제게 구세주 같아요. 혼자 심야영화가 급 땡기는 밤에도, 반팔에 쇼츠 입고 있다가도 그냥 아베크롬비 후디 하나 걸치고 나가면 되니까. 여러 개 있어도 자꾸 하나씩 더 장만하고 싶어지는 욕심은 그래서 생겨요. 아베크롬비 동생인 홀리스터도 있지만, 입어보며 미묘하게 관찰해 보면 알게 되죠. 아베크롬비가 확실히 좀 더 디자인도 예쁠 뿐더러 견고하다는 것! 그만큼 깐깐하게 옷을 납품 받으니까. 어쨌든.. 그래서 이 여성스럽기 그지 없는 베이비 핑크색의 후디는, 요즘 제가 가장 자주 즐겨 입는 옷이 됐어요. 그제부터 부쩍 추워진 10월, 산책길의 차가운 밤공기로부터 저를 지켜줄 녀석! 여러분들에게도 요거 진짜 되게 추천해주고파요.
이젠 40대 초반인 그 선배 오빠, 그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하고 살았는데.. 언제나 영하고 입고 싶어하는 그의 패이보릿 캐주얼 브랜드는 당연히 아베크롬비겠죠? 대개 젊은 감각으로 사는 40대 오빠들(이제 제 나이는.. 40대가 아저씨가 아닌 오빠인 나이에요) 보면 캐주얼 브랜드는 거의 아베크롬비를 선호하더라고요. 제 주위엔요 드레스룸 한번 털면 억 단위의 가격이 나올.. 명품소비의 끝판왕 오빠가 하나 있는데요. 워낙 돈을 잘 벌어서 능력이 있긴 해요. 니트 하나도 200만원대하는 그런 거 사거든요. 뭐 있는 사람이 쓰겠다는 거에 색안경 끼고 보진 않아서요 전. 근데 이 오빠의 티셔츠나 트레이닝 팬츠, 점퍼는 죄다 아베크롬비에요. 명품만 선호하는 사람들조차도 기꺼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아베크롬비더라고요. 40대를 아저씨가 아닌 ‘오빠’라고 부를 수 있게 해주는 옷이.
그런 아베크롬비를 남들은 소위 ‘간지나는’ 트레이닝 룩을 연출할 수 있는 브랜드로 보겠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여성스러운 아베크롬비 옷의 매력에 푹 빠진 저는, 제가 느낀 그 매력을 여러분도 알 수 있담 참 좋겠다 싶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제가 쏙 빠져 제 옷으로 구입했던 옷 몇 가지가 제가 입어보니 막상 괜찮아서 뷰키에도 소량씩 입고되어 있어요. 미국 여행을 할 일이 있다면 가서 폭풍쇼핑해오면 좋겠지만, 당분간 그럴 일이 없다면 뷰키에 입고된 몇 가지라도 한번 살펴보세요. 아베크롬비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직구하는 걸 막아서 공식온라인 쇼핑몰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물건을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제가 처음 아베크롬비를 입기 시작했던 그 2000년인지 2001년인지에 비해서 지금의 아베크롬비는 그 때만큼의 독보적 매력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제일 손이 많이 가는 옷이라는 것! 까탈스러움은 때론 피곤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매력을 창출해내기도 한다는 것! 옷이든 사람이든요.
첫댓글 대놓고 아베크롬비라고 크게 씌여진옷들보다 세련되고 편한 페미닌 룩이 더 예쁜 아베크롬비 ㅎㅎ 여긴 미국이라 가격도 착하지만 ㅎㅎ 한국은 진짜 쓸데없이 비싸더라구요...ㅠㅠ 여기옷들은 매년 디자인들도 비슷해서 세일할때 계절 상관없이 사놓으면 몇년은 입는다는 ㅎ 저도 30대중반인데도 여기옷 참좋아해요 ㅎㅎ
아베크롬비 옷 넘 편하고 이뻐서 좋아하는데;;;한국은 너무 비싸요ㅠ.ㅠ
카친해요
Wintermine
01094912880
아베크롬비 소재가 너무너무 좋아용...... 아 이뽀용~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0.24 18:38
역시 날이 쌀쌀해지면 기모 후디가 짱이죠~~
별 니트 이제는 없다는게 넘 아쉽네요~
일년전 글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좋은 글입니다.
핑크 후디는 꼭 득템 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