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더라.>
- 2004. 2. 9. 월. 백장미-
편안한 잠 자려고
귀 막고 눈 막고
밤새 뒤척이다
이른 아침 일어나
실눈 뜨고
윙윙 머리 노래 들어가며
쨍쨍 내리며
눈발 녹이는 해님을 맞았다.
어정어정
발은 무겁고
시간은 아까워
후다닥 일어나 나가 본 날
봄이 오고 있더라.
백화점 안은
온통 분홍 물결 이라
몇 시간 눈요기 뒤에
내 손 안에도
모두 분홍만 들고 있네.
날 저무는 하늘은
따스한 봄은 밀려가고
찬바람만 으스스
감기 올까 얼른 들어 왔다.
올 해는
며칠 안 되는 방학이
벌써
끝이 나 출근 했구나.
모처럼 만난
제자들 방 안은
장미 물결로 가득해
새삼 행복해 한다만
일전에
스팸 메일에서 건진 것이
잘못 된 탓인지
컴퓨터가 한 동안 열리지가 않더라.
반가움에 듬쑥 거리다
내 감정만 앞설까
조심조심
구경만 여러 날
살아오며
아른 거리든
물결 같은 그리움이
한 가닥은 잡히는 것도 같고
하나하나
깨알 같든 날들에도
미진함은 남아 있어
누구는 첫사랑으로 오고
누구는 미움으로 왔더라.
골짜기 시골 학교는
봄눈 속의 안개 같아
겉은 한들한들
속은 시장판
말 많고
정 많고
탈 많은
먼지 나는 곳에서
우뚝 우뚝 자란 아이들이
사십을 훌쩍 넘어
나름대로의 삶에
미루나무처럼 버티고 있네.
봄이 오는 소리 들리면
그리 원하는 대로
소리 찾아 나가 볼까
생궁리를 한다.
고산골에
봄 오는 소리 들리거든
사뿐히 나가보고
바람결에 소식 보내 다오.
오랜 날의 임이
지난날의 연인이
오라비 같든 연분이
한아름 정으로 다가 올지 몰라 말이다.
<팔공산 연수원에서>
- 2004. 2. 13. 금. 신형호-
봄이 여기에도 오려고 하는 지
연일 건조주의보지만
하늘은 더없이 화창하고 푸른 날씨란다.
난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팔공산 교원연수원에서
하루 종일 연수받느라고 꼼짝을 못한다.
느긋하게 놀고 지내다가
하루 종일 피교육자가 되어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강의를 들으니
그 강의가 아무리 유익할지라도
몸이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제자들과의 모임
아득한 옛날 산골의 순박하디 순박한
제자들과의 정겨운 소식에
정말 많이 기쁘고 대견하겠구나.
나도 작년 겨울
초임학교 산골 제자들의 초대에
평생 다시는 느끼지 못할
진한 감동과 그리움을 맛 보았단다.
이미 그들도
이제 40대에 접어든
이 사회의 어엿한 중년으로 살아가기에
너의 말대로
누가 제자인지 누가 스승인지
겉만 보고는 알 수가 없더라.
아마
장미 너도 그렇지 싶네.
너의 그 날씬한 외모와
변치 않은 몸매를 보면
단발머리의 그 시절 그 제자들이
친구로 보일 것이야.
하루하루가
정말 바쁘게 지나가고 있단다.
요즘은 책을 펼쳐도
진도도 나가지를 않고
눈만 피곤하고...
이번 주말에는
용두골 정상에나 다녀와야겠다.
집에서 늘 안부를 묻는 숲에게
깊숙이 들어가서
봄의 살며시 오는 소리도 들어보고
솔바람과 댓바람에
내 가슴을 풀어헤치고
맑은 햇살과 얘기라고 해 볼 수 있을런지.
마른 낙엽만 가득히 쌓인
숲이 조용히 익어가는 산기슭에는
겁도 없이 부시럭거리며 돌아다니는
장끼 두어 마리만
지난 주 살짝 내린 잔설사이에서
어슬렁거리고...
내일은 재택연수라
집에서 컴퓨터에 접속해서 강의를 받는다.
좀 느긋이 지낼 수 있단다.
팔공산 연수원이
토요일 휴무라서 그런 모양이다.
이제 곧 3월이 되겠지.
입춘이 지난지도 제법 되었지만
난 아직 봄내음을 찾지는 못했단다.
연수중 점심시간 잠시 짬을 내어
편지를 쓰려니
바쁘기만 하고 좀 그렇네.
좋은 봄 맞길 바랄게
늘 건강도 빌면서...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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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이메일을 펼쳐보며 198
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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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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