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말
10월의 마지막 주,
경우신문 편집국장이 보내준
<필자의 칼럼>입니다.
그윽한 국화 향기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
전국 150만 전 현직 경찰가족과
함께 건강 관련 칼럼을
공유하면서
아름답고 멋진 삶의 향기를
느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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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우신문 2025. 10월호 <윤승원 칼럼>
회춘정에서 만난 두 노인의 양생비결
- 전직 경찰관과 택시기사 출신 노인의 공통점
▲ 경우신문 <윤승원 칼럼> 2025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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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칼럼】
회춘정(回春亭)에서 만나는 사람들
― 전직 경찰관과 택시기사 출신 노인의 공통점
윤승원 수필가.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경우회 홍보지도위원
도솔산(兜率山)에 매일 오른다. 직장 은퇴 후 이 산에 오르는 것이 일과처럼 됐다. 도솔산에는 발길 닿는 곳마다 정자(亭子)가 나타난다. 두루봉 약수터, 구선천 약수터, 서당골 약수터, 내원사 약수터 등 약수터에는 어김없이 정자가 기다린다.
그중에서 서당골 약수터에 있는 ‘회춘정(回春亭)’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꼭 쉬어간다. 우선 정자 이름이 신비스럽다. 여기 잠시 쉬어만 가도 어떤 불가사의한 기(氣)를 받는 느낌이다.
누가 이런 재미있는 이름을 지었을까? ‘서당골’이라는 예스러운 이곳 지명과도 걸맞은 현판이다. 이런 이름을 지은 사람은 어쩌면 한평생 붓과 벼루를 벗 삼아 온 선비일 것이다.
◆ 신비스러운 ‘회춘’의 뜻
‘회춘(回春)’이란 말에는 세 가지 뜻이 있다. ‘봄이 돌아온다’라는 뜻과 ‘심하게 앓던 병이 낫고 건강이 회복되었다’, ‘도로 젊어진다’라는 뜻도 있다.
그중에서 ‘도로 젊어진다’라는 ‘회춘(回春)’의 뜻은 알면 알수록 흥미롭다. 중국 고전 의학, 도교 사상, 그리고 문학 속 불로장생에 대한 환상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춘(春)’은 생명력이요, 양기(陽氣)요, 청춘의 상징이다. 인간의 정(精), 기(氣), 신(神)을 단련하여 늙음을 늦추고 젊게 만든다는 기대와 믿음을 주는 글자가 ‘봄 춘(春)’ 자이다.
주(周) 나라 시대 어떤 전설 같은 인물은 도를 닦아 300세가 되어도 늙지 않고 얼굴이 젊은이 같았다고 전해진다. 어느 날 그는 피리를 불며 학을 타고 승천했다고 하는데, 도를 통해 회춘하고 불로장생에 이르렀다는 전형적 신선(神仙) 형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회춘 비약’도 있다. 어떤 도사가 산삼, 녹용, 구기자 등을 섞어 만든 ‘회춘단(回春丹)’을 노인에게 먹이자, 흰머리가 검어지고 이가 다시 자라며 젊어졌다는 이야기다.
◆ 초면임에도 ‘나이’를 먼저 묻는 노인
그런데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니다. 소나무 우거진 ‘회춘정’ 앞에서 어느 낯선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맨발 걷기’를 하는 내게 물었다.
“맨발 걷기를 하면 어디가 좋은가요?” 혈액순환도 잘되고, 꿀잠도 자고, 여러 가지 좋은 것을 경험한다고 하니까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게 물었다.
“연세가 어떻게 되우?” 초면에 나이를 묻는다는 것. 그 흔한 ‘실례지만…’도 생략해 버리니, 어쩐지 옛 노인의 권위가 느껴졌다. 낯선 이에게 대뜸 나이부터 묻지 않는 게 세상의 상식과 법도가 아닌가.
‘어르신보다는 젊은 나이’라고 하자, 노인이 말했다.
“나는 1940년생이요. 도솔산에는 거의 매일 오르는데 이곳에 오면 팔 굽혀 펴기를 80번씩 해요.”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면서 내 앞에서 곧장 팔 굽혀 펴기 시범을 보였다. 노인은 팔 굽혀 펴기를 하면서 숫자를 크게 세었다.
아, 저런~. 나도 함께 숫자를 세다가 포기했다.
노인의 팔 동작이 워낙 빨라 나는 입 밖으로 숫자를 세기가 어려웠다. 은행에서 돈을 세는 기계처럼 노인의 빠른 동작을 수치로 나타내 주는 어떤 기계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 택시기사 출신 노인의 건강 비법
이윽고 노인은 운동을 멈췄다. 목표 달성했다는 뜻으로 ‘알통’을 드러내며 두 팔을 번쩍 들어 보였다. 노인이 말했다.
“한평생 택시 운전을 했지요. 택시 운전을 그만둔 지 한참 됐어요. 이제 도솔산에 올라 운동하는 게 인생의 낙이지요.” 활력이 넘치는 노인에게 여쭈었다.
“머리도 검으시고 아주 건강해 보이시는데, 그렇다면 병원 신세 질 일은 없으시겠네요?” 하지만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머리는 염색했고요. 살아가면서 어찌 병원 신세를 지지 않고 살 수 있겠어요?”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쉬기 어려워 대학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대롱’을 박았다고 한다. 아마도 ‘스텐트 삽입 시술’을 말하는 것 같았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었어요. 집사람이 보양식을 자주 해줘서 잘 먹었지요. 아마도 그런 것이 원인이 되어 입원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심신 고단했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에서 어찌 우여곡절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노인은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잘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 ‘팔 굽혀 펴기 80번’ 금메달감 노익장 과시
그 어른보다 한참 젊은 나는 ‘팔 굽혀 펴기’를 평소 10여 회 정도밖에 못 한다. 그런 데 비해 팔순도 훌쩍 넘은 노인이 80번씩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금메달’을 걸어 드리고 싶었다.
“저는 몸을 아낄 수 없는 경찰관으로 살아왔어요. 경찰은 체력이 남달리 강인해야 하는데 저는 그렇지 못해 고생 많이 했지요. 그래도 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체력이 아니라 정신력이었지요.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다고 생각하면 사명감이 생겨요.”
팔순이 넘은 노인이 말했다.
“아, 고단한 경찰 직업으로 살아오셨군요. 그래도 얼굴에 잡티 하나 없고 피부가 깨끗하니 젊어 보이네요.”
물론 듣기 좋은 덕담이고 겉모습에 대한 과분한 평가지만 건강에 관한 칭찬은 아무리 들어도 듣기 싫지 않은 것은 왜일까?
노인과 주고받은 덕담에서 기분 좋은 ‘건강 비결’을 한 수 배웠기 때문이다.
경찰관으로 살아온 사람과 택시기사로 살아온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사람을 보는 눈’이다. 많은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자연히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긴다.
말 한마디에서 인격과 인품을 파악하지만, 한편으로는 직업적인 의심의 눈도 생긴다. 거짓과 진실의 가늠자. 그런 옥석을 구분하는 지혜의 눈도 트인다. 건강한 사람의 모습도 그렇다. 얼굴에 그 사람의 건강지수가 나타난다.
◆ 전직 경찰관과 택시기사 출신 노인의 공통적인 ‘회춘 비법’
이 세상엔 ‘건강상식’이 넘쳐난다. 누리 소통망(SNS)에서도 지인들로부터 자주 받아보는 것이 각종 ‘건강 정보’다. 하지만 노력해야 한다. 평소 몸 관리하지 않고 ‘회춘’을 바랄 순 없다.
‘돈 안 들이고 회춘하는 비결’. 멀리서 찾을 일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팔 굽혀 펴기 운동을 자랑스럽게 즐기는 80대 노인이나 맨발 걷기 운동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나 역시 ‘돈 안 들이고 건강 관리’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매일같이 산에 올라 맑은 공기 마시면서 자연과 대화하는 것,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회춘 비법(回春秘法)’이고, ‘양생비결’이 아니겠는가. ■ <警友新聞> 202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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