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촉망 받는 축구선수였지만 지금은 사기꾼 소리를 듣는 원광(박희순)은 인생역전의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곳으로 내전의 상처로 물든 동티모르를 찾는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그는 다시 사기를 당하고 희망을 잃은 채 귀국을 하려고 공항으로 향한다. 그 때 그의 눈에 들어 온 것은 거친 땅에서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의 모습, ‘그렇다.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팔자.’ 그의 인생에 마지막 찬스가 보인 것이다. 성공을 확신한 원광은 축구용품점을 차리고 짝퉁 축구화 살 돈도 없는 아이들과 하루 1달러씩 2개월 동안의 할부 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그들의 계약은 세상에서 가장 지키기 힘든 약속이 되고 만다. 축구팀의 일원이 되고 싶었던 아이들은 열심히 돈을 벌지만, 하루 1달러는 그들에겐 너무나 큰 돈이었던 것이다. 1달러 대신, 닭 한 마리가 오가던 끝에 결국 아이들의 원망만 가득한 축구화는 반납되고 원광은 가게를 닫게 된다. 하지만 무슨 미련이 남아있었던 것일까? 정말 말도 되지 않는 그 일, 바로 축구팀을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한 것이다.≫
동티모르에서 인간 승리의 기적 같은 일을 이룬 김신환 감독의 삶을 그린 영화 ‘맨발의 꿈’ 줄거리입니다.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와 호주 사이에 있는 작은 섬나라입니다.
티모르 섬의 동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이 나라는 우리나라 강원도 크기 정도이며 인구는 약 100만 명가량 됩니다. 이 섬의 서쪽 절반은 인도네시아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16세기 초반부터 무려 450여 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였습니다. 그러다가 1975년 포르투갈이 물러가자 독립파와 인도네시아로의 합병파 사이에 내전이 벌어졌으며 이듬해 인도네시아는 독립을 선언한 동티모르를 무력으로 침공하여 7만 여명을 학살하고 전국토를 초토화시킨 갈등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2002년,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로부터 완전 독립할 때까지 27년 동안 무려 30여만 명이 기아와 질병 등으로 목숨을 잃었고, 독립 후에도 독립파와 인도네시아 지지파 사이에 갈등이 계속돼 오다가 2006년 또 한 번의 격심한 내전을 겪었으며 지금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500백 불을 넘지 못하는 이 나라는 지구상의 최빈국에 속하기 때문에 세계인의 관심 밖에 있던 나라였습니다.
그러다가 2004년에 이 나라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세계인들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된 이 기적의 중심에 한국인 김신환 감독이 있었습니다.
김 감독은 영화에서처럼 사업에 실패하고 실의에 빠진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1997년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서 목재업을 할 때 당시 동티모르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그곳으로 도망 나온 빠올로를 만나게 되었고, 둘은 서로 향수를 달래며 마음을 열고 쉽게 친구가 되었으며, 사업을 접고 허송세월하고 있던 김 감독의 눈에 어느 날 ‘동티모르가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다’는 기사가 들어왔고, 불현듯 빠올로가 보고 싶어져서 낡은 배낭 하나 둘러메고 훌쩍 동티모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이 김감독과 동티모르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풀 반 흙 반인 땅에서 천을 기워 만든 공을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맨발로 공을 차면서도 마냥 진지하고 즐거워하는 그들의 밝은 얼굴은 그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축구팀을 결성하여 축구를 가르쳐 보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2003년에 테스트를 거쳐 9~11세의 아이들로 정식 팀을 창단했고, 팀 창단 1년만에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제30회 리베리노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 참가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항공료가 없어 참가가 어렵게 된 것이었습니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참가는 했지만 누구도 동티모르의 실력을 평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났습니다.
1974년 브라질의 전설적인 축구선수인 로베르토 리베리노가 아시아 청소년 축구 발전을 위해 만들어 해마다 3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리베리노컵 국제축구대회의 2004년 챔피언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일본을 4-2로 꺾고 6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동티모르 팀이었습니다.
우승을 차지한 동티모르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 들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4강의 기적을 일군 우리나라가 축구로 전국민이 하나가 되고 히딩크라는 영웅이 탄생되었듯이 동티모르의 경우도 건국이후 국제대회에 참가 자체가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이렇다할 실적하나 없었는데 32개국이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니 그들의 감격과 김신환이라는 영웅에 대한 감사가 어떠했을지는 절절하게 느끼고도 남습니다.
내전과 기아로 절망 속에 살아가던 그들에게 2004년의 우승과 김신환의 마법은 꿈과 희망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 주었던 것입니다.
2005년에 열린 제 31회 리베리노컵 대회에서도 다시 우승을 차지하자 세계 축구계는 김 감독을 주목했습니다. 거액의 연봉을 줄 테니 싱가포르 축구팀을 맡아 달라는 제의도 왔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김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한 208개국 중 204위인 축구 후진국 동티모르의 유소년팀을 이끌며 아시아청소년축구대회에서도 16강에 올려놓는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금년 10월에 있을 결선에서도 동티모르의 기적과 김신환의 마법은 계속될 것인지 국제 축구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2004년과 2005년 연이어 동티모르 국가 훈장을 받은 김감독은 현재 한국의 히딩크처럼 동티모르의 국민 영웅으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좌절에 빠져 있던 김감독은 자기보다 더 깊은 절망 속에 살고 있던 동티모르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면서 행복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동티모르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은 행복이란 게 나를 위해 살 때가 아니라 남을 위해 살 때 비로소 찾아온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무보수로 일하는 그는 한국에서 보내주는 후원금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나는 철학자도 아니고, 많이 배운 사람도 아니다. 남에게 내세울 만큼 잘난 것도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거들떠보지 않았던 나라에 가서 최선을 다해 살다 보니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삶의 목적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신환 감독이 말했듯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목적을 가지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적을 가지고 살면 불모지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김 감독이 생생하게 증명해 보였습니다.
김감독의 ‘맨발의 꿈’이 우리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고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좋은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태균 감독이 제작한 이 영화 ‘맨발의 꿈’은 이례적으로 지난 10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시사회를 가졌습니다.
동티모르에는 현재 유엔평화유지군이 나가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희망을 쏘아 올린 김신환 감독의 이야기는 동티모르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어서 유엔 본부 상영이 이루어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