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남이랑 살아보니..(1) -
2편은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너무 길어서...
올해로 결혼생활 28년차다. 경이로운 시간이다.
내가 남편과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첫째, 과묵하고 (그땐 그랬다)
둘째, 명문 경남고 출신이며..
셋째, 결혼 당시엔 총망받는 청년실업가여서였다.
그런데 이제 과묵은 켜녕 수다장이가 되었고 김영삼 대통령시절등 경남고가
승승장구할 때도 남편은 출세는 커녕 아무런 혜택을 보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쳥년실업가에서 이젠 노년실업자가 되었다. 개구리와 키스하면
왕자로 변신하는게 아니라 왕자와 키스했는데 늙은 두꺼비가 된 것 같은
배신감을 느낀다.
사실 내 또래, 즉 50대의 마누라들은 남편에 별로 관심이 없다. 우리의 주관심사는
자식의 진학과 취업, 결혼 문제나 갱년기를 맞은 우리의 건강이다. 우리 아내들이
남편들에게 지극한 애정과 관심을 가질 무렵에, 그리고 우리가 너무 그들의 관심을
받고 싶을 무렵에 남편들은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직장생활에 바빳고
회식에 참석해야 했으며 접대 골프도 쳐야했고 남자친구들과의 우정도 관리해야
했다. (그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한달 생활비보다 많은 룸살롱 영수증을 보고
치솟던 혈압이 아직도 뒷목에 느껴진다.
총기있는 머리와 팽팽한 얼굴을 겨우 보여주었다. 그런데 지금, 머리가 벗겨지고
똥배가 나오고 직장도 퇴직하거나 버티고 있어도 내일이 불안한 남편이 갑자기
우리와 친해지려고 한다. 평소 묵언수행을 하는 줄 알았던 남편이 방언이 터진듯
수다가 늘어난다. 전에는 애걸복걸해야 겨우 따라 가주던 마트를 이젠 자발적으로
가고 물건도 직접 고른다. 시식코너도 절대 빠지지 않는다.
가장 큰 변화는 드라마를 엄청 즐겨본다는 것이다. 전에는 내가 드라마를 보면 마냥
한심한 표정을 짓고 야구 중계나 다큐멘터리 채널만 보던, 혹은 보는 척하던
남편이 요즘은 드라마에 목숨을 건다. 특히 <내딸 서영이>,<무자식 상팔자> 등
중년 남성이 등장하는 드라마에는 완전히 감정 이입을 해서 '그러면 안되지' 등의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어쩌다 못보면 다시 돌려보기까지 한다. 내남편만이 아니라
중년의 아저씨들이 대부분 드라마로 시름을 잊는 것 같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요리의 세계에 눈을 뜬 것이다. 전엔 내가 직장에서 아무리 늦게
들어와도 손가락 까딱하지 않고 버티다가 내가 차려준 밥을 받아 먹었다.
전기밥솥에 따끈한 밥이 있고 가스렌지에 올려진 국냄비를 데워 먹기만 하면 되는데도
절대, 절대 밥을 혼자 차려먹지 않았다. 너무 배고프면 라면 정도 혼자 끓여먹는데도
20년이 걸렸다. 대단한 단식 시위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랬는데, 내가 사준 (맛의 달인)이란 만화에서 스테이크 굽는 법에 대한 내용을 본
후에 한 번 만들어본 이후 수시로 스테이크를 굽기 시작했다. 나와 딸이 '정말 맛있다'고
칭찬해준것이 그의 요리열정에 불을 붙인 셈이다. 요즘은 내가 없을 때 동창들을
초대해 대접을 하기도 한다.(그걸 맛있다고 먹어주는 친구분들의 착한 심성이란..)
밥에 달걀과 치즈를 넣어 전자렌지에 돌린 후 간장양념을 해서 먹는 덮밥도
개발해 딸에게도 해준다.
첫댓글 유인경기자는 경향신문 선임기자로 아침방송에도 패널로 자주 나와
시원한 입담을 내는 기자예요..
홈페이지도 soodasooda.com 이네요.
입담이 출중한 여자...
참고로 '용마'는 경남고등학교의 상징이고 '용마의 남자(용남)'라고
유인경기자가 제목을 그렇게 붙였나봐요..
ㅎㅎㅎㅎ
재밌어~~~
묵언수행중?
개구리와 키스?
옳소이다, 옳소이다~~
드라마 좋아하는거는 울 남편도 똑같애..
근데 유기자는 우리보다 연배가 아래일것 같은데 남편 하는짓은
우리 남편과 똑같네.
아, 다음편이 기다려져!!!
나두 2탄이 궁금해.
넘 웃긴다 ,,,,,,,,,,,, 울 남편도 무자식상팔자는 꼭 본다
언제 부터 그랬나 모르겠어
실소를 금치 못하겠음...ㅋㅋㅋㅋ
태옥이 말처럼 저이 남편은 선배들(우리들 남편) 보다 조로 하나봐..ㅎㅎㅎ
주변의 남자들이 모두 공통적인 현상은 드라마를 즐겨 보는것 같네.
허지만 울 남편은 부엌 출입은 아직 삼가고 있다.
이점이 평균의 또래 남자들과 다른점....
1. 마트 잘가는것
어디 술약속이 있으면 미안해서인지 바로 옆 마트에 가서 먹을걸 한가득
사다 놓고 나가는데.. 속터짐..
2. 우리집 한달치 생활비를 넘나드는 친구사랑비용
남편왈, 기부는 멀리 하지말고 가까운 친척, 이웃, 친구에게
하는 거라나 뭐라나.. 1,2차 는 물론, 집 멀은 친구 택시비까지
알뜰살뜰 챙겨주는 바람에 나도 항상 뒷목이 땅긴다.
3. 우리도 무자식 상팔자 왕팬.. 왕년엔 뉴스시간뿐이 모르던 사람이
거실에서 시간 잘 맞추어 보고 있슴.
4. 만든 요리 맛있다 칭찬하면 몇날 며칠 마트 갈 때마다 그 메뉴사오는데.. 난감
5. 그래도 내가 사랑스럽게 보지 않으면 누가 ..
맞아, 서로 늙어가니 측은지심으로 살아야겠지?
어쩌면 그리도 재미있게 잘썻는지?
내남편은 아직 드라마를 잘 안본다.
뉴스에 집중 하고 .
난 막장드라마가 재미있어.
" 백년의 유산 "~~~난 마구 욕을 하면서도 계속보며 우리 시엄니는 조금 낫지?하면서 ㅎㅎㅎ
"야왕 "~~~~~~~
"돈의 화신 "주말 드라마만 보게되네.그래서 주말이 좋아.
주중엔 "자기야".ㅎㅎㅎ
"무자식 상팔자"를 한번 봐야 겠는데 인터넷 에서 볼수 있을라나?
중년이후의 이런 남편들의 증세는 나이보다 백수가 되었느냐, 아직 현직이냐에
따라 빨리올 수도 늦게 올수도 있는것 같아.
경아, 네가 즐겨보는 백년의 유산, 야왕등은 공중파 방송에서 해.
sbs, kbs1,2, mbc 등을 우린 공중파라고 해.
무자식 상팔자, 동치미, 시월드 등은 소위 종합편성채널이라 해서
나중에 후발로 나온 종합편성 채널이야..
한국서도 그걸 볼려면 케이블처럼 월사용료를 주고 보거든..
무자식은 김수현 드라마야.. 전개가 빨라 재미있어..
한번 기회되거든 보구려..
난규가 조목 조목 쓴글도 재밌다
모두가 작가기질을 갇고있는듯 하이.
울남편 젊어선 화도 잘내더니
요즘은 납작엎드려야
우리 여자들 나이먹어
좋은점듀 있구나
ㅇ우리집에서 내 목소리가 제일큰걸보면
ㅋㅋㅋ
난규야 모처럼 재밌는글 읽게해줘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