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양념으로 원재료 맛 살려야 진짜 반찬 고수
요즘 예능프로 중 가장 재미있는 TV프로그램으로 ‘수미네 반찬’을 꼽는다.
메인요리 하나 덜렁 나오는 양식과 달리 한국식 식단에는 메인요리를 받쳐주는 반찬이 중요하다. ‘수미네 반찬’은 양식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했던 한국식 반찬문화를 되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후추, 조금 넣는 둥 마는 둥 뿌려.”
그동안 요리 프로그램이 정확한 레시피를 제시했다면, 수미네 반찬 레시피는 대충의 미학을 추구한다.
‘영종도 김수미’라 불리는 밥집이 있다. 별것 넣는 것 없지만 맛깔스런 엄마표 집 밥맛을 선보이고 있는 ‘그리고 밥’ 사장이 말하는 반찬철학을 들어 보았다.
따스함과 구수함을 반찬에 녹이다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행복이다. 엄마표 집 밥은 오롯이 식구들을 위한 마음이 담겨 건강밥상으로 차려진다. 바깥음식이 강한 조미료와 자극적 향신료를 사용한다면 집 밥은 인위적이지 않고 가공하지 않은 순수한 맛을 낸다.
영종도에 위치한 ‘그리고 밥’집은 엄마 손맛처럼 따스함과 구수함을 추구한다. 엄마의 손맛이 그리워서일까? 밥시간이 되면 손님들로 작은 가게가 꽉 찬다.
영종도 후미진 가게 터에 세를 얻어 밥집을 차릴 때, 사람들은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을 거라고 수근거렸단다. 그동안 많은 식당이 그곳에서 개업했고 몇 개월 후 폐업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밥’ 사장 이경희 씨는 자신의 손맛을 믿었기에 그곳에 식당을 열었다.
“한국음식은 정성이 90프로를 차지해요. 건성건성 만들면 손님이 금방 알아차리죠. 저는 엄마가 식구를 생각해서 상을 차리는 마음으로 반찬을 만듭니다.”
초복이었던 지난 17일 그녀의 식당엔 한약재 냄새가 진동하며 압력솥 추가 돌아가고 있었다. 영종도에서 공수된 한약재 재료 8가지가 들어간 닭백숙이 끓고 있었다.
“영종도에는 엄나무, 오가피가 지천이거든요. 주변서 구한 여러 가지 약재를 아낌없이 넣어 푹 끓여주면 몸보신 닭백숙이 완성되지요.”
주차장에 차가 들어오는 순간, 반찬을 만드는 식당
주메뉴인 닭백숙이 한약을 머금고 끓고 있는 동안 그녀의 손길이 바빠진다. 손님이 주차장에 차를 대는 순간 반찬을 만드는 것이 그녀 가게 비법이다.
“제철 재료를 많이 써요. 여름이라 오이와 가지가 많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오이지무침과 가지볶음을 할 겁니다.”
손 빠른 주인장 손에 두 가지 음식이 뚝딱 만들어진다.
오이지는 수분을 꼭 짜고 파, 마늘, 깨소금, 다진 고추, 참기름을 넣어 조물조물 무치면 끝이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들어가는 양념이 적다. 하지만 한 입 넣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오도독 거리며 씹히는 오이지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지볶음 역시 간단하다. 가지에 기름을 두른 후 볶다가 집 간장 조금과 파, 마늘을 넣는 것으로 요리는 끝난다. 최소한의 양념이 가지 본연의 향을 살린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이다.
“장이 맛있으면 한국음식은 게임 끝입니다. 그래서 저는 직접 장을 직접 담급니다.” 번거롭지만 손님이 먹는 음식에 쓰일 된장, 간장을 직접 담가 뒤뜰에 보관하고 있단다.
김치도 일일이 담가 손님상에 올린다.
작은 정을 나누는 사랑방이 되다
그녀의 식당엔 하루도 빠짐없이 들리는 손님들이 많다. 주변이 원룸촌이다 보니 혼자서 자취하는 젊은이들과 현장근로자들이 많단다. 혼자 사는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의 따뜻한 집밥과 자신의 말을 들어줄 대화상대다.
“장사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마음을 나눈다고 생각을 하고 장사를 하다 보니 단골이 많아요. 그래서인지 현장근로자들이 이곳을 떠나 타지를 가도 꼭 다시 우리집에 들러 밥을 먹어요. 신기하죠?”
그녀의 밥집에는 주인과 함께 겸상을 하는 손님들도 많단다.
“우리가 밥 먹을 때 들어오는 손님하고는 겸상도 해요. 그냥 저희가 먹는 반찬에 수저만 놓으면 되는거니깐요.”
빼꼼히 식당 문 열고 자신의 밭에서 딴 오이, 고추, 상추를 주고 가는 손님들 덕에 영종도의 정을 느끼고 장사를 한단다.
“자주 오는 이유는 엄마 밥 같아서요. 짜지 않고 신선하지요. 금방 지은 밥에 갓 만들어진 반찬이 기분 좋게 만드는 곳입니다. 간장게장은 짜지도 않고 비리지도 않아요.”
김택헌 씨, 한지은 씨는 참새가 방앗간을 들르듯 이곳을 매일 찾는 ‘그리고 밥’ 마니아들이란다.
김수미처럼 투박한 밥상 차려 정을 퍼주고 싶다
“바빠서 잘 보지는 못했지만 ‘수미네 반찬’을 본 적이 있어요. 특별난 재료는 아니지만 그녀의 걸죽한 입담과 간단한 양념이 어우러져 재미지고 맛난 반찬이 만들어지더군요. 저 역시 과한 양념을 자제한 담백하고 투박한 밥상을 차릴겁니다. 저는 밥을 퍼주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정을 퍼주는 엄마로 남고 싶기 때문이지요.”
‘눈둥만둥’, ‘쪼금만’, ‘노골노골’, ‘자박자막’, ‘이만치’, ‘요정도’라는 ‘대충’의 레시피가 어울리는 ‘그리고 밥’집엔 장사의 ‘정확’한 철학을 지닌 엄마 사장이 있었다
※ 그리고 밥 위치 : 인천시 중구 운남동 28-8, 032-746-6152
첫댓글 데리고가~~
여기가 어디지? 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