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른산을 다닐때는 모르지만 유독 지리산을 종주 할때면 부러운 모습이 있습니다.
어린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들의 아기자기한 산행 모습
그것도 아니면 부부지간,부녀지간,혹은 부자지간의 다정한 산행모습 입니다.
제 소원중 하나가 가족 지리종주 산행이지만 지은이의 하는냥을 보건대 그 꿈은 먼 훗날로 미뤄두고
우선은 지은모 하고라도 그 꿈을 이뤄 보고자 2년전부터 가까운 근교로 함께 산행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실은 타고난 게으름에 마라톤을 슬슬 멀리하기 시작하면서 아무것도 안하기는 뭐하고
다시 산을 찾으면서 지은모를 끌어드리게 되었는데 의외로 산에가는 거부반응이 적더군요.
이때다 싶어서 몇번의 산책 산행을 하면서 지리종주건을 슬쩍 흘리니
예전보다 좋아진 체력에 고무되었는지 "내가 할수 있을까?" 하면서 틈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내가 하루 아니 10시간에 걸은길을 3~4일동안 걷는거니까 아무 문제 없다구 나 믿지???"
"우선 가까운곳 부터 다녀보고............'
이때부터 일년반동안 지은모에게 공을 들이기 시작합니다.
관악산 쉬운길로 데리고 다니면서 자주 쉬어주고 비위 맞춰주기.
홈쇼핑에서 일괄 구입한 등산장비 쬐끔 좋은넘으로 하나씩 바꿔주기.
2시간에서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하는 지은모에게 잘한다고 칭찬해주기.
그러다가 몇달새에 4시간정도까지 늘더니 일년정도 지날 무렵엔 6시간까지~
지리종주를 두달 앞둔 지난5월 바래봉 산행에선 8시간 까지 산행을 하고도 끄덕 없더군요.
드디어 자신감을 가진 지은모가 마음 변하기전에 날짜부터 잡아두고
기차표와 대피소 예약까지 마치고 나니 그꿈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보름남짓 남은 동안 사패,도봉산으로 우중산행 예행연습까지 마치고 나니 이제 더는 거칠것이 없어 보입니다.
비어있는 지은이방에 준비물을 늘어 놓으며 하나하나 점검을 하면서 배낭을 꾸리는데
25키로가 넘어갑니다..급히 짐줄이기에 나서는데 결국 휘발유 버너와 햄,통조림 하나만 줄이는데 그쳤습니다.
출발전 지은이가 배낭을 보더니
"아빠 이렇게 무거운 배낭 메고 산에 가본지 얼마나 되었는데?"
"응....삼십대쯤"
"부디 살아서 돌아오삼"
막상 지리종주를 떠난다고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자니 마음은 담담해집니다.
오히려 지리종주를 위하여 일년반동안 준비하면서 지은모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더군요.
2.
수원역에 도착하니 배낭을 멘 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기다리며 서성댑니다.
기차에 올라 자리를 잡고 기차안에서 꼭 먹고 말겠다며 삶아온 계란 을 나눠먹고는
설핏 잠을 자며 구례구역에 도착하니 새벽3시20분. 많은 산객들이 개찰구로 몰려나갑니다.
택시기사가 성삼재 합승를 외치는데 아무래도 술이 덜깬것 같아보입니다
옆으로 살짝 불러서 다른차를 타겠다고 하니 이내 다른 택시로 안내 하기에 별 문제없이 출발
종주를 한다는 아가씨 한명과 합승을 하게 되었는데 작년에도 이렇게 합승를 하다가 만난 일행과 종주를 하다가
일행이 중간에 하산하는 바람에 의리상 같이 포기를 하고 아쉬워서 올해 다시 도전한다네요.
어쨌든 이번에는 지은모에게 충실하자 하며 일부러 인연을 맺지 않으려고
성삼재에서 별빛을 바라보며 은근히 동행을 원하는 그 아가씨는 먼저 보내고 출발 합니다.
노고단을 오르던중 전망대에서 잠시 배낭을 벗어놓고 쉬는데
아빠를 따라온 초등학생이 보이길래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면서 격려를 해줍니다.
그 부녀와 함께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여 취사장에서 각자 아침식사를 해먹었는데
막상 출발 이후부터는 우연찮게 2박3일간 한팀이 되어 동고동락하게 되었습니다....인연은 따로 있나 봅니다.
출발한지 얼마후부터 안개로 자신을 감추던 지리산의 날씨가 3일내내 이어져서 안타깝기는 하였지만
더러는 안개비와 이슬비를 내리면서 우의를 걸치게 만든 날씨 덕분에 덥지않은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날씨때문에 깔판을 깔고 두어시간 낮잠을 즐기게 해주려던 계획도 살짝 어긋났지만
생각보다는 지치지않은 모습으로 바로 뒤따라오는 지은모를 바라보는 마음은 내내 흐뭇하였습니다.
산장에서의 이틀밤이 지은모에게 처음이었지만 잠도 잘자고
먹는것도 가리지않고 잘먹어줘서 얼마나 이쁜지 무거운 배낭마저 가볍게 느껴졌답니다.
3일내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만난 많은 사람들과의 산장에서의 재회는
우리 사는 인생살이 만큼이나 희로애락이 담겨있는것 같았습니다.
매번 저혼자 다닐때는 쌩~하니 지나치는 바람에 느껴보지못한 새로움이었습니다.
마지막날 현진아빠의 제의로 중산리가 아닌 대원사로 하산코스를 잡으면서
한편으론 지은모가 걱정되기도 하였지만 여지껏 잘 따라왔으니...하며 약간 무리를 하였지만
덕분에 무제치기 폭포의 아름답고 웅장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3일내내 멋진 경치 하나 못보았다며
툴툴 거리던 지은모를 조금이나마 기쁘게 해준것이 그나마 수확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어리다면 어린 현진이가 한번도 힘들어 하는 내색없이
우리 앞에서 길을 잡으며 다닌 덕분에 지은모도 잘 걸었던것 같습니다.
하산후 새재까지 마중나오시고 맛난 닭백숙에 편안한 휴식처까지 제공해주시고
늦은 발걸음을 재촉하지못한 우리를 원지 버스 정류장까지 바래다준 털보님께 감사드립니다.
3.
산행을 하면서 다시는 지리산 종주 하자는말은 하지말자던 지은모.
세찬 비바람이 불었던 천왕봉 정상에 올라서서 당시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였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하나 생생하게 다가올거라는 털보님 말씀처럼 지은모에게 특별한 산행이었기를 바랍니다.
산행을 마친 며칠후 지은모가 슬쩍 한마디 건네더군요.
"지리산은 5월달에 가면 좋다며..........""
후후후~ 드디어 한명이 걸려들었습니다.
4.
산행기록
14일
23:25 수원역 출발
15일
03:20 구례구역 도착(택시 합승 1인1만원)
03:56 성삼재(10분간 별바라기)
05:05 노고단 대피소
06:05 아침식사후 출발
06:20 노고단 입구(10분간 사진 촬영)
07:36 피아골 삼거리
07:45 임걸령(15분 휴식)
08:50 노루목(지은모는 이곳에서 쉼)
09:30 반야봉(10분간 사진 촬영)
10:05 노루목
10:32 낫날이봉(삼도봉 15분 휴식)
11:10 화개재(20분 휴식)
12:16 토끼봉 헬기장
13:30 총각샘
14;45 점심식사후 출발
15:17 연하천 대피소(20분 휴식)
15;47 음정 갈림길
16:44 부자바위(형제봉 10분휴식)
17:10 벽소령0.7키로 이정표(지겨워서 15분 휴식)
17:50 벽소령 대피소(1박)
16일
06:30 기상
07:42 아침식사후 출발
08:10 구 벽소령
08:55 선비샘(15분휴식)
10:10 칠선봉(10분 휴식)
11;13 영신봉
11:27 세석 대피소
12:40 점심먹고 출발
13: 05 촛대봉(10분 휴식)
14:30 연하봉(15분 휴식)
16:00 장터목 대피소(2박)
17일
04:10 기상
06:00 아침먹고 쉬다가 출발
06:20 제석봉
06:45 통천문
07:12 천왕봉
08:00 중봉
09:03 써리봉
09:52 치밭목 대피소
10:35 간식후 출발
11:10 무제치기 폭포(15분 구경)
11:47 새재,유평 갈림길
13:00 새재 하산완료(25분 휴식후 차량이동)
13;50 털보농원
17:10 점심먹고 놀다가 출발
17:45 원지도착후 50분에 서울행 버스 탑승
21:10 남부 터미널 도착
22:00 가산 디지털 단지역 도착.
5.
2인 소요경비(약170,000원)
가.수원-구례구 기차(19,900*2=3,9800)
나.구례구-성삼재 택시(합승시 2인20,000원)
다.대피소 사용료(7,000*2명*2일=28,000원)
모포 대여료(1,000*3장*2명=6,000원)
라.원지-서울 귀경(18,400*2=36,800원)
마.부식및 기타경비= 약 40,000원
바. 하산후 중식은 털보님에게 신세짐
6.
미션수행
1.노루목 샘 찾아보기 성공
2.총각샘 찾아보기 성공
3.토끼봉 오르다 묘향암 바라보고 사진 남기기는 안개로 인하여 실패
4.미사일 한방 장전하기(부자암쯤에)도 정작 미사일을 집에두고가는 바람에 실패
5.벽소령에서 지은이에게 편지 쓰기 실패
6.대피소 시인마을에서 시집 한권 빌려 읽기도 빌리기는하고 읽기는 실패
7.청학연못 들머리 찾아보기는 시도도 못함
8.털보농원 방문하기는 오히려 잔뜩 신세만 지고옴
9.장터목 대피소 사과나무집 아들은 찾아봄
10.지은모 깔판펴놓고 낮잠 자게 하기는 반은 성공 반은 실패(3일내내 안개비는 왜 내리는겨)
11. 생각치도 않은 반야봉은 다녀옴
12. 중산리나 백무동으로 하산하려했다가 대원사로 하산하며 환상적인 무제치기 폭포를 감상함
출발전 노고단에서 바라본 아침 풍경
출발전에 함내자구~
3일간의 인연 현진이네 부녀.
노고단에서.
지리산 야생화
깔판에서 달콤한 휴식중
반야봉 다녀올 동안 한잠 자랬더니 황금 똥파리들 때문에.........
묵념.
반야봉에서
화개재에서.
화개재에서 현진네 가족과.
총각샘에서 무심초님과
안개속의 벽소령 대피소.
벽소령 대피소에서 출발전에.
드디어 천왕봉.
무제치기 폭포에서.
종주산행을 마치며 속세로 들어서다.
산행후 맛난 음식.
털보농원의 털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