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최근 병역 특례 문제가 바둑계의 중요 현안으로 다시 대두되고 있다.
젊은 기사들의 세계 대회 결승 진출이 최근들어 잦아지는 가운데,
박영훈 5단이 결승진출에도 불구하고 병역 특례를 받지 못하는 최초의 케이스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세돌, 송태곤 등은 후지쯔배 결승 진출로 병역 특례에 해당되나 박영훈 5단은 삼성화재배 결승진출로 해당 사항이 없다)
2. 병역 특례의 시작
한국 바둑계가 병역 혜택을 받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 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년 전, 1 인자로 막 나서기 시작한 이창호 9단이 병역의 의무를 져야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드디어 세계 1위의 바둑 강국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한국 바둑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참 바둑의 기량이 늘어날 시기인 20대 초반에 3년의 군복무가 갖는 공백기가 얼마나 큰지 많은 전례를 통해 이미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계 최고수 이창호 9단을 2류 기사로 전락시킬 위험이 충분했다고 보여진 것이다.
이창호가 중국과 일본 중견 기사들을 국제기전에서 모두 꺽으며 세계 1인자로 등극하던 시점이었기에,
비단 바둑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그 가치는 어떤 금메달리스트에 비교하여도 뒤지지 않는 중대한 의미가 있었다.
그런 이유로, 바둑계의 종사자와 바둑인들, 지인들은 하나가 되어 이창호의 병역 면제를 추진했고.
국회의원 100여명이 서명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이창호의 병역 특례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 때 수정된 병역 특례 조항은 이창호 9단의 병역을 [한국기원 공익근무요원]이라는 것으로 바꾸어내기에는 충분하였으나,
10년이 지난 지금 사라진 동양생명배를 포함하는 등, 개정의 여지가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3. 병역 특례 관련 조항
병무청에서 병역 특례 인정 범위를 아래와 같이 설정하고 있다.
(병역법 시행령 49조)
[예술 요원 선발 범위]
- 병무심의위원회에서 인정하는 국제예술 경연대회 2위이상, 국내 예술경연대회1위로 입상한 사람
- 중요 무형문화재 전수교육을 5년이상 받은 사람으로서 병무 심의위원회에서인정하는 분야의 자격증을 얻은 사람
[체육 요원 선발 범위]
- 올림픽대회3위이상, 아시아 경기대회 1위로 입상한 사람
위에서 [병무심의위원회에서 인정하는 국제예술 경연대회]에 아래 항목이 주어져 있다.
병역특례 국제예술 경연대회 인정범위 (예술분야)
베토벤 콩쿨, ....... , 비나스 성악 콩쿨, ..... , 동양증권배, 응씨배, 후지쯔배 (이상 끝)
주) 바둑을 스포츠적인 속성을 갖는 것으로 바라본 것은 몇년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예도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바가 컸고, 또한 무엇보다 체육분야에 넣기에는 올림픽, 아시아 경기 대회에 국한되어 있는,
현 규정의 일반성과도 맞지 않는 문제가 있기에 예술분야로 넣었으리라 생각된다.
위의 예술 경연대회 인정 범위란 것은 아주 구체적이어서, 대회명을 일일히 적어 두고 있다.
아마도 싸구려 대회의 마구잡이 입상을 통한 병역면제를 막기 위한 것이라 보인다.
바둑 대회도 그에 맞추어 지정된 것이라 생각되며,
제정 당시의 세계 대회인 동양증권배, 응씨배, 후지쯔배 세가지만 병역 특례 대상으로 지정해 두었던 것이다.
4. 병역법 시행령의 개정에 대한 요구
세가지 병역 특례 대상 세계대회 중, 동양증권배는 이미 폐지된 대회이며,
응씨배는 4년마다 개최되기에 젊은 기사들은 사실상 후지쯔배서만 병역특례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4년을 기다려서 응씨배 결승에 올라 병역 특례를 받기에는 20대 초반은 너무 짧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결론에 도달해 있다.
춘란배, 삼성배, LG배 등 속기가 아닌 개인전까지 만이라도 병역 특례를 확장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기원에서는 이에 대해 문화부에 공문을 올려두었다고 한다.
문화부에서 해당 사항을 검토 후, 다시 국방부로 병역 특례 여부에 대해 조정을 신청하게 된다.
그러나, 국방부 문화부 등 병역 특례관련 소관 부처는
'세계대회가 생길 때마다 병역 혜택 범위에 넣어주면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한다.
다시말해, 민감한 사안이기에 '형평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5. 예술분야 형평성에 대한 고려
먼저 바둑계의 현재 경쟁상태와 세계대회 입상의 가치를 고려해 본다.
우리나라에서만 전국적으로 수십만의 어린이들이 바둑을 배우고, 그중 가장 기재가 뛰어난 단 두명만이 프로에 입단한다.
1년에 단 두명이다.
중국은 아예 유치원 시절부터 각 성에서 독립적인 바둑전문 교육기관에서 모든 교육을 담당하며 유아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고,
수십개의 성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들이 뽑혀 중앙의 교육 기관으로 올라간다.
국가에서 총괄하는 바둑 전문 교육 기관은 유치원에서 중고등학교까지 체계적으로 이어진다.
(과목 자체가 교양을 제외하고는 [포석], [끝내기], [실전] 등의 제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한 수십만 가운데 최고수들이 기량을 겨루어 중국의 6소룡10소호가 된다.
어마어마한 국가적인 투자이고, 상상하기 힘든 경쟁이다.
한,중,일,대만 그들 가운데 최고수들만이 세계대회 출전 자격이 주어지고, 그 중에 단연 빛나는 2인이 결승에 진출한다.
또한 그 1인자가 매년 바뀌는 것이 아니다.
바둑에서는 1인자가 십년 이상 장기집권하는 것이 여사이다.
세계대회 결승정도가 되면 올라올 사람만 매년 올라온다는 뜻이다.
다시말해 우리나라 바둑을 배우는 수십만의 어린이 중에, 전적으로 바둑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여 노력하는 어린이들이 기천이고,
중국, 일본, 대만을 합하면 그 수는 수만에 달한다.
그 가운데 세계대회 결승에 오를 20세 초반 이전의 기사는, 바둑 4개국을 통틀어 20년동안 5명이 되지 않았다.
병역 특례 조항에 따르면, 병특 대상이 되는 각종 세계 음악 콩쿨 대회는, 수십여개에 달한다.
바둑 대회는 단 3개이고 그 중 하나는 이미 사라진 대회이다.
음악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바둑계에서 세계대회 결승진출의 가치가 그에 못지 않는,
아니 그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입장이라면,
'형평성'이 문제된다는 의견은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6. 바둑의 스포츠화에 따른 병역 문제와 형평성
다른 스포츠 종목과 비교하기는 무엇하지만,
예를들어 축구를 생각해 보자. (축구를 비하할 생각은 전혀 아님을 알 것이다.)
월드컵 4강이 아니더라도, 올림픽 3위 이상이거나 아시아대회에서 우승하면 예비 선수까지 모두 병역 특례에 해당한다.
축구처럼 매년 수십명이 병역 특례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면 문제 삼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바둑계에서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한 신예기사는 세계대회가 생긴 이래 20여년 동안 딱 다섯명이었다.
그나마 한국이 지금 세계 최강의 실력이기에 가능한 수치였다.
또한 실제로 병역법에 혜택을 입은 사람은 이창호 한명 뿐이었다 (다른 기사는 최종 학력에 따라 면제 받음)
앞으로 100년간 세계대회의 틀이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결승에 진출할 한국의 신예 기사는 아무리 많아도 20명을 넘기기 어렵다.
그들에게 병역 특례를 주는 것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다른 메달리스트처럼 완전 면제도 아닌 3년간의 공익 요원이다.
올해 부터, 바둑이 전국체전의 종목이 되었다.
또한 대한 체육회에 가입 여부를 결정 중인 것으로 안다. (결정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겠으나,
장차 바둑이 올림픽 종목의 하나로 될 시기가 올 것이란 예측이 상당하다.
(비근한 예로 체스는 올림픽 종목은 아니지만 이미 IOC에 가입된 종목이다)
이에 따라 주어질 병역 특례와 기존 병역 특례의 중복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남북이 통일된 이 후 일지, 바둑에서 미국이 1인자의 대열에 올라서 있을 때일지, 지금으로서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것은 결코 미리 걱정할 일이 아니다.
대한 체육회에 가입 여부를 두고 가장 좋은 잇점으로 병역 특례를 고려하는 분도 많지만,
사실 그것은 몇십년 후에나 이익이 될 부분이다.
현실적으로 바둑이 스포츠로 인정받는다고 하여 병역 특례를 받는 것은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다.
몇십년 후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조금의 Plus alpha를 고려하여 지금의 문제를 덮어두는 것은 논외라고 생각한다.
7. 글을 맺으며
바둑이 국위 선양에 기여하는 바를 말로 다 하기가 어렵다.
한중일 동아시아 3국에서 바둑이 가지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사회적으로 바둑이 갖는 의미는 동양 3국이 공히 지대하며 중국의 경우 국가적인 자존심을 걸고 육성하고 있다.
바둑은 20세기 후반부터 막 세계로 알려져 나아가기 시작하여, 지금은 150여개의 나라에서 두어지고 시작한 태동기이다.
바둑은 이미 세계의 수학자와 컴퓨터 공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며,
바둑학은 한국을 비롯, 세계 여러 대학에서 하나의 분야로 자리잡아 가기 시작한지 몇년되지 않았고 그 학문적인 체계성이 날로 더해가리라 의심하지 않는다.
중국 유수의 도서관에서 보유한 번역한 한국 서적의 80%가 바둑 서적임은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 축구 서적, 반도체 서적, 기술, 과학, 인문... 모든 서적들을 합하여도 한국 바둑 서적의 1/4밖에 번역되지 않는다.
러시아에서 바둑을 세계 공통으로 쓰이는 일본어인 'Go' 대신 'Baduk'이라 지칭하는 것 또한 한국의 바둑 실력에 기인한다.
몇년전 중국인들에게 한국 하면 생각나는 단어가 무엇인가 설문조사를 하였을 때,
'이창호' 라는 단어를 꼽은 사람이 상당했다고 신문지상에서 읽었다.
바둑을 막 접하기 시작한 파란눈의 외국 사람들은, 최강국이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사실에 매우 놀라워 한다.
한국의 이미지는 6.25 동란과 굶주린 아이들 사진밖에 없는 그들이기에 더욱 경이로울 것이다.
그 후로 그들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게 된다.
이제 막 세계로 퍼져 나아가기 시작한 바둑이다.
유럽에만 백만에 가까운 열정적인 바둑 인구를 자랑한다.
바둑을 단순한 게임이라 생각하기에 앞서 국가의 이미지를 얼마나 선양하고 있는지 우선 고려해야 한다.
지금까지 20년동안 이창호 단 한명에게민 혜택을 주었을 뿐인, 병역 특례법 외에도 더 많은 혜택을 주어,
바둑만큼은 최고의 국가로 언제나 남아있도록 정부가 힘을 써주기를 바란다.
많아야 한 두명 더 혜택받을 뿐인 병역 특례법의 수정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 글을 줄인다.
첫댓글 빈삼각님이 프바사 분들의 동참을 호소하신 병특 문제건에 관련된 타이젬 논단의 글을 퍼왔습니다. ;;;
논단에서 추천 누르고 왔습니다. 뭔가 도울 만한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데^^a
2번 지문중에서 동양생명배가 아니라 동양증권배인데요 ^^;; 수정요망 ㅎ 동양생명배는 타이젬에서 하는대회이구요....
에이..가녀린 손가락님이 쓰신글이면서..다 알아요~ ^-^; (doremifa=가녀린 손가락)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좋은 글이네요
아주 시원합니다...수고하셨어요...doremifa님...ㅋㅋ
정말 좋은 글이네요.. 이런 분위기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져서 나중에 좋은 결과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대단한글...
컥.. 제가 왜 doremifa란 사람이란건지... -_-;; 단지 퍼 왔을 뿐인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