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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교회와 단체를 소개하는 부스가 마련된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 내부 모습. 행사 시작부터 끝까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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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 박람회 준비위원장 방인성 목사는 "해방 70주년을 맞았지만, 진정한 해방이 이뤄지지 않았다. 일제시대, 분단의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작은 교회 운동으로 진정한 자유와 광복을 이루자"고 선언했다. 방 목사는 이번 박람회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을 초대했다면서 응원의 박수를 쳐 주자고 말했다. 사람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치자, 세월호 유가족들과 정대협 관계자들도 박수와 웃음으로 화답했다. 유가족과 정대협 부스는 사람들의 이동이 가장 많은 기념관 입구 왼편과 오른편에 배정했다.
행사 시작부터 끝까지 '북적북적'…볼거리·먹거리 풍성
기념관 로비는, 행사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다. 1년 만에 다시 만난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서로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눴다. 참가자들에게는 홍보 물품을 건네며 사역 내용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지난 2006년, 창립한 겨자씨교회는 '탈성직' 교회다. 담임목사가 없고, 30여 명의 평신도가 교회를 이끌어 나간다. 중요한 결정은 모든 교인이 참여하는 총회에서 하고, 나머지는 운영위원회에서 처리한다. 1년 예산의 40%를 선교비로 지출한다. 교인들은 매월 한 번씩 돌아가며 설교한다.
30년 넘게 목회한 목사가 겨자씨교회 부스를 찾았다. 그는 목회자 없이도 교회가 제대로 운영이 되는지 물었다. 겨자씨교회 교인은 매달 한 번씩 운영위원회가 열리고, 다수결에 따라 일을 진행한다며 운영상의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평신도 중심의 교회로서 '평등'을 중요하게 여기고, 서열로 이어질 수 있는 서리집사·안수집사·권사·장로 등 직책도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모두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면서 지난 10년간 잡음 없이 지내고 있다고 했다.
▲ 작은 교회 박람회 준비위원장 방인성 목사는 "해방 70주년을 맞았지만, 진정한 해방과 광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시는 일제시대와 분단의 비극 같은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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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질고 착하다'는 의미를 지닌 이든교회(한희준 목사)는 '청년 사역'을 한다. 한희준 목사는 청년들에게 "예수를 잘 믿으라"가 아닌 "예수 가치(방식)대로 살라"고 강조한다. 예수 가치는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청년들의 주거·출산·육아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체를 만드는 중이다. 한 목사의 롤모델은 가향공동체의 양진일 목사. 한 목사는 3년 전부터, 12명의 청년과 의기투합해 오고 있다. 설명을 듣던 한 신학생은 경제적 부담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건물이 없어서 재정 부담이 없다. 오히려 여러 교계 단체도 후원하고 있다. 필요하면 다른 직업도 가질 생각이다"고 답했다.
어린이와 장년이 함께 '통합 예배'를 하는 과천영광교회(우진성 목사)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1년 전부터 통합 예배를 해 오고 있다. 예배는 10~20분 정도 진행하며, 아이들도 의전에 참여한다. 촛불을 켜고, 성경을 교독한다. 전도사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설교를 하고, 교회학교 찬양도 함께 부른다. 황미숙 교육목사는 "오히려 아이들이 예배를 재밌게 생각한다. 단순히 어른들만의 예배가 아닌 '우리' 예배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통합 예배가 끝난 뒤 교육관으로 이동하고, 어른들은 다시 예배를 이어 간다.
천안 단비교회(정훈영 목사)는 메마른 땅을 적시는 반가운 비와 같은 교회가 되길 꿈꾼다. 1992년 정훈영 목사는 천안의 한 시골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농사를 짓고 마을 할아버지·할머니들과 부대끼며 살아왔다. "교회에 나오라"는 말보다 항상 "필요한 것, 아픈 데 없느냐"는 물었다. 정 목사의 진정성을 확인한 마을 어른들은 닫혀 있던 마음을 열었다. 단비교회는 마을에서 직접 만든 쌀, 김치, 된장 등을 도시 회원들에게 공급하는 등 마을의 중심이 됐다.
단비교회 부스는 감신대 학생 4명이 지키고 있었다. 단비교회에서 목회 현장 실습을 한 학생들은, 정 목사가 10년간 손수 한옥 교회를 지은 사실과 단비교회가 펼치는 사역 등을 설명했다. 최근 지역 주민들과 함께 '도란도란'이라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농촌 노인복지 사역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정훈영 목사는 "실습 학생들이 농사도 돕고, 마을 아이들을 위해 공부방까지 했다. 오늘 박람회도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 이번 박람회는 볼거리가 풍성했다. 원주 새동네교회 학생들이 바이올린과 기타, 첼로 등으로 연주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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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는 작은 교회들의 축제였다. 부대 행사가 곳곳에서 열렸다. 원주새동네교회 초·중·고생 10여 명은 기념관 앞마당에서 우쿨레레·통기타·바이올린·오카리나 등의 악기로 오케스트라를 선보였다. '하나님은 사랑이에요', '살아 계신 주', '예수 사랑하심은', '에델바이스' 등 10곡을 연주했다. 흔들림 없는 연주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지켜보던 이들은 연주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쳤다. 오케스트라가 끝난 후에는 장구, 북, 꽹과리 등을 통한 국악도 선보였다.
전시·체험 행사도 열렸다. 송병구 목사(색동교회)가 전 세계에서 수집한 십자가 100여 점을 전시하고, 향린교회(조헌정 목사)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국악 체험 교실을 열었다. 비블리오드라마 교육센터가 주관한 비블리오드라마 체험도 진행됐다. 비블리오드라마는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연극 방식으로 재현해 자신과 타인, 성서를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점심은 앞마당에 설치한 식탁에서 함께했다. 팔당마실교회(조언정 목사)는 앉은뱅이 밀 비빔밥과 무항생제 수제 돈가스, 미나리 부침개 등을 팔았다. 감신대·연세대 학생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 중인 '도시락&톡'(박인성 목사)은 김밥, 떡볶이, 어묵 등을 팔았다. 판매 수익금 중 일부는 정대협에 후원하기로 했다.
시끌벅적한 박람회는 오후 4시, 징소리와 함께 마무리에 들어갔다. 찬양 사역팀 '브라운워십'이 1시간 동안 다짐 예배를 인도했다. 예배 중간에는 정대협 김동희 사무처장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47명의 할머니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만일 배상금을 받게 되면 전쟁터에서 성폭력당하는 여성들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명평화마당도 이날 식사·기부 판매 수익금과 헌금을 더한 195만 6,000원을 정대협에 후원하기로 했다.
갈 길 잃은 한국교회, 작은 교회가 대안
▲ 생명평화마당은 이번 박람회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초대했다. 참가자들이 응원의 박수를 보내자, 세월호 유가족들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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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 예배에 참석한 300여 명은 찬송 '어둔 밤 마음에 잠겨'를 부른 뒤 집으로 돌아갔다. 작은 교회 박람회를 찾은 이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한신대 신대원에 재학 중인 한철희 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박람회를 찾았다. 평소 마을과 지역을 섬기는 공동체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보다 직접 설명을 듣고 싶었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 부스에서 설명을 듣고, 도전 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학부생 김호현 씨는 "솔직히 '작은 교회'를 규모가 작은 교회 정도로만 이해했다. 이렇게 다양한 목회 방식이 존재하는 줄 몰랐다. 소수의 교인이 모여 공동생활하는 목회를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분당의 한 대형 교회 장로로 지내다가, 몇 년 전 작은 교회로 옮긴 교인도 만날 수 있었다. 박람회에 처음 참석한 한창천 장로(아름다운주님의교회)는 작은 교회들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사는지 몰랐다고 했다. 크지 않으려는 대신 내실을 다지고, 목회자가 직접 먹고살기 위해 발로 뛰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한 장로는 이런 박람회에는 대형 교회 부목사들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때가 되면 나가야 하는 막막한 처지인데, 박람회에 와서 배워 가면 좋지 않겠냐고 했다.
행사에 초청을 받은 세월호 유가족들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단원고 고 이창현 군의 어머니 최순화 씨는 "함께 간 어머니들이 지원군을 만난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마당교회에서는 옐로·민트·핑크 세 가지 색깔로 된 팔찌를 만들어 줬고, 희생된 아이들 304명의 이름도 써 줬다"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는 본격적인 작은 교회 운동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3년 연속 박람회를 준비해 온 방인성 목사는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 목사는 "오늘 느낀 것은 작은 교회들이 의무가 아닌 '기쁨'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제 운동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본다. 작은 교회 운동은 시대의 흐름이자 부름이다. 성장이 아닌 성숙을 지향하는 작은 교회들 간의 연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제는 작은 교회 대안이다"고 말했다.
▲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 교인들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 참가자가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
▲ 박람회는 여는 예배로 시작했다. 유관순기념관 앞마당에 모인 참가자들이 다같이 기도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
▲ 조은샘교회 브라스밴드가 공연하고 있는 모습. 한 참가자는 "화창한 날씨 속에서 브라스밴드의 연주를 들이니 축제에 온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 정대협 김동희 사무처장이 나비기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만일 일본으로부터 배상금을 받게 되면 오늘날 전쟁터에서 성폭행당하는 여성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 송병구 목사(색동교회)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십자가 100여 점을 이번 박람회에서 선보였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 동녘교회 김경환 목사와 한 참가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동녘교회는 평등한 공동체를 꿈꾸며 교회 직분제를 폐지하고, 텃밭 운영을 통해 생산·나눔 공동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 마당교회(김철호 목사)는 지난 2006년 저소득, 취약 계층 민생 지킴이로 출발했다. 가난한 이들의 가정 재무 관리를 돕고, 개인 파산 및 회생 상담 등을 돕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 과천영광교회(우진성 목사)는 어린이와 장년이 함께하는 통합 예배를 하고 있다. 박람회 참석한 교역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최승현 |
▲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는 처음 박람회에 참가했다. 박제민 간사(사진 가운데)는 "부스 홍보가 이렇게 잘될 줄 기대하지 않았다. 작은 교회 운동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열망이 큰 것 같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 이든교회 한희준 목사(사진 오른쪽)는 청년 목회를 지향하며, 예수의 가치(방식)를 중요하게 여긴다. 한 목사가 말하는 예수의 방식은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에 맞서기 위한 청년 공동체를 준비 중에 있다. 한신대 신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한 목사의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
▲ 부스가 마련된 기념관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 먹거리도 풍성했다. 김밥과 떡볶이, 어묵 등을 준비 중인 '도시락&톡'(박인성 목사). 매주 감신대와 연세대 학생들에게 밥을 무료로 제공하고, 말씀도 전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 점심시간 기념관 앞마당에 식탁이 길게 놓였다. 참가자들은 여기서 비빔밥과 돈가스, 김밥 등을 먹으며, 교제를 나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 향린교회(조헌정 목사) 교우들이 국악 강습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최승현 |
▲ 이화교회 로비에서는 박람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블리오드라마가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