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도시장에서 사온 말린 유가삼
포항에 출장을 간 김에 잠시 짬을 내어 죽도시장에 들렸습니다. 딱히 죽도시장을 방문한 목적이 있었다기 보다는 시장 구경 겸 별미를 찾아 나선 길이었습니다. 시장 안을 두리번 거리다 좌판에 벌여놓은 말린 생선 몇 가지가 갑판장의 눈에 띄었습니다.
"(알이 꽉찬 말린 생선을 가리키며)그거 참 맛나게 생겼네. 그게 뭐래요?"
"이건 유가삼(유가자미)이지."
"저건요?"
"그건 물가삼(물가자미)이고."
"어느 게 더 맛있어요?"
"횟감으로는 물가삼이 더 맛나지만 말린 것은 유가삼이 더 맛이 진해."
"어떻게 해서 먹어야 맛있는데요?"
"그냥 조려 먹든가 구워 먹으면 되지 뭐."
"한 보따리 싸주세요."

유가삼조림
포항에서 유가삼을 사온 이후로 갑판장은 호시탐탐 유가삼을 맛나게 먹어줄 기회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뭐 합니까? 정작 유가삼을 맛나게 조리해 줄 선장님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이대며 그 기회를 호락호락하게 내주시지를 않는데 말입니다. 갑판장이 여러 날을 군침만 꼴딱꼴딱 삼키는 것이 보기에 안스러웠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 밤에 선장님이 느닷없이 유가삼을 조려 주셨습니다. 갑판장이야 감지덕지이지요.

통통한 알
유가삼의 알이 참으로 실합니다. 크게 한 수저 떠서 입안에 넣으니 오돌돌한 느낌이 재밌습니다.

튼실한 살
유가삼의 알도 맛나고 살도 실하지만 정작 갑판장의 입맛을 돋군 것은 양념에 푹 조려진 무였습니다. 고등어조림의 무나 병어조림의 무와는 또 다른 맛이 감도는 조림무는 유가삼조림을 먹는 즐거움을 더 해줍니다.

캬~
맛난 음식을 앞에 두고서 술을 빠뜨릴 갑판장이 아닙니다. 소주 한 잔 마시고 유가삼 알 먹고, 소주 한 잔 마시고 유가삼 살 먹고, 소주 한잔 마시고 조림무 먹고, 소주 한 잔 마시고 국물 떠 먹으니 금새 소주병이 바닥을 보입니다. 아직 밥안주가 한 고봉이나 남았는데 말입니다.

물가삼구이
물가삼구이 사진은 보너스입니다. 물가삼은 지난 번 갑판장과 선장님의 포항 출장에 동행을 했던 야매씨가 강구항에서 사온 말린 물가삼인데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소금을 솔솔 뿌려가며 구었더니 아주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제법 먹을만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가삼조림이나 물가삼구이는 강구막회의 메뉴판에는 올려져 있지를 않습니다. 그냥 꿍쳐 두었다가 갑판장 혼자서 야금야금 먹을랍니다. ^^
<갑판장>
& 덧붙이는 이야기 : 갑판장과 야매씨는 죽도시장에 들른 김에 자연산 전복으로 소문난 할매집에서 성게알과 홍해삼을 사서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참소주 한 병을 곁들여 낼름 해치우다 감감 무소식인 갑판장을 찾아나선 선장님과 아이에게 들켰다는 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