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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오모 송년 모임 후기
요즈음 바빠서 긴 후기를 잘 쓰지 않는데 이번에 바이올렛님이 행사준비와 진행 및 결산까지 너무나 많은 수고를 하시느라 후기를 쓸 여력이 없다고 하시기에 모처럼만에 후기를 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즐거운 놀이마당을 만들었는데 별로 한 일이 없기에 후기라도 써서 미안한 마음을 달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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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설레는 마음으로 청바지를 입고 기타를 메고 거리를 나섰다. 작년 이촌동에서 송년 모임을 했을 때는 마침 중요한 약속이 두 개나 겹치는 바람에 늦게 왔다가 일찍 가느라 아쉬운 마음이었는데 이번에는 다행히도 토요일 아무런 약속이 없어 뿌리를 뽑을 작정을 하고 집을 나섰다.
도착하니 5시가 조금 넘었다. 카운터에서 반달님과 초록님, 그리고 소피님이 반기신다.
어디에 앉을까 하다가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있는 가운데 테이블에 앉았다. 꽃잎님, 들꽃님, 낮달님, 한잔의 추억님, 간이역님, 유유자적님이 반겨주셨다. 조금 있으니 미소님이 친구 두 분을 데리고 와서 합석하였다. 학무님이 협찬하신 와인이 참으로 맛이 좋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와인을 마시고 있는 사이에 불이 꺼졌다.
저쪽 입구에서 갑자기 붉은 옷의 중년의 신사가 촛불을 들고서는 매혹적인인 목소리로 무반주로 바브라스트라이샌드의 <The Way We Were>를 부르신다. 리챠드님이셨다. 테이블 사이를 천천히 걸어가면서 노래를 부르다 무대에 오른다.
사실 회원 수는 중요하지 않다. 온라인 카페에서 1000명의 회원이라는 숫자는 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오모처럼 이렇게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활발하게 운영되면서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이 짜릿한 재미와 훈훈한 감동을 담아가는 카페는 흔치 않다.
일년 동안 행사의 가짓수가 얼마나 많고 내용이 풍성한지 간략하게 줄여서 소개함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그 행사 중에 나의 <하루 5분의 멈춤>출판기념회 및 <잠시라도 숨고르고>음반출시 기념회도 잠깐 언급되었다. 사실 나야말로 이 카페의 최대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오모 카페를 통해 학무님을 만나고 좋은 노래를 받고 음반작업까지 하게 되어 오랫 동안 가슴 속에 품었던 싱어송라이터로 향한 첫걸음을 디디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카페가 활발하게 돌아가는 것은 무엇보다도 팬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면서 기쁨을 함께 나누려는 학무님과 태풍님의 따스하고 겸손한 마음, 카페일을 집안일처럼 생각하시는 훈장님, 바이올렛님, 반달님의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여러 회원들의 성원이 서로 잘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리라.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어서 사월과 오월님의 건배제의와 기념케익 자르기, 그리고 푸짐한 상품이 준비되어 있는 화려한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카페를 자주 들락거리며 따스한 마음으로 댓글을 달아주는 회원, 매일 매일 일기예보를 올리시는 분, 좋은 글과 음악자료를 올리시는 분, 그리고 여러 행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발휘한 회원 등등 많은 분들이 올라와서 모범상과 우수상을 받았다.
이 모습을 모고 아마도 많은 회원분들이 마음속으로 부러워하면서 내년에는 나도 모범상과 우수상을 타야겠다고 불끈 주먹을 쥐었으리라 생각한다.^^ 시상식이 끝나고 난 뒤에는 각 테이블을 돌아가면서 자신의 별칭이나 이름을 알리는 시간이 있었다. 마침내 1부 행사가 끝나고 잠시 식사를 하면서 친교를 나누는 시간이 주어졌다.
적당히 술이 오르면서 분위가 무르익자 학무님이 무대에 오르신다. 평소에 회원들의 음악적 안목을 향상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고심하시며 새로운 가수들을 소개하시는지라 이번에도 비장의 무기를 꺼내셨다. 이름 하여 미스터 미미, 프로그래시브 락을 하는 그룹이었다. 퍼스트기타는 엘렉, 세칸드 기타는 어쿠스틱, 그리고 베이스기타와 드럼, 여성 리드싱어로 구성되어 있는 젊은 그룹이었다. 리드 싱어는 정말 자그마하고 깜찍한데 노래 부를 때는 상당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첫 번째 노래를 부른 뒤에 미스터 미미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았더니 비밀을 뜻하는 중국어란다. 그렇다. 한자어 비밀을 중국어로 읽으면 미미가 된다. 나는 그냥 철수와 미미의 미미라고 생각했는데... 참으로 기발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노래를 <수지 큐>를 부른다고 하길레 C.C.R.의 노래를 기대했는데 창작곡이었다. 리드싱어의 이름인 수지를 노래 제목으로 쓴 것이었다. 이것 또한 의표를 찌르는 제목이었다.
기대하였던 노래가 나오지 않아 약간 실망을 했지만 노래는 참으로 좋았다. 처음 듣는 노래였지만 재미있는 반주와 리드싱어의 깜찍한 목소리로 참으로 발랄하면서도 땅기는 맛이 있었다. 학무님도 노래가 참 좋다고 칭찬하시면서 대박을 축복해주었다. 열화와 같은 앵콜 성원에 이어 나온 노래는 <장미> 메들리였다. 첫째 노래는 홍수철씨의 장미빛깔 그 입술이고, 둘째는 사월과 오월의 장미, 세 번째는 사랑과 평화의 장미였다.
이어서 나온 사람은 에버그린님이었다.
곡목은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반주는 하림이 도와주었다. 잔잔한 클래식 기타의 선율을 따라 흘러나오는 에버그린님의 차분한 목소리는 방금 전에 젊은 락 그룹의 발랄한 노래에 의해 달아오른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혀주었다. 긴장과 이완의 조화.^^ 다들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각각 자신들의 사랑을 한번 되돌아보는 분위기였다.^^
이어서 둘이 이중창으로 부른 노래는 정태춘 박은옥의 <사랑하는 이에게>, 음과 양의 조화.^^ 70년대 사랑 노래의 듀엣곡으로는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 또한 아내와 자주 부르곤 하였던 곡이다. 이어서 하림이 부른 노래는 <감꽃>, 남도 풍의 토속적인 가락에 민초들의 삶의 냄새가 흠뻑 담겨 있는 노래다. 하림의 음악적 취향에 딱 맞는 노래였다. 아쉬웠던 것은 다음 순서가 나였기에 연습실에 들어가서 줄을 맞추느라 노래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한 것이었다.
하림의 뒤를 이어 내가 무대에 올랐다. 시간이 부족하여 쟁쟁한 실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오르지 못한 회원들도 많이 있는데 아직도 초짜인 사람이 무대에 오르게 되어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딱 한 곡만 부르기로 하였다. 나의 유일한 취입곡, <잠시라도 숨고르고>를 불렀다. 이제는 무대에 몇 번 올라서 그런지 손이 떨린다든지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없었다. 나름대로 노래에 집중해서 부르기는 하였지만 역시 청중들을 흡입하기에는 내공이 한참 딸리는 것을 느낀다. 이번에 히말라야에 가서는 음공을 좀 많이 쌓아야겠다.
뒤를 이어 나온 팀은 황금짜보님과 딱정벌레님, 두 사람의 별칭이 참 서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본다.
학무님은 황금짜보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았다. 황금짜보는 식물의 이름이라고 답하였다. 하나는 나무, 하나는 벌레, 참 재미있는 궁합이다.^^ 플롯과 클래식 기타의 합주이다. 준비해온 기타가 조율이 잘 되지 않아서인지 나의 기타를 빌려달라고 하였다. 첫 번째 곡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푸른 옷소매>이고 두 번째 곡은 가수 예민씨가 만든 <연리지>라는 곡이란다. 첫번째 곡이 플룻의 마이크 설치가 좋지 않아 소리가 아주 좋지는 않았는데 두번째 제대로 마이크를 잡고 하니 연주에 훨씬 집중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환상적인 하모니가 끝나자 학무님이 너무 기타만 많이 들었으니 이번에는 피아노 곡을 들어보자고 하시면서 박재정 교수님의 아들 창조를 무대로 불렀다. 작년 송년 모임에도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서 좌중을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그룹 퀸의 노래를 불러 좌중을 경악시켰다. 피아노에 앉아서 반주를 하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첫 번째 부른 노래는 생각이 나지 않고 두 번 째 부른 곡은 그 유명한 <Love Of My Life>였다. 초등학교 6학년이 부를 것이라고는 상상을 하지 못하는 노래였다. 감기에 걸려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어쩌면 저렇게 잘 부를까...
옆에 앉은 반달님은 연신 경탄의 소리를 내지르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오른 쪽 저편에 앉은 박재정 교수님은 흐뭇한 표정으로 아들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나도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피는 속이지 못한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학무님은 창조에게 장차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훌륭한 작곡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학무님은 할아버지의 영혼이 이 애에게 깃들어 있는 것같다고 말씀하셨다. 참고로 창조의 할아버지는 우리나라 대중가요사에서 불멸의 지위에 있는 작곡가 박시춘 선생님이시다.
다음에 무대에 오른 팀은 포크락 그룹 카운티이다.
리드 싱어 하이랜더는 사월과 오월이 공식 활동을 시작한 71년도에 태어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삼십년 지난 뒤인 2001년도에 카운티가 결성되었다고 한다. 감개무량한^^ 멘트를 마치고 막 노래를 부르려고 하는데 기타음이 이상하다. 조율이 제대로 안된 모양이다. 조율을 하는 사이에 학무님은 상품권 추첨을 하셨다.
이미 앞에서부터 여러 팀과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사이사이에 추첨을 진행하며 많은 상품을 나누어주셨다. 워낙 많은 상품 협찬이 있어 그것을 추첨을 통해 다 나누어주는 데만 해도 시간이 엄청 걸렸다.
이번에는 울산에서 올라온 지호락님이 마이크를 잡고 선물을 나누어주기 시작하였다.
카리스마 있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넘치는 윗트와 재치로 좌중을 폭소로 이끌면서 테이블 사이를 종횡무진으로 다니시면서 빛나는 사회를 보셨다. 우리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들이 다 이구동성으로 말하기를 저분은 분명 업소^^에서 전문적으로 사회를 보시는 분임이 틀림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무튼 사오모에는 재주꾼들이 무궁무진하다.
카운티가 첫번째로 부른 노래는 카운티의 둘째인 덕호가 작사 작곡한 <비가>이다. 포크락 그룹 카운티의 색깔이 잘 묻어나는 곡인데 그날은 조율이 조금 이상해서 노래가 크게 살지 못했다. 두 번째 곡은 시인 도종환의 시로 만든 노래로서 꽃다지가 부른 <희망>이라는 노래였다. 리드싱어 하이랜더의 우렁차고 박력 있는 목소리와 막내 상기의 코러스가 잘 어우러진 노래였다. 장담하건대 꽃다지의 원곡보다 훨씬 잘 부른 노래였다.
다음 순서로는 뉴욕에서 온 나나님이었다.
작년 내린천에서 가진 사오모 첫 번째 엠티에서 육성으로 들은 나나님의 감미로운 목소리, 정말 환상적이었다. 올해 4월달에 바로 이곳 뮤지컬 하우스에서 가졌던 재즈 공연이 아직도 생생하다. 반주는 학무님 아드님의 초등학교 후배인 곽유니님이 맡았다. 불러 주신 노래는 뉴욕에서 유엔사무총장 반기문님을 모시고 공연하였을 때 불렀던 노래로서 반기문 총장님이 좋아하신다는 냇킹콜의 <Too Young>이다. 나도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노래다. ^^
오늘 처음 만났는데도 서로의 호흡이 잘 맞는다. 역시 프로는 다르다. 두 번째 노래로는 크리스마스 캐롤인데 제목은 생각나지 않는다. 정말 몇 곡 더 듣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두곡으로 끝냈다. 나나님의 열렬한 팬이신 자연인님이 무대에 올라가서 꽃다발을 전하였다.
이어서 나나님의 반주를 한 곽유니님의 순서다. 키스 피아노라는 독특한 예명을 지니고 있었는데 학무님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 열쇄, 음정을 뜻하는 Key에다 ‘S'를 붙인 것이라고 답하였다.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Kiss를 생각했다.^^ 세대의 차이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키스피아노님은 얼마 전 폴메카트니의 음반을 작업하였던 영국의 유명한 프로듀서에게 음원을 보내어 인정을 받고 장차 세계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엠알과 피아노반주를 곁들여 부른 노래는 <East and West>, 동양과 서양할 것 없이 우리 모두는 모두 지구촌의 한 가족이라는 내용의 노래였다. 노래를 들으면서 음악적 내공이 실로 대단함을 느꼈다. 역시 강호는 넓고 고수는 많다는 옛 사람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겠다.
사오모에 정말 노래 잘 부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서인지 한 분의 노래만 듣자면서 김광희님께 노래를 청하였지만 아쉽게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하시면서 사양하셨다. 이어서 낮달님의 시 낭독이 있었다. 황동규님의 시를 낭독하셨는데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시 낭송을 들으면서 역시 시는 시인이 낭송을 해야 제맛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운율을 제대로 알고 낭송하니까.^^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월과 오월의 무대가 있었다. 이번에는 늘 부르시던 노래를 부르지 않고 새로운 레파토리를 준비하셨다고 한다. 바로 <사랑의 의지>였다.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참으로 좋아했던 노래이다. 이수미님의 노래도 좋지만 사월과 오월의 노래를 훨씬 더 좋아하였다. 그래서 모임이 있을때마다 몇 번이나 이 노래를 신청하였으나 듣지 못하였는데 마침내 들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감상하였다.
다음 노래는 작년 모임에도 싱어롱으로 불렀던 <눈 오는 저녁>이었다. 어느 새 악보가 배포되고 사람들은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서 “저녁 때 흰 눈은 퍼부어라”를 외쳤다. 다음 노래로는 팜플렛과 함께 배포된 가스펠 송이었다. 다들 가사집을 꺼내서 서툰 영어이지만 열심히 따라불렀다. 그런데 중간에 조명을 낮추는 바람에 가사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따라부르는 데 약간의 애로 사항이 있었지만 덕분에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던 것같다.
노래를 부르는 사이에 날나리 강효성님이 들어왔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두 차례 공연을 막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한다. 뮤지컬공연을 두 차례나 하셨으면 엄청 피곤할텐데 그래도 사오모 모임에 달려오시니 정말 대단하다. 학무님이 마리아 마리아에 나오는 곡을 한 곡 불러주기를 청하였으나 마침 반주씨디가 없어서 그건 안되고 대신 사월과 오월의 <등불>을 부르겠단다. 노래방에 불러본 적이 있다면서 코드는 원래 코드인 E코드로 불렀다. 원래 여자 코드가 남자에 비해서 3도 정도가 낮은 게 보통인데 남자코드에 맞추면 부르기가 어려운데도 고음에 무리없이 잘 넘어간다. 역시 뮤지컬의 여왕다운 가창력이었다.
노래가 끝난 뒤에 팬들은 앵콜을 외쳤다. 나와 옆자리의 낮달님은 <옛사랑>을 들려달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학무님은 시간 관계상 빨리 그룹 인생과 함께 하는 고고타임을 갖고 맨 나중에 한 곡 부르시겠다고 하신다. 마침내 그룹 인생이 무대에 올랐다. 그룹 인생이 조율을 하는 사이에 또 상품 추첨이 있었다. 그날 정말 엄청나게 많은 상품이 있었다. 프랑스제 고급 운동화에다 시중 가격 18만원 짜리 와인에다 대추에다 건강보양제품에다 디브디에다 책에다 온갖 상품들이 다 나왔다. 나도 운 좋게 추첨에 당첨되어 타올 한 장을 받았다.
그룹 인생의 노래를 시작하려고 할 때 얼른 무대로 달려가서 학무님께 고고타임이라면 스테이지를 만들어야 하지 않냐고 주문하였다. 몇 개의 테이블을 치우면서 스테이지는 마련되었다.
첫 번째 곡은 <Simple Man>, 부르스곡이었다. 역시 푸른밤님은 베이스기타를 잡고 무대에 오를 때 카리스마가 최고다. 리드싱어 김동환님의 강렬한 보칼사운드, 그리고 주찬권님의 힘이 펄펄 넘치면서도 절도 있는 드럼 소리, 정현철님의 능숙한 퍼스트 기타가 어우러지면서 장내는 정말 락의 분위기가 확 달아올랐다. 그러나 부르스 곡인지라 무대에 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모두들 젊은 날로 돌아가서 락을 감상하는 분위기였다.
두 번째 곡부터는 고고장 노래가 나왔다. 무대댄서로 바이올렛님이 무대에 올라갔다. 노래가 나오자마자 나도 총알같이 뛰어나가서 바이올렛님과 함께 춤을 추었다. 분위기가 잡히자 서서히 손님^^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후 춤추르나 정신이 없어 무슨 노래를 부른 지가 기억이 안난다.^^ 70년대에 나도 고고장 좀 다녔다. 을지로의 팽고팽고, 명동 사보이호텔 근처의 마이하우스가 주로 놀던 무대였다. 그때는 정말 밴드의 연주에 맞추어 춤을 추었는데 실로 오랫만에 그때의 그 분위기가 다시 재현되었다. 그것도 대한민국 최고의 그룹의 연주로... 실로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몇 곡의 노래를 더 부른 뒤에 그룹 인생은 무대를 내려오고 이번에는 <Hey Tonight>이 스피커에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야전전축에서 교련복을 입고 춤을 추던 분위기가 생각난다. 손님들은 다시 스테이지로 나와서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야전 전축의 고고타임 노래에 빠질 수 없는 불멸의 노래 몇 곡이 더 나온다. 중간에 쉬웠다가 춤을 추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나는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스테이지로 나갔다.
별로 춤을 춘 것 같지도 않은데, 이제 몸이 조금 풀리려고 하는데 그만 시간 관계상 고고타임은 끝이 나고 말았다. 새벽 4시까지는 춰야 조금 놀았다고 할 수 있는데 아쉬움을 달래면서 마지막 순서를 기다렸다. 마지막 순서는 사월과 오월의 앵콜 무대로서 대미를 장식한 노래는 <화>였다. <화>또한 춤곡이기에 무대로 뛰어나갔다.^^ 몇몇 분들도 따라 나와서 마지막을 화끈하게 춤으로 때웠다.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가 한참 지난 시각이었다.
단체 사진을 찍고 삼삼오오 개별 사진을 찍고 다들 아쉬운 마음으로 다음 모임을 기약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아쉬움을 풀지 못한 몇몇 열성당원들은 몇 대의 차로 나누어 타고 인사동 백하님 가게 소리마당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가게가 손님으로 가득 차 있어서 하는 수 없이 노래방으로 갔다. 노래방에서 1시간 정도 신나게 놀다가 3차로 백하님의 소리마당으로 갔다. 아침이슬님의 파아란 오베이션 기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태풍님의 노래와 백하님, 김광희님, 푸른밤님, 명동지기님의 노래를 들으면서 신나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오니 3시. 정말 화끈하게 논 하루였다. 다들 즐거우셨지요?
너른돌
참 자상도하십니다 그날 저도 노래하나 해볼까 했는데 분위기 다운되면 어쩌나하는 마음에 망설였습니다 집에와서혼자 불렀습니다 소중한자료 잘 읽었습니다 땡큐합니다 사랑합니다~~~
일년에 한번 있는 행사니 신경을 좀 썼습니다. 그날 멋진 기타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그날 만질 기회가 없었는데 다음에 기회를...^^ 그리고 다음에는 아침이슬님의 노래 꼭 듣고 싶네요.
다시 시도해서 자세히 읽어봤습니다




그순간 놓치고 지나간 일들까지 생생하게 기록하신 후기글 
감했습니다


히말라야 다녀오신다고요
건강하게 잘 다녀 오십시요



^^
글이 길어서 한번에 읽기가 좀 힘들지요.^^;; 히말라야 다녀와서 또 뵙겠습니다.
와 ~기억력이 대단하시네요 ~눈크게 뜨고 끝꺼정 읽었는데 에구 눈이야 .......ㅋㅋㅋ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눈 나쁜 사람은 조심하라구요.^^ 그나마 바이올렛님이 사진을 넣어서 망정이지 아니면 정말 눈 아프죠.^^
너른돌님의 '인간 복사기' 실력이 여지 없이 발휘되셨군요. 장문의 글을 쓰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글 보는 사람이 현장에 있다 온 느낌입니다. 덕분에 생생한 행사를 체험합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