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3일 동기회 번개모임 후기
장소 : 대연동 초가집
참석인원 : 김성기,하성수,정혁종,장재규,정석호,최종필,김병호,박용희,정일경,유정문,신병국,한홍 욱,화인종,정수철.(14명)
부슬부슬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밤, 이런 날 찌짐에 막걸리 준비됐다는 마누라 전화 받고 일찍 귀가한 남자들은 그날 밤 초죽음이 된다는 그런 밤이다. 이 날을 예견하고 기일을 잡았는지 번개하는 날이 절묘하다.
번개하기 좋은 날이라 그런지 차가 온통 막힌다. 약속장소까지 거의 2시간이 걸렸어도 10분이 늦었다. 번개장소는 대연동에서 양곱창 집을 하는 용희네 가게다. 친구돕고 친구보는 안성마춤의 장소다.
이미 10명 정도가 자리를 잡고 반숙이 되어가고 있었고, 조금 있으니 하성수, 최종필, 김성기, 장재규가 약속한 듯 줄지어 입장한다. 얼큰한 곱창전골에 소주가 불이 나게 팔려가고 모처럼의 어색함에 원샷을 연발한다. 술에 기름을 쳤는지 금새 한 박스 가량이 소모되고 이제 대화의 온기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가장 돋보이는 입담꾼은 제약사에 있다는 한홍욱이다. 온갖 약을 다 전시하고 그 중에 정력제를 펼치니 단연 모두에게 인기다. 의외로 복용해 본 친구들이 많아 화제꽃은 극에 이른다. 오가는 술잔 속에 따뜻했던 까마득한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새록새록한 우정이 우러나기 시작했다.
이보다 더한 진한 감동이 어디 있겠는가? 어릴 적 엄마 품으로 돌아가 노니는 듯 눈에는 총기가 가득하다. 여기에 있는 친구들을 누가 50에 가까운 인간으로 보겠는가!
그중에 모습으로 가장 형님같은 이는 최종필이었다. 어찌나 민주경찰했는지 바짝 늙었다. 근데 돌아가신 선생님, 친구들 얘기에 평소 같지 않게 발끈하며 우울한 얘기는 그만하자 한다. 언제부턴가 행복해진게 틀림없다. 역시나 종필이에게 모두가 염원했던 진급소식이 들러 왔다. 그것만 됐어도 자주 볼 정다운 친구였는데 말이다. 이제 지겹도록 보겠다.
빗길을 헤집고 김해에서 온 친구도 있다. 정수철과 화인종이다 얼굴을 다시보니 새삼 의리 있어 보인다. 먼 길 어렵게 와준 것도 고마운데 친구품에 퍼져 누워주기까지 하니 얼마나 정다운 친군가. 술에 이길 장사가 누가 있겠는가?
과거 몸이 좋지 않아 고생했다는 인종이도 요근래 가장 출석률이 좋은 친구 중에 하나다. 조용한 미소가 친구들의 얼었던 마음까지 녹여주는 인종이, 다시 돌아가는 먼 뒷모습에 왠지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즐거운 생각 많이 했길 바래본다.
오늘의 번개모임는 5반 반창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호, 용희, 일경, 정문, 병국, 홍욱이 6명이나 참석했다. 사무라이선생님 밑에서 많이 맞더니 뭉치는 것 하나는 잘 배웠다.
이번에 반장부회장을 맡은 병호가 흐뭇해하고, 용희는 응원에 힘입어 여러 입담으로 친구들을 제압한다. 얼굴도 최고 동안이다. 종필이랑 비교하면 조카뻘이다. 똑같은 하늘아래서 같이 생활했건만 이렇게 차이가 난단 말인가?
일경인 조만간 사장을 꿈꾼다더니 하고 다니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인기관리가 됐던지 차에서 양주 2병을 꺼내온다. 2차로 노래방에 가서 순식간에 폭탄으로 2병을 비웠다. 잘나가는 친구 덕에 모두들 술이 떡이 되었다.
덩치만큼 웃음이 넉넉한 유정문, 항상 동기들의 그림자를 자청하며 친구들을 챙기는 모습이 인상 깊다.
이번에 부친상을 치르느라 고생했을 병국이는 동기회에서 조화라도 챙겨줬다고 오히러 고마워한다. 그리고 금일봉을 동기회에 희사했지만 총무 집권으로 2차 경비에 보탰다. 이 친구도 동기회를 찾는 과정이 험난했던 것 같다.나이 먹으면 놀아줄 친구, 자랑할 친구가 필요하다더니 병국이를 두고 하는 소린가?
늦게 와서 부지런히 진도 맞춘 성기, 예전에 이름으로 놀림 받던 성기는 이제 친구들을 놀려대며 더한 웃음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학원을 개원한다하니 대박을 기원한다.
동기회의 행동대장 석호 누구하나 칭찬 않는 친구가 없을 정도로 38회의 꽃이다. 욕심을 조금 더 내 지역구 국회의원도 노려본다 한다.
사업한다고 바쁠텐데 이리저리 동기들 살피느라 마음 급했던 성수, 이번에 홀인원성 이글을 했다니 운동만큼 사업도 번창할 것 같다.
이번에 동창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재규,오늘도 3~4탕을 소화하며 우리중에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동기들이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할텐데....
촉촉한 한밤의 꼬리를 물고 밤새 술을 퍼고 있는 이 친구들!
모두들 친구만나면 밥이라도 챙겨 먹여 보낼 친구들이다.
“오천결사 황산벌에서 불러보자 오천궁녀를” 백마강 노래가사가 들려온다. 울부짐이고 절규다. 비록 5천명이 아닌 5명의 도우미의 응원을 받고 있지만 노래하는 친구들의 모습에는 천군만마를 얻은 표정이고 행복한 얼굴이다.
“채워봐라!” “우정아이가!”로 연거푸 폭탄을 돌리며 “Don’t go away" 노래에 친구들 가지도 못한다.
2012년 3월 23일 대연동 한 골목길에서 부산고 38회 14명의 동기들이 한곳에 모여 38회 친구들을 불렀고 학창시절 선생님도 불렀다.
장소는 달리했겠지만 이날 다른 동기들의 귀엔 환청이 들렸을 것이다. 다음엔 다른 친구들이 환청을 들려주길 바란다.
시간가는 줄 몰랐던 번개는 끝나고 모두 하나 이상 새로운 기운을 얻어갔으리라 믿는다.
첫댓글 굿
혁종아! 수고 많았고 고맙다. 그곳에 있은 것같구만. 다음엔 사진은 클로저업해서 올려주라 상태가 어떤지 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