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우산회의 송년회 때만 해도 10여명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는데 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하여 여행도, 모임도 못하고 산행도 각별히 조심해야하는 상황에 20년과 21년 송년회는 예약까지 하였지만 팬더믹 상황을 피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포기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중단된 우산회 송년회를 3년 만에 다시 하게 되니 흔하게 하는 여행이고 모임이지만 기대가 되고 셀레는 마음으로 12월19일 양주역에 모여서 각자 준비한 김밥과 찹쌀떡으로 요기를 하고 13시 버스를 타기 위해서 역내에 있는 관광 안내소에서 대기하는 중에 중절모를 쓰고 검은 외투에 털목도리를 두른 점잖은 분이 옆에 앉기에 어디 여행을 가느냐고 했더니 그냥 며칠 바람을 쐬러 간다고 하여 어디를 가느냐고 하니 강화도로 간다는 것이다. 누구 같이 가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혼자 간다기에 부인하고 같이 가지 않고 혼자 가느냐고 하니 몸이 좋지 않아서 같이 못 간다며 같이 못 가게 된 상황에 자기도 그냥 있자니 무료하여 혼자라도 훌쩍 떠난다는 것이다. 성경 시편에 이르기를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고 신속히 가나니 우리가 날아간다”고 하였듯이 살 같이 빠른 세월은 무심하게 흐르고 흘러 내 나이가 어느덧 산수(傘壽80)를 바라보니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즐겁게, 열심히 살아야 되는지 매일 같이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역에서 만난 노신사도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조금이라도 누려보고 싶은 마음으로 혼자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길을 나선 것이 아니겠는가? 낯가림이 심한 내가 낯선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자유롭게 대화를 할 수 있는 번죽도 다 나이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잡담을 하면서 잠시 기다리다가 시간이 되어 13시 정각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약 50분 만에 아세안자연휴양림 앞에 내려서 북쪽 산자락의 비탈진 길로 올라가자니 제법 숨이 차고 힘이 들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느끼지 못하던 경험을 하면서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으면서 천천히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기 위해서 사무실로 가니 오후3시에 입실이라며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여 사무실에서 1시간가량을 기다리는 동안 실내를 잠시 둘러보니 깨끗하고 멋진 대기실 바로 옆에 베트남, 필립핀을 비롯하여 아세아 각 나라를 소개한 전시실이 있어서 잠시 둘러보고 화장실을 보니 일류 호텔 못지않게 깨끗하고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산뜻하고 공기도 좋아서 야외로 나오는 것 자체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고 기분이 좋았다.
14시30분경에 입실해도 된다는 통보를 받고 한 달 전에 예약한 베트남관 1,2호실로 가서 1호실에 짐을 풀고 바로 옆에 있는 조금 큰 방 2호실에서 각자가 준비한 재료로 밥을 짓고 된장찌개에 특히 내가 준비해간 삼겹살을 삶은 수육과 알배기 배추에 오랜만에 막걸리로 건배를 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은 다음 설거지를 하고 나니 아직 시계가 5시30분경이다. 비록 어설프지만 손수 해 먹으니 비용도 많이 절감되고 맛도 개운하여 기분좋게 저녁을 먹고 긴긴 저녁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잠시 쉬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언제나처럼 즐거운 예술놀이로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자니 재미에 취하여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금방 12시가 되어 아쉬운 마무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세안 자연휴양림은 항상 그렇지만 방은 바닥이 뜨거울 정도로 따뜻해서 우리 같은 늙은이들에게는 참 좋은 잠자리인 것 같아 편하게 잠을 자게 되어 잠자는 시간은 짧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개운한 것이 따뜻한 온도 때문인 것 같고 기분도 상쾌하였다. 어제 저녁에 먹다가 남은 밥과 남은 삼겹살 수육에 찌개로 아침을 먹고 따뜻한 실내에서 오전 시간을 보내다가 11시30분경에 남은 밥과 라면 두 개로 이른 점심을 먹은 다음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와서 천천히 걸어서 마장호수로 가니 3년 전보다 테크길이 더 잘 정비가 되고 새 길을 만들어서 테크길로 완전 일주를 하였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추운 날씨지만 햇살이 두껍고 바람도 없는 한낮 잔잔한 호수 물을 보면서 걷는데 전혀 춥지도 않고 사람들도 별로 없으니 한가롭고 신선하고 맛있는 공기에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일주를 하였다. 호수 물이 산기슭으로 들어간 포근한 곳에는 청둥오리들이 노닐고 있어서 사진도 찍고 한겨울의 차가운 물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 자유로운 영혼을 생각하며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완전히 한 바퀴를 돌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려서 13시30분 버스를 탈까하고 보니 마침 시계가 13시30분경이라 정류장까지 가는 동안에 버스는 떠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버스 정류장 근처 막국며칠수 간판이 붙은 식당을 찾아가니 가는 날이 장날이던가 문이 잠겨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돌아서 나오다가 보니 야외에 테이블과 의자가 우리들의 놀이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자리를 보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15시30분 버스를 탈 때까지 놀이를 시작하고 즐겁게 놀고 있은데 한 시간 30분 정도 노는 중에 버스가 정류장에 정거를 하고 있는 것이 보여 급히 짐을 챙겨 버스로 가니 기사는 히타를 틀어놓고 따뜻한 운전석에 비스듬히 누워서 졸고 있었다. 잠을 깨우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30분을 추운 밖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차를 타고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문을 두드리니 시간이 아직 멀었다면서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이었다. 조금 야속하기도 하고 손님이 밖에서 떨며 기다리는데 대기하는 차 안에서 기다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얄미운 생각이 들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30분가량을 배낭을 메고 밖에서 어정거리며 기다리다가 15시30분 정각에 출발하여 양주역으로 와서 전철을 타고 청량리역에 내리니 17시경이다. 역 앞의 도로를 건너서 골목으로 들어가니 식당이 여럿 보이는 중에 간판에 각종 메뉴를 가득 적어 놓을 것을 보니 특별한 메뉴가 보이지 않아서 그냥 가까운 어느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서 대구탕으로 저녁을 먹는데 아마도 수입한 냉동대구인 것 같이 살이 퍽퍽하여 맛이 별로였을 뿐만 아니라 밥도 아침에 해서 밥통에 넣어놨던 거라서 그런지 밥그릇은 뜨거운데 밥은 찬기를 겨우 면한 미지근한데다 밥을 한지가 오래돼서 그런지 윤지도 없고 부석부석한 것이 맛도 영 별로여서 의무감으로 돈 주고 시킨 것이니까 먹기는 하였지만 다음에는 그 식당에 가고 싶지 않았고 대구탕도 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스스로 해 먹은 음식은 맛도 좋고 풍성하였는데 돈 주고 시켜 먹은 저녁은 실망스러웠지만 2년 만에 가진 우산회 송년회를 무사히 마무리 하게 되어 그래도 감사한 마음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코로나의 긴 터널을 뚫고 맞은 송년회!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아쉬운 마음으로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기 위한 연말 모임. 작별은 언제나 아쉽고 그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시절에는 그저 무심하게 보내곤 하였는데 이제는 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절실히 느끼면서 하는 송년회는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적으로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갈라치기에 놀아난 국민들은 내편 아니면 적인 것처럼 마음의 골이 어느 때보다 깊어진 한 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서 올해는 차라리 개운한 마음으로 송년회를 하고 새해에는 진정 온 국민과 여야가 단합하여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하며 다시 내년을 약속하며 송년회를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