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학자가 지역대학이
개최한 국제 학술대회에서 한글을 극찬했다.
이는 일본문자인
가나도 같은 소리문자(표의문자)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충북대 윤리교육과(주관교수 김용환)가 주최한 '한자 문화권의 소통과 담론' 제목의 국제학술대회가 한·중·일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오전 학내 개신문화관에서 개막됐다.
'세계화 소통을 지향한 한자 문화권의 언어'를 부제로 하고 있는 이번 국제 학술대회에는 3개
국가에서 20명의 어문관련 학자들이 참석, 다양한 내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이중 일본인 학자 토가사키 유이치(경희대 외국어대학 조교수) 씨가 '실담학에서 훈민정음으로' 제목의 논문을 발표,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실담학 할 때의 실담(悉曇)은 산스크리트어, 즉 범어를 의미하고 있다.
먼저 그는 동아시아 음운연구 대상으로 실담어, 중국어, 파스파문자, 인도계 문자(범자, 티베트어) 등을 순서대로 거론했다.
그는 실담문자에 대해 "자음은 무성무기음, 무성유기음, 유성무기음, 유성유기음, 비음 등 5종류로 구성돼 있다"며 "일본어 오십음도는 실담문자 배열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중국어에 대해서는 "오음 아·설·순·치·후음은 음악 음계를 나타내던 궁·상·각·치·후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며 "이는 본래 인도 승려가 불교를 널리 알리려고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파스파 문자에 대해서도 언급, "티베트 승려 파스파가 원나라 5대 황제를 명을 받아 만든 문자"라며 "그러나 원나라 멸망과 함께 급속히 소멸, 관련 사료가 극소수만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인도계 문자에 대해서는 "자음에 모음 'a'가 처음부터 포함돼 있고, 나머지 모음은 자음자에 또 다른
기호를 붙이는 방식을 취하는 등 매우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가사키 교수는 이같은 흐름 끝에 한글을 맨 마지막으로 언급했다. 이는 한글이 이들 동아시아 문자를 '집대성'한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그는 한글에 대해 "사료를 보면 세종 때 사역원(司譯院)에서 중국어, 몽고어, 일본어 등을 배우게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며 "이로 미뤄 한글은 창제됐다고 하나 주변 어느 문자에서 발상의 힌트를 얻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그는 "범자, 티베트 문자는 기호를 붙이는 방법이 너무 번잡하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어문학자들 사이에 강하게 제기돼 왔던 한글=범자 관련설을 부인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신 그는 "몽고문자와 a모음을 제외한 파스파 문자가 한글과 같은 단음구조를 하고 있으나, 구조가 크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따라서 한글은 이러한 문자들을 참고해 독자적으로 창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결론적인 말로 "인도에서 출발한 아시아 문자와 언어가 몽골, 중국을 거쳐 하나의 도달점, 즉 집대성된 것이 한글로 보여진다"며 "세종과 학자들의 언어, 음성에 대한 지식과 관찰력이 이 부분에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문자가 단순하면 표기, 독해, 기억 등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그러나 한글은 초·중·종성을 한 곳에 몰아쓰는 방법으로 이를 극복했다"고 밝혔다.
충북일보 조혁연 대기자/ 노컷뉴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