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입니다."
에릭 산드린(31·서울 삼성)이 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KBL빌딩에서 열린
프로농구 귀화혼혈인 선수 오리엔테이션에서 각오를 밝혔다. 미국에서 귀화를 준비중인 그는 한국말로 농구팬들에게 인사를 전해달라는 요청에 영어 발음인 '파이팅'이 아니라 토종 한국식 발음으로 '화이팅'을 외쳤다.
대구 오리온스 이동준(29·
다니엘 산드린)의 친형이기도 한 산드린은 자신의 한국 이름을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로 이길 승(勝)자를 넣어 승준으로 정했다.
토니 애킨스(29·전주 KCC)와 크리스 밴(23·부산 KTF)은 각각 사촌들이 지어준 전태풍과 박태양을 한국 이름으로 지었다. 케빈 미첼(29·안양 KT & G)은 아직 한국 이름을 정하지 못했단다.
10월부터 2009∼2010 프로농구에 투입될 이들은 귀화 시험을 위해 한국어를 익히고 소속팀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머니가 한국 국적 회복 절차를 밟고 있는 애킨스와 산드린은 국가대표에 뽑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귀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KBL에서 파견한 한국어 강사로부터 하루 3시간씩 과외 교습을 받고 있다고 한다.
어릴 적 모친과 헤어진 미첼과 모친이 국적회복 신청을 하지 않은 밴은 3년 이상 국내에 거주해야 귀화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생모 찾기가 한국행의 동기 중 하나였던 미첼은 외조모의 소재를 파악하는데 성공해 이르면 다음주쯤 상봉의 기쁨을 맛볼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한 명의 귀화 혼혈 선수 그레고리 스티븐슨(31·창원 LG)은 아내의 출산을 지키기 위해 미국에 체류 중이다.
귀화 혼혈 선수들은 3시즌을 뛴 이후엔 다른 팀으로 이적해야 하는 조건을 제외하고는 국내 선수와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이들이 빼어난 기술과 탁월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다음 시즌 프로농구에 돌풍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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