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수필>
칼국수와 훈장
강 성 일
오늘은 교육부와 중앙일보가 주최한 전국 중.고등학교 논술경시대회 입상자들의 시상식이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있는 날이다. 내가 지도한 제자가 전국 최우수상을 받는다는 기쁨에 겨워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장미 양을 데리고 서울로 향했다. 차창 밖의 풍경들이 오늘 따라 유난히 아름답게만 보였다. 기쁘고 마음 설레는 날이라 하늘에 흰 구름도 덩실덩실 춤을 추며 흘러갔다. 시상식은 오전 열 시에 시작되었다.
교육부 장관님과 중앙일보 사장님께서 단상에 올라 입상자들에게 시상과 축하를 해 주셨다. 장미 양이 최우수상을 받을 때는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더욱 크게 울리는 듯 했다. 내가 지도한 제자가 저렇게 큰 상을 받다니, 나는 너무 감격스러워 어느 새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장미 양이 너무도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다. 마치 꿈속에서 한 송이 장미꽃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서울도 아닌 지방의 시골 학생이 전국 최우수상을 받는다는 사실은 전무후무할 정도로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장미양은 부상으로 상금까지 받았다.
제자 덕분에 나에게도 지도 교사상이 주어졌다.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상을 받은 후 악수를 하는 순간 나는 마치 임금님의 손을 잡는 듯, 장관님의 손이 고귀하게만 느껴졌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라는 정겨운 장관님의 한 마디가 나의 인생과 운명을 바꾸어 주는 듯한 기쁨과 감격 속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수상의 기쁨도 잠시였다. 내 마음은 갑자기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과연 상을 받을 만큼 장미 양 지도를 잘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혹시 장미 양 스스로의 능력과 실력에 내가 덤으로 끼어 상을 받게 된 것이 아닌가. 마음이 편하질 않았다. 장미 양을 열심히 지도하지 못한 데서 오는 자격지심이랄까. 아직까지도 장미 양으로부터 ‘선생님, 고맙습니다.’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것은 교육의 본질인 인성지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착잡하고 무거운 마음속에 불현듯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교내 백일장 시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 당시 나 역시 문예를 지도해 주신 선생님께 ‘선생님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졸업한 것이 자못 마음에 걸려 지금까지도 잊어지질 않고 있다.
나의 학창 시절과 현재 장미 양의 입장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지난 날 은사님에 대한 나의 불손하고 비윤리적인 태도에 대한 반성과 후회, 그리고 사제지간에서 오는 이율배반적인 합리화와 변명이 너무 부끄럽고 저주스러워 잠시 동안 몽롱한 상태 속을 헤매고 있었다.
시상식이 끝나자 점심때가 되었다. 다른 학교 인솔 교사 모두가 하나같이 오늘 점심은 전국 최우수상을 받은 사람이 사야 한다는 말을 했다. 상금 이백 만원을 받은 장미 양의 어머님께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 때 장미 양 덕분에 저도 교육부장관상을 받았으니 점심은 제가 사지요. 하고 말을 했더니 어느 인솔교사 한 분이 왜 지도 선생님이 삽니까. 그렇지 않아요. 하고 반문을 제기했다. 이백 만원을 상금 받은 장미 양을 두고 하는 말을 낸들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장미 양이 점심을 산다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가정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입상자 학부모님들과 인솔교사 일행을 칼국수 집으로 안내하였다.
인솔 교사 중에는 집에서 아침도 굶고 왔는데 무슨 칼국수냐고 푸념을 했지만 나는 못들은 체 하고 근처의 칼국수 집으로 들어갔다.
칼국수 맛이 아주 별미였다. 칼국수 값은 오만 원이었다. 칼국수 값을 지불하고 나니, 그때 장미 양이“선생님, 점심 고맙습니다.”하고 뜻밖에 인사말을 했다.
장미 양으로부터 ‘선생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너무도 반갑고 고마워 또 하나의 훈장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맞는 기분이 들어 그 동안 제자로부터 감사하다는 말을 듣지 못했던 아쉬운 마음이 모두 확 풀리는 듯한 사제지정을 느꼈다.
버스에 올라 서울에서 청주로 돌아오는 길에 장미 양에게 들은 ‘선생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몇 번이고 되새기며 기억하니 차창 밖의 내 마음은 한 마리 새가 되어 훨훨 푸른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칼국수 값을 지불하고 나니,
그때 장미 양이“선생님, 점심 고맙습니다.
”하고 뜻밖에 인사말을 했다
의미있는 고운 글 에 머물다 갑니다
즐거운 휴일 되세요
심은영 문우님, 귀한 시간 내주시고 고운 댓글로 머물다 가셨군요.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또 뵙길 바랍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최수종 문우님, 바쁜 시간에 머물다 가시고 고운 말씀 남기고 가시어 감사합니다
나의 학창 시절과 현재 장미 양의 입장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지난 날 은사님에 대한 나의 불손하고 비윤리적인 태도에 대한 반성과 후회,
그리고 사제지간에서 오는 이율배반적인 합리화와 변명이 너무 부끄럽고
저주스러워 잠시 동안 몽롱한 상태 속을 헤매고 있었다
장미양도 후회하고있을거라 봅니다
즐거운 저녁 되세요
성은영님, 머물다 가시고 고운 댓글 감사합니다. 또 뵈어요
상임고문님 고운 수필 감동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한세영 문우님의 고운 말씀이 감동을 주십니다. 방문하시고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운 수필에 감동과 제자 사랑담고 갑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신정윤 문우님, 방문해 주시고 고운 댓글 감사드립니다. 늘 행복하세요
그때 장미 양이“선생님, 점심 고맙습니다.
”하고 뜻밖에 인사말을 했다
평생 칼국수 맛을 잊지않을 겁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한수영 문우님의 고운 댓글, 심안의 그릇에 깨끗한 기억의 정수로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감동수필 마음 에 담고 갑니다
고운 오후 되세요
방문해 주시고 애독해 주시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