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급유기는 각종 군용기의 항속거리를 연장시켜 작전행동반경을 증가시키는 특수한 군용기이다 <출처: 보잉사>
공중급유기는 각종 군용기의 항속거리를 연장시켜 작전행동반경을 증가시키는 특수한 군용기이다. 공중의 주유소로 알려진 공중급유기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약 30개 국가에서 운용 중에 있으며, 우리나라에 비해 국토면적이 작거나 공군력 규모가 유사한 이스라엘, 터키,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도 보유, 운영하고 있다.
2018년 부터 생산될 미 공군의 KC-46 공중급유기 소개 동영상. 기존의 KC-135 공중급유기 보다 공중급유 능력과 수송능력이 대폭 향상되었다. <출처: 보잉사>
공중급유가 태동한 1920년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항공기가 급속도로 발전되면서, 항공기의 항속거리를 늘리기 위한 시도가 시작된다. 특히 1920년대 들어 항공기에서 항공기로 급유를 실시하는 공중급유가 실현된다. 1923년 6월 27일 미 육군 항공단 소속의 2대의 DH-4B 복엽기가 연료탱크에 연료호스를 장착해, 비행중인 다른 항공기에 연료를 주입하는데 성공한다. 이후 8월 27일에는 이 기술을 이용해 3대의 DH-4B 복엽기가 9차례의 공중급유 끝에 37시간 비행기록을 수립했다. 미국에서 개발된 공중급유기술은 이후 유럽으로도 퍼져나갔고, 유럽 각국에서도 비행실험을 통해 공중급유에 성공한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공중급유의 위험성 때문에 정작 사용되지 못했다.
1923년 6월 27일 미 육군 항공단 소속의 2대의 DH-4B 복엽기가 연료탱크에 연료호스를 장착해 비행중인 다른 항공기에 연료를 주입하는데 성공한다 <출처: 미 육군> |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공중급유의 위험성 때문에 정작 사용되지 못했고, 종전 이후 군용기에 공중급유가 점차 적용되기 시작한다 <출처: 미 해군> |
냉전과 함께 본격화된 공중급유
동서냉전이 시작되면서 특히 미 공군을 중심으로 공중급유를 새롭게 주목 하게 된다. 연료소모가 많은 제트기가 군용기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없던 상황에서 전략폭격기는 유일한 핵 공격 수단이었다. 당시 미군은 구 소련에 대해 핵 선제 공격을 가한다는 작전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 폭격기들이 상시 초계비행을 해야 했고, 구 소련의 목표 지점까지 날아갈 수 있도록 항상 연료를 가득 채우고 있어야 했다. B-29 폭격기에 공중급유 장비를 장착해 개조한 KB-29M 공중급유기 80대를 전력화했고, 1957년에는 보잉(Boeing) 707 여객기를 개조해 공중급유 전용기인 KC-135를 전력화 한다.
1957년 등장한 KC-135 공중급유기는 냉전 시절 B-52 전략폭격기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출처: 미 공군> | KC-10 공중급유기는 광동체 여객기인 DC-10을 개조해 제작한 공중급유기로 공중급유와 수송능력이 KC-135 보다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출처: 미 공군> |
프로브앤드드로그와 플라잉 붐
오늘날 공중급유는 프로브앤드로그(Probe and Drogue)와 플라잉 붐(Flying boom)방식으로 나뉜다. 프로브앤드로그는 급유기의 급유호스 끝에 배드민턴 셔틀콕과 같은 드로그(Drogue)를 장착해 공중급유를 실시한다. 반면 급유를 받는 피 급유기는 프로브(Probe)를 장착해 이를 드로그에 결합해 급유를 받는다. 프러브앤드드로그 방식은 급유 체계가 간단해, 전용 공중급유기를 개발하지 않아도 수송기를 개조해 공중 급유를 실시할 수 있다. 또한 포드(Pod) 형식을 사용하면 전투기끼리 버디투버디(Buddy to Buddy) 방식으로 공중급유를 할 수도 있다. 이밖에 항공기 제작 후에도 급유체계의 추가 설치가 가능하다. 미 해군과 해병대 그리고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다. 플라잉 붐 방식은 급유기에 긴 급유 붐(Boom)을 장착해, 피 급유기의 수유구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프로브앤드드로그와 달리 급유 붐을 장착한 전용 급유기가 필요하며, 피 급유기도 항공기 설계 때부터 수유구를 설치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미 공군에서만 사용하고 있으며, 프로브앤드로그 방식과 달리 단 시간에 많은 연료를 급유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플라잉 붐 방식은 급유기에 긴 급유 붐을 장착해 피 급유기의 수유구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출처: 미 공군> | 프로브앤드로그 방식은 전투기에 급유포드를 장착하면 전투기끼리 버디투버디 방식으로 공중급유를 할 수 있다 <출처: 미 해군> |
항공전의 혁명을 불러온 공중급유기
공중급유기가 등장하면서 항공전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전략폭격기의 경우 공중급유를 통해 전 세계 어느 곳이라도 폭격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전투기는 공중전으로 연료를 다 사용하더라도 무장이 남아 있는 경우, 공중급유를 통해 계속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공중급유는 전투기의 무장탑재량을 증가시킬 수 있어, 연료의 제약 없이 최대무장을 탑재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전에서 공중급유기의 활약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1999년 코소보 내전 당시 나토 군이 세르비아에 대해 펼친 얼라이드 포스 작전이다. 당시 미군을 포함한 8개국은 200여대의 공중급유기를 세르비아 공습에 투입했으며, 공습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공중급유기들은 무려 15개 이상의 공중급유지점을 두고 나토 군의 항공작전을 지원했다. 최근의 공중급유기는 단순히 공중급유뿐만 아니라, 병력과 화물 수송을 병행할 수 있는 대형 수송기 역할을 포함하는 다목적 항공기로 개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공중급유기는 국제평화유지활동 및 국제적 재해, 재난 구호활동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주변국의 공중급유기
러시아는 Il-78 공중급유기 10여대를 운용 중에 있다 <출처: 러시아 공군> | 일본 항공자위대는 지난 2009년부터 KC-767기 4대를 작전운용 중에 있다 <출처: 일본항공자위대> |
우리나라와 인접한 주변 국가들도 공중급유기의 중요성을 인식해, 다수의 공중급유기를 운용 중에 있다. 미군의 경우 미 공군은 530여대의 KC-135와 60여대의 KC-10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해군과 해병대에서 운영하는 공중급유기까지 포함하면 총 700여대의 공중급유기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공군은 Il-78 공중급유기 10여대를 운용 중에 있으며, 중국 공군은 H-6 폭격기를 개조한 H-6U 공중급유기 10대를 1996년부터 전력화 했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지난 2003년 보잉사의 KC-767기 4대를 발주하였고, 2009년부터 이들 기체를 인수해 현재 작전운용 중에 있다.
1996년부터 시작된 공군의 공중급유기 도입사업
공군은 1996년부터 공중급유기 도입사업인 KC-X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출처: 공군> | 공군은 2011년 9월 공중급유훈련을 실시하여 총 10여명이 공중급유 자격을 획득한다 <출처: 공군> |
우리 공군도 전략환경 변화에 대비하여 전투기 행동반경 및 체공시간을 증대하기 위해, 1996년부터 공중급유기 도입사업인 KC-X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해양수송로와 해양광구 보호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다. 공중급유기는 그 동안 공군의 숙원사업이었지만 항상 다른 사업에 밀리곤 했다. 지난해의 경우 국방부는 7월 내년도 국방예산 요구안에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을 편성했지만 불발로 끝나고 만다. 공군이 필요로 하는 공중급유기의 성능은 KC-767기 급의 공중급유기로, 대수는 4대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공군은 2011년 9월 미 공군의 협조 하에 최초로 공중급유훈련을 실시하여 10여 명이 공중급유 자격을 획득하였다. 또한 매년 두 차례씩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공중급유 자격 획득자를 늘려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비록 아직은 공중급유기가 없지만, 유사시 우방국 공중급유기의 지원 속에 공중 재급유가 가능해져 한반도 전 지역에 대한 임무 수행과 체공시간 증가, 연료 대신 정밀유도무기를 추가 탑재 할 수 있는 등의 전략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