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백반 한 상
누나에게서 문자가 왔다.
“지금 도서관이야.”
책장 넘기는 소리가 어딘가 조용한 방 안으로 스며들듯,
그 짧은 한 줄에도 누나 특유의 차분한 기척이 묻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즉석백반 세트 보냈어. 더운데 밥 해먹지 말고 이걸로 먹어.”
나는 그 문장을 두세 번 다시 읽었다.
마치 누나가 내 앞에서 말을 꺼냈다가
고개를 기울이며 내 반응을 살피는 것처럼 느껴졌다.
누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직접 말로 안 해도, 늘 내 형편을 다 알고 있는 사람.
밥 해먹기 귀찮은 날,
찬밥에 김 하나 뜯어 입에 밀어 넣으며 하루를 때우는 내 모습을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누나는 어릴 적부터 그러했다.
엄마가 아프시던 시절부터,
누나의 손에는 밥주걱이 들려 있었고
치워야 할 빨랫감이 늘 발목을 감고 있었다.
그 손으로 도시락을 싸고, 반찬을 데우고,
어쩌다 그 손에 꽃이라도 쥐어지면
괜히 미안해지곤 하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그 손이 내 식사를 챙긴 것이다.
자신은 도서관에서 조용히 책을 보고 있으면서도,
멀리 있는 동생이 더위에 지쳐 허겁지겁 끼니를 때울까 걱정된 모양이다.
사실 나도 요즘은 아무거나 입에 밀어 넣기 일쑤였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면 뭐라도 있긴 한데,
‘먹기엔 귀찮고 안 먹긴 아쉽고’ 같은 것들만 남아 있었다.
정작 속은 허기지고,
그런 허기에는 밥보다도 정이 더 필요한 거라는 걸
그 누나는 또 알고 있었던 걸까.
즉석백반이라니, 이름만으로도 웃음이 났다.
세상에 백반이 즉석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던가.
그 따뜻한 백반 속에 누나의 손맛이,
아니 누나의 마음이 담겨 있는 듯해
괜히 미안하고 또 고마웠다.
냉동실에 차곡차곡 들어선 반찬 봉투를 꺼내며
‘한동안 밥 걱정은 없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웃긴다. 사람이란.
귀찮다고 혼잣말을 하다가,
누가 뭘 보내오면 또 미안해하고,
그러다 결국 웃고 만다.
역시 오늘도 덥긴 더운 날이었다.
창밖의 나뭇잎들은 축 늘어졌고
길가의 개 한 마리도 혀를 늘어뜨린 채 나를 힐끔 보았다.
그런 날, 누나가 보내온 밥 한 상은
그늘 하나 없는 여름 길목에서
덜컥 생긴 시원한 정자 하나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누나 덕분에 밥을 먹고
누나 덕분에 웃고
누나 덕분에
또 하루를 건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