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지인여행은 회원들과 함께 경북 예천의 삼강주막과 용궁역, 문경의 대승사와 윤필암, 묘적암을 만나며 숲길을 걸었습니다.
미세먼지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을 때라 대기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경북의 예천, 문경 일대는 도시의 오염원이 적고 나무가 무성한 숲을 따라 걷는 거라 좀 나았습니다.^^
삼강주막은 낙동강, 내성천, 금천의 세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라 예부터 사람들이 모이는 물류의 중심지, 교통의 요지였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묵어가고 식사할 주막이 발달했던 거지요. 삼강주막터에 들려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도 바라보고, 이 곳의 긴 역사를 증언하는 500년 된 회화나무, 짐꾼의 삯을 공평하게 정하기 위해 돌을 들어보게 했다는 ‘들돌’도 구경하며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봅니다.
용궁역 근처에는 역사가 오랜 순대국과 오징어불고기 맛집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지역의 음식도 체험해보고 이름도 재밌는 용궁역도 돌아봅니다. 용궁역은 지금은 역무원도 배치되지 않고 무궁화호가 하루 서너번 서는게 고작인 작은 간이역입니다. 이 곳에 용궁역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재밌는 빵집이 있어 인기입니다. 바로 <토끼간빵> 입니다. 용궁이라는 지명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이름을 짓고 지역의 농산물을 가지고 지역사람들이 운영하는 아이디어 넘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우리 회원들도 간이역 철길에서 사진도 찍고, 토끼간빵(만주)에 커피도 한잔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봅니다.
오후에는 문경의 대승사와 부속 암자를 돌아봅니다. 사불산(일명 공덕산) 자락에 자리잡은 대승사는 산꼭대의 위치한 사면석불을 떼어내고 생각하기 힘듭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진평왕(587년) 때에 하늘에서 사면석불이 내려와 이를 직접 본 왕이 기념해서 옆에 지은 절이 대승사라고 전해집니다.
이후 여러 번 전소를 겪으면 전각들은 새로 조성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대웅전에 모셔진 국보인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과 보물로 지정된 금동보살좌상과 금동아미타여래좌상 및 복장유물 등 수준높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대웅전에 있는 후불목각탱은 조선 후기 목각탱 중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우리는 대웅전에서 함께 목각탱을 감상합니다.
대승사에서 부속암자인 윤필암으로 넘어가는 1km 남짓의 숲길은 깊은 가을 속으로 걸어가는 기분입니다. 단풍은 이미 낙엽이 되어 바닥을 뒹구는 깊은 숲길에 바스락 소리를 들으며 사람도 없는 고요한 숲길을 걸었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즈넉하고 고요한 시간입니다.
윤필암에 도착하기 전에 오르막 산길을 잠시 오르면 <삼국유사>에도 언급된 사면석불에 도착합니다. 오랜 시간의 흔적을 말해주듯이 닳고 지워진 불상이 큰 바위의 사면에 조각되어 있습니다. 사면석불에서 저 멀리 숲 가운데 자리잡은 윤필암과 묘적암을 조망해보고 다시 윤필암으로 향합니다.
비구니 참선도량으로 정갈하고 아름다운 윤필암에서 사불전을 둘러보고, 마침 스님들의 행사가 있는지, 저희에게도 구수한 돼지감자차와 떡을 나눠주셔서 맛있게 먹고 힘을 내서 묘적암으로 출발합니다. 묘적암을 가는 길에 먼저 만나는 대승사 마애여래좌상은 고려시대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으로 뿔처럼 난 연꽃무늬가 독특한 불상입니다.
묘적암은 나옹화상이 출가했다고 알려진 곳으로 지금도 순례자들이 찾는 불교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암자 건물 한 채 만 덩그마니 남아있는 작은 곳이지만, 오랜 역사의 현장이자 역사적인 인물이 지나쳐간 곳으로 그 영험한 기운이 서린듯하여 우리도 짧은 시간이나마 그 기운에 깃들어보며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예천 문경여행은 오고가는 길에 찹쌀떡 달인의 집에서 찹쌀떡도 맛보고, 대승사 인근 사과밭에서 맛좋은 꿀사과도 맛보며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 할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날씨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가을의 마지막을 느껴보는 대승사 윤필암 묘적암의 암자숲길과 아기자기한 예천의 용궁역과 삼강주막 답사는 모두에게 기분 좋은 추억을 하나 더 보태지 않았나 합니다.
마지막 가을을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완성해주신 회원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여행길에 또 만나요~
첫댓글 마지막 가을을 느끼며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이 맞으면 또 참가할께요^^
배꽃공주님과 가을여행 함께해서 저도 즐거웠어요^^
묘적암 마당에 있던 댓돌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봤어요^^ ‘하루는 나옹이 상추를 씻고 있는데 가야산 해인사에 불이 난 것을 알고 상추 씻은 물을 해인사 쪽을 향해 뿌려 불을 껐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늦게 온 나옹을 스님이 나무라자 나옹은 물그릇을 부딪쳐 물이 바닥에 쏟아졌다. 그러자 그 물방울이 마당의 작은 바위에 부딪히더니 그 자리에 한자로 마음 심(心)자를 새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