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7 주일
2005년 4월 19일 conclave, 곧 교황 선출 선거를 통해 265대 교황님으로 선출되신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은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을 향해 당신 교황 직무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Fratelli e sorelle, i carissimi cardinali mi hanno scelto il piccolo servitore della vigna del Signore.”(“형제 자매 여러분, 존경하는 추기경님들이 저를 주님 포도밭의 작은 일꾼으로 선택하셨습니다.”)
오늘 말씀의 전례는 포도밭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1독서는 이스라엘 민족의 불신앙 때문에 상처받은 하느님의 사랑을 노래한 이사야 예언자의 ‘포도밭의 노래’입니다. 복음은 우리를 향한 무한히 크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야 할 우리 신앙인의 책임을 일깨워 줍니다. 그리고 2독서는 그 포도밭을 가꾸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이 바로 감사와 신뢰임을 가르쳐 줍니다.
“내 친구를 위하여 나는 노래하리라, 내 애인이 자기 포도밭을 두고 부른 노래를. 내 친구에게는 기름진 산등성이에 포도밭이 하나 있었네. 땅을 일구고 돌을 골라내어 좋은 포도나무를 심었네. 그 가운데에 탑을 세우고 포도 확도 만들었네. 그러고는 좋은 포도가 맺기를 바랐는데 들포도를 맺었다네.”(이사 5,1-2)
이 노래에 언급된 ‘친구’는 하느님이고 ‘포도밭’은 그분의 백성인 이스라엘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좋은 포도를 얻고자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 온갖 사랑을 다 베풀어주셨지만 그들은 그 사랑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들포도를 맺었습니다. 그래서 이사야 예언자는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사랑을 외면하고 무죄한 피를 흘리고 남을 짓밟는 죄스런 삶을 살았기 때문에 아시리아의 침공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배반한 이스라엘에 대한 하느님의 처벌입니다.
오늘 복음은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마태 21,33-43)입니다.
지주와 지주가 만든 포도원, 울타리, 확, 망대가 언급되고 포도원을 맡아 일할 소작인들이 등장한다. 포도원은 구약성경이 즐겨 사용하던 표현으로서 하느님이 손수 이루어 낸 이스라엘 백성을 암시합니다. “만군의 주님의 포도밭은 이스라엘 집안이요 유다 사람들은 그분께서 좋아하시는 나무라네.”(이사 5,7ㄱ) 여기서 울타리는 하느님께서 모세의 중재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율법을, 망대는 당신 현존의 상징인 예루살렘 성전입니다.
이 우의(寓意: allegory), 비유, 유비, 우의, 미드라쉬적 해석의 차이에 대해 ‘말씀 피정’ 참조)에서 포도밭의 주인은 ‘하느님’이십니다. 밭을 경작하도록 부름 받은 소작인들은 ‘이스라엘’입니다. 주인이 파견한 ‘종’은 예언자들입니다. 상속권을 노리는 소작인들에 의해 ‘포도원 밖으로 던져져’(39절) 죽임을 당한 ‘아들’은 예루살렘 성 밖에서 십자가형을 당해 죽은 예수님이십니다. 포도원 주인이 포도밭을 다시 맡길 ‘다른 백성’은 이방인들입니다.
포도 철이 되자 지주가 도조 징수를 위해 종들을 보내지만 족족 죽어나가는 현상은 “그분께서는 공정을 바라셨는데 피 흘림이 웬 말이냐? 정의를 바라셨는데 울부짖음이 웬 말이냐?”(이사 5,7ㄴ)라는 이사야의 말에 비추어볼 때 주님께서 이스라엘의 ‘피 흘림과 울부짖음’을 수습하려고 보낸 예언자들이 맞이하는 운명과도 같습니다.
오늘 복음의 결론으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마태 21,43) 하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묵상하며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우리에게 “그대가 포도밭의 일꾼이라면, 그대의 손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있는가를 보라. 하느님께 열매를 바치지 않는 자는 이미 포도밭 밖에 있는 자다.”(Sermo 179,2 요약)라고 말씀하십니다.
실루스 교부는 “모든 일이 당신의 생각에 가장 좋은 방향으로 되기를 바라지 말고,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대로 되기를 바라십시오. 그러면 혼란에서 벗어나 기도 중에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제2 독서 바오로 사도의 권고 말씀으로 오늘의 강론을 갈무리합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필리 4,6-7)
주님께서는 부족한 우리에게 당신의 포도밭을 맡겨 주셨니다. 주님 포도밭의 충실한 소작인으로서 그분께서 우리에게 맡겨 주신 사랑의 열매, 자비의 열매, 정의의 열매, 평화의 열매를 풍성히 거둘 수 있는 신앙 생활이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