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에서 슬슬 병이 도졌는지 안그러나싶더니 선생님들에게 각종 의무연수를 받으라고 지침이 온다. 며칠 전 기초학습능력향상교육 역량강화 어쩌구 연수를 몇 년이내에 꼭 받아야 된다고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리에겐 애들한테 집중할 시간이 없다. 시간이.
수업끝나고 남는 시간, 목적사업이다 시예산사업이다 뭐다해서 다 뺏어서 교사들 잡아다 부역시키면서 무슨 기초부진학생 가르치는 역량 어쩌구 하고 앉았나?
저학년은 없는 시간보다 더 큰 장애물이 있는데 바로 부모다. 부모가 의지가 없거나 의지는 있는데 담임 앞에서 자존심을 내세우거나 아님 우리 애는 공부못해도 돼요, 애가 스트레스받아요, 행복하기만 하면 돼요라는 혼자만의 유토피아에 있거나 이런 부모들이 진짜 많다.
지금 기초기본학습부진아 문제는 사회계층문제, 가정환경과 연결되어 담임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교육청도 이걸 모르지 않을 거라 보는데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이런 상황에서 해당학생들을 맡고 있는 담임들을 지원해주고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량강화연수같은 걸로 지네들은 쏙 빠져있고 담임들을 더 옥죄는 쓰잘데기 없는 정책같은 것만 만들어내고 있으니 내가 열통 안터지겠나. 그리고는 지원청이래. 누굴 지원해줘? 날? 난 오히려 내가 교육청의 존립을 지원해준다는 느낌인데.
기초기본학습이 안되서 수업시간이 지루해지고 지루해지니 무기력해지고 실패가 쌓여 자존감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다가 중학교가면 본격적으로 아이들 눈에서 분노의 레이져가 나온다.
애들이 처음부터 못하고싶어서 못했겠나?
이 문제를 누가 잡아줄건가? 한 반에 30명과 입씨름하고 있는 담임이 역량강화연수받고 다 떠안으라고?가정이고 학교고 교육청이고 나아가 국가의 힘을 풀어서라도 어른들이 다 달려들어서 도와주어야 하는거 아닌가?
미국같은 다문화사회에서는 아이들이 교과 커리큘럼 못따라올까봐 한 애당 선생 서너명씩 붙여준다고 하는데 그런건 이 나라에서 바라지도 않는다. 지금 상위 10%애들 공정성 운운하면서 대학보내는 문제가 더 중요하냐 아님 이제 새싹같은 아이들, 못따라가는걸 안타까워하면서 더 큰 관심과 최소한의 학습에서의 성공경험을 주어 공부, 좀 할만하네를 느끼게 해주는게 중요하냐를 놓고 한번 각자 전문가라고 하시는 분들 모여 잘난 뚜껑들 여시고 이야기좀 해보자.
복지사회? 다 큰 어른한테 재교육시켜서 격차를 줄이고 자원을 배분해봤자 투자대비 효과를 보기도 힘들다. 중간에서 해쳐먹는 인간+ 잔머리굴려서 돈만 타먹는 인간이 아주 많다. 특히 이나라처럼 나 잘나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한 사회에서 들려오는 비판은 저소득층이나 실업자들에게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라는 엿같은 소리이다. 차라리 격차가 덜한 어린 시기에 선생 둘,셋을 붙이든 전담마크할 수 있는 보조인력을 붙여서라도 아이의 의욕을 떨어뜨리지 않게 환경을 마련하는게 기본적인 복지다. 현실도 모르면서 그깟 푼돈 얼마주겠다는 정책,공약남발하지 마라. 내눈엔 다 사기꾼같다.
초등에서의 기초기본학력은 중요하다. 그깟 원의 넓이 구하는거, 사칙연산몰라도 돈계산만 잘하면 되지라는 무식한 말로 애들에 대한 책임 회피하지말라. 초등에서의 기본학력은 단순히 학력을 올리자는게 아니고 반복과 연습을 통한 높은 인내력, 성취능력, 의욕과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 세상살이의 기본을 세우는 뿌리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