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이는 광주 각화동농산물도매시장에서 호남지역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판로는 전혀 걱정이 없으며, 오직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앞으로도 보다 달고 싱싱한 상품을 길러 내느냐 하는 것 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인 섬진강을 끼고 있는 곡성군 입면 송전리 종방마을에서 오이를 주작목으로 시설하우스 농사를 짓는 김오남(40)씨는 오이의 품질에 관한 한 어디에 내 놔도 자신 있다.
본래의 고향인 입면 약천마을을 떠나 종방마을에 정착한지 13년째인 김씨는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철저하게 토질과 작목을 연구하고 특히 주위의 조언 및 전국을 찾아다니며 배운 기술을 토대로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현재 2천700평 12개동의 시설하우스에서 오이와 고추를 주로 생산하고 있는 그는 생산량의 거의 전부를 각화동도매시장에서 소화해 내고 있다. 그만큼 그의 오이는 이제 믿을만 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주위에서 '제법 성공한 농업인'으로 꼽히고 있는 김씨의 농사인생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악산 아랫동네 약천이 고향인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무원 시험까지 합격해 놓고도, 농사에 청춘을 걸기로 했다. 별다른 지식도 없이 책에 의존하며 고향마을에서 8년동안 토종닭과 오골계에다 미꾸라지까지 길렀다.
그러다 항상 연구하는 자세를 견지하던 그는 84년께 농민교육원에서 낙농과 호박· 오이 등 시설하우스재배 권위자인 부여의 이중화씨를 만나면서 하우스채소에 관심을 쏟게 됐다. 스스로 찾아간 가나안농군학교에서의 교육도 큰 힘이 됐다. "농사에는 이력서가 필요없다. 학벌도 필요없다. 오직 땀과 열정만이 필요하다"는 격언을 밑천삼아, 산골인지라 농토가 좁은 약천마을 떠나 너른 땅이 있는 종방마을로 이주를 결심했다.
주위의 조언과 지역 토질을 비교한 끝에 오이를 작목으로 선택한 그는 먼저 토양을 바꾸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모래땅인 사질토에다 객토작업을 통해 유기질이 풍부한 땅으로 변모시켰다. 연작을 해도 별다른 피해가 없을 정도로 땅심을 키웠다.
더 중요한 것은 철저히 과학적인 데이타에 근거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저 때가 되면 씨를 뿌리고 익으면 수확하는 과거의 농법에서 탈피, 농업에도 컨설팅을 도입했다. 98년과 2001년 3차례에 걸쳐 농촌진흥청 영농컨설팅 전문가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
김씨는 영농컨설팅을 통해 하우스 안에 무인방제기와 레일을 밀고 다니면서 수확할 수 있는 운반기를 설치, 방제와 수확에 소요되는 노동력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또 작기체제를 개선해 신선도를 최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수확이 가능해져 상품성도 높일 수 있었다.
최근에는 '그린음악농법'에 심취해 매일 아침 6시30분이 되면 온 하우스안에 2시간동안 아름다운 선률이 흐르도록 해 놓았다. 김씨는 "작물이 깨어나는 시간에 맞춰 음악을 들려주자 오이가 더욱 튼튼하게 자라 진딧물이 전혀 나타나지 않게 됐다"며 음악농법의 효험을 강조했다.
물론 이같은 과정이 쉬운 것은 결코 아니었다. 애써 가꾼 오이가 원인도 모르게 썩어 나갈때도 있었으며, 예상하지 못했던 가격폭락으로 타격을 받기도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이같은 위기를 그는 신앙의 힘으로 극복했다. 사태가 발생하면 같은 농사를 짓고 있는 동료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고 다급할 경우 현장으로 직접 모시고 와 지도를 받는 등 최선을 다하면서, 최종 처분은 하느님께 맡겼다. 그리고 이같은 믿음은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김씨는 요즘 또다른 꿈을 꾸고 있다. 종방마을의 시설하우스 재배농민들을 주축으로 입면 전체를 '환경농업 1번지'로 가꾼다는 소망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30대-50대의 젊은 농업인 15명이 뜻을 같이하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방법은 인근 금호타이어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이용해 작물을 재배할 작정이다. 과학영농인답게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가장 적합한 작목을 추천받을 계획이다.
김씨는 "곡성은 청정지역이며 청정채소가 생산된다는 소비자들의 인식만 심어지면, 환경농업에다 관광객들까지 몰리는 관광농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주위의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다./특별취재반